"내가 본 가장 큰 십자가는 스페인의 토레욘시 외곽에 있는 ‘전몰의 골짜기’ 가운데에 20층 높이로 우뚝 솟아 있었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 아래 골짜기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이곳은 내가 방문했던 예배당들과는 섬짓할 정도로 다른 예배실이라는 것을 발견했다…엄숙한 방 한가운데 우리의 머리위에는 내가 본 중 가장 인간적인 그리스도의 모습이 매달려 있었다. 예수의 몸은 파시스트 동굴의 어둠과는 어울리지 않는 따스한 불빛으로 비춰지고 있었다."
"잔인한 독재자와 그의 파시스트 정부의 승리를 축하하는 기념비…화해를 위해 헌당된 예배실…프랑코의 십자가에 영원히 못박혔고 전쟁과 파시즘 그리고 국수주의 기념비 안에 전몰자와 함께 영원히 묻혀 있는 가장 인간적인 그리스도… 이 모순되는 이미지들은 예수님의 평강의 나라와는 전혀 닮지 않았다. 국수주의의 망상은 20세기를 지배해왔고 이같이 혼돈된 광경을 창조해 냈다…." ‘겨자씨와 맥월드’의 저자 톰 사인이 스페인 파시스트 사당을 방문했을 때 받은 인상을 기술한 내용을 일부 발췌한 것이다.
6.25가 났다. 한 어머니가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구사일생의 고생 끝에 피난을 갔다. 어머니는 열심히 교회에 나갔다. 전쟁의 와중에서 오직 하나님만 붙든 것이다. 어느날 어린 아들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하나님이 전능하시다면 왜 우리를 이렇게 고생시키는가. 대여섯살 난 어린 아들, 못먹어서 바짝 야윈 아들의 질문에 어머니는 대답을 못했다.
"하나님이시여, 당신을 믿는 사람들로 부터 우리를 구해주시옵소서." 9.11 사태가 난지 얼마후 누군가가 써갈긴 낙서 내용이다. 뉴욕 타임스의 모린 다우드는 이 낙서 문구를 인용하면서 칼럼을 썼다. 뉴욕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또 팔레스타인에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는 유혈사태의 아이러니를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예수의 탄생지 베들레헴의 성탄교회 조차 ‘하나님의 이름으로’ 쫓고 쫓기는 전쟁터가 된 현실. 피가 피를 부르는 유혈사태의 악순환. 팔레스타인 사태가 주는 의미를 파고 들면서 한가지 근원적 질문도 던지고 있다. 종교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다.
"중동지역은 하나님이 우리 인간에게 말하는 장소다. 역사의 여명기때 부터 이곳에서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을 해왔다. 에덴동산, 모세, 십계명, 선지자들, 예수의 탄생, 십자가 고난, 성전파괴, 그리고 이스라엘의 귀환 등. 이를 통해 하나님은 인간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해 왔다." 한 가톨릭 작가의 글이다.
이 지론에 따르면 하나님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복잡할 게 없다는 것이다. 문제 투성이인 게 ‘우리 인간’임을 알리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싸우기 보다는 기도부터 하라는 메시지라는 풀이다.
"9.11은 3차 세계대전의 시작으로 보아야 한다. 이 관점에서 출발할 때 그 전쟁은 테러리즘을 분쇄하는 전쟁이다. 테러리즘은 그러나 툴(tool)에 불과하다. 배후의 이데올로기를 패퇴시켜야 한다. 종교적 전체주의가 그 이데올로기다. 과거 2차대전시 나치즘, 스탈린주의 등 인류학살을 가져온 세속적 전체주의와 비교 될 수 있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지론이다.
프리드먼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사태는 문화적 가치의 충돌로 요약된다. 한 유대교 랍비의 이야기대로 "하나님은 금요일에는 아랍어로, 토요일에는 히브리어로, 일요일에는 라틴어로 말씀하신다"는 점을 인정할 때 팔레스타인 사태, 궁극적으로 테러전쟁이라는 3차 전쟁은 종결된다는 주장이다.
프리드먼이 말하는 ‘전체주의’는 다른 말로 하면 악(惡)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그 악은 그러면 어떤 형태로 인간생활에 개입할까. 신학자 레슬리 뉴비긴의 말을 들어보자.
"정사(政事)와 권세는 실제로 존재한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또한 우리가 시간이나 공간 안에서 그들의 위치를 알수는 없다. 그들은 이 세상 위를 떠다니거나 혹은 세계속에 잠복해 있는, 현실과 유리된 실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라들 혹은 단체들과 같이 눈에 보이는 실제적인 현실로 구체화되어 우리를 대면한다."
그러면 그 구체화 된 모습은 어떤 것일까. ‘종교의 정치화’다. 스페인 교회가 파시즘의 망상을 받아들였을 때 십자가는 한낱 장식물로 전락했었다. 코란이 현실의 정치 강령으로 읽혀지면서 유혈폭력은 오히려 신성시되고 있다. 단순히 민족간의 싸움으로만 볼 수 없는 게 팔레스타인 사태의 본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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