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로 2001년 세금보고가 일단 마감됐다. 분주했던 한인 공인회계사(CPA) 사무실 창구를 통해 지난해 한인들의 수입을 분석, 한인 경제를 들여다 봤다. 이번 조사는 LA 한인타운내 규모있는 CPA 사무실 2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병행해 이뤄졌다.
■전년대비 수입 변화
자영업이 주를 이루는 한인 경제는 지난해 경기 침체현상과 9.11테러의 영향을 받아 전반적으로 위축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CPA의 절반(10명)이 전년(2000년)과 비교해 고객들의 수입이 감소했다고 밝힌 반면 "증가 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6명에 그쳤다. 나머지 4명은 닷컴 기업등 증권 경기의 폭락 사태가 시작됐던 2000년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한인경제의 중추인 자영업자들만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분의2 이상(14명)이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이유에 대해서는 "9.11테러의 영향"이라고 답변했다. 감소폭은 5~10%가 가장 많았다.
반면 직장인의 수입은 물가상승에 따른 봉급 인상과 계속적인 최저임금의 인상 등의 요인으로 늘어났다. 또 실직 수당을 인컴으로 보고하는 봉급 생활자도 있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지난해 감원바람에 따른 한인들의 영향은 극히 적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 명암
한인 자영업 비즈니스는 업종별로 두 부류로 나뉘어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비교적 경기침체 또는 9.11테러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자유직이나 전문직의 수입은 늘어난 반면 경기에 민감한 의류관련 분야는 수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무 CPA는 "의사등 전문직 분야의 수입은 꾸준히 늘어났으나 전통 의류관련 업종이나 서비스 업종은 10~30% 정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18명)가 자바, 봉제, 스와밋등 한인사회 ‘기간 비즈니스’는 수입이 줄었다고 답했고, 70%(14명)는 마켓, 리커등 전통 비즈니스의 전년대비 변화는 없거나 오히려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종별로 비교하면 의료등 전문직을 비롯해 부동산 경기 활성과 재융자 붐을 탄 부동산 에이전트 또는 융자브로커 비즈니스가 가장 수입이 좋았다. 리커, 마켓, 주스바, 액서서리, 자동차 정비소등이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소상인들이 밀집된 스와밋과 전통비즈니스에 속하는 봉제산업, 다운타운 의류 도매상가, 의류관련 매뉴팩처등은 최고 30%까지의 매상 감소를 경험했고 서비스 업종 역시 정체 또는 최고 10%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자영업 분야의 수입은 비즈니스 경험과 위치등에 따라 큰 편차를 보였다.
이강원 CPA는 "저소득 히스패닉과 흑인상대 업종, 또는 리커, 99센트스토어등의 매상은 차이가 없었으나 주류시장을 상대로 한 의류, 커스텀 프레임등의 업종은 매상이 눈에 띄게 줄어 지역적 편차가 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입
한인들의 년수입은 4만~7만달러대가 가장 보편적이었다.
한인들의 지난해 연 수입 중간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 CPA의 절반 이상이 5만~6만달러대를 들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세금보고시 많은 자영업자들이 실제보다 다소 줄이는 경향이 짙어 실제 한인들의 연수입은 더 많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투자
2000년 증권 시장의 붕괴로 큰 손실을 보았던 한인들이 투자 방향을 부동산으로 선회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응답자의 90%는 "지난해 가장 많이 투자한 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부동산" 또는 "집"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전년과 비교한 투자처 변화에 대해서는 "증권투자가 현저히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2명의 응답자가 "주식"이라고 밝혀 주식에 대한 한인들의 관심이 줄지 않고 있음으로 시사했다.
다니엘 윤 CPA는 "2000년 주식 붕괴이후 2001년 다소 회복 기미를 보이던 증권 시장이 9.11테러로 또 한번 된서리를 맞았다"면서 "회복을 기대했던 한인 투자자들이 테러로 또다시 곤혹을 치렀다"고 밝혔다.
한편 대부분의 한인 투자자들이 2000년 증권시장 붕괴이후 돈을 빼지 않고 그대로 놓아둔 상태로 처분하지 않아 외형상 변동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손실액 추정치를 묻는 질문에 일부 응답자들은 "서류상 20%정도"라고 밝혔다.
김경무 CPA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처분하여 금전적 이익을 본 사람은 많지 않아 부동산이 실제 자금 투자처로 인컴에 도움이 됐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지출 및 도네이션
한인들의 도네이션(기부금)은 교회 헌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액수는 2,000~4,000달러대가 가장 많아 지난해 본보가 조사한 자료와 비교해 변화가 없었다.
기부금의 개인 편차는 상당히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융자를 받아 10만 달러 이상을 헌금을 하며 신앙심을 불태운 한인들도 있었지만 교회를 다니면서도 헌금이 적어 세금 보고 지출 항목에 올리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개인 수입당 교회 헌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4~5% 가장 많아 기독교 교리에 따른 십일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을 포함한 세금 공제 지출 항목중에서는 주택 모기지 이자가 가장 많았고 재산세가 그 뒤를 이었다. 또 수입에서 지출 항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개인 또는 사업체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40~60%가 가장 많았다.
강광희 CPA는 "10년전에 비해 지출 공제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이는 수입이 증가한 것도 있겠지만 이민 역사가 깊어져 점차 세금보고를 제대로 해 무리한 경비처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은퇴대비
한인들의 은퇴를 대비한 계획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설문에 응한 CPA들의 대부분이 "고객중 은퇴 대비를 위한 연금 프로그램 가입자 비율"을 묻는 질문에 10% 정도라고 밝혔다. 이들은 미래를 대비한 한인들의 인식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종희 CPA는 "은행등 규모있는 직장인은 대부분 401K등 은퇴연금에 가입해 있으나 소규모 직장인이나 자영업 종사자들은 은퇴 계획이 좋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인들이 선호하는 은퇴계획으로는 직장인은 401K, 자영업자는 정부의 IRA가 많았고 전체적으로는 IRA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한편 저축성 생명보험을 은퇴 프로그램으로 이용하는 한인들도 많았다.
■세무조사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한인이나 세금 추징 케이스를 묻는 질문에는 모든 응답자가 "많지 않았다" 또는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CPA들은 "한인들의 세금 보고가 예년과는 크게 달라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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