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동북쪽 두만강 건너편의 이른바 북간도로 불리는 지역은 중국 내의 유일한 연변조선족 자치주이다.
면적이 4만 평방킬로미터가 조금 넘고 인구는 220만 정도이며 한족, 만주족 등 11개 민족이 섞여 살고 있지만 조선족이라고 불리는 한인이 40% 가량의 다수 민족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한국어가 공용어로 통하고 한인이 정치, 경제, 문화의 주체가 되고 있다. 말하자면 이곳은 중국 속의 한국인 셈이다.
중국 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든 이런 소수민족의 밀집지역이 있다. 소수민족으로서 모여 살기로 으뜸인 민족은 중국인들일 것이다. 특히 동남아지역과 미국에는 대규모의 차이나타운이 형성되어 있어 중국인들의 생활터전이 될 뿐 아니라 다른 민족들도 즐겨찾는 명소가 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대체로 교통이 편리한 도심지역을 차지한다. 서울의 경우만 보아도 지금은 많이 변모했지만 과거에 화교촌이라고 하면 시청 건너편의 북창동과 소공동의 금싸라기 땅이었다. 뉴욕의 차이나타운도 역시 시청 남쪽의 카날 스트릿을 중심으로 팽창해 왔는데 이 지역의 부동산값이 너무 오르자 퀸즈에서도 교통 요지인 플러싱으로 몰려들어 제2의 차이나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중국인들과는 경우가 다르지만 흑인과 히스패닉계도 모여사는 지역이 따로 있다. 흑인들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맨하탄의 할렘이나 히스패닉계 지역인 브롱스가 그런 예이다. 어차피 백인이나 다른 인종들 틈에 끼어 사는 것 보다는 끼리끼리 사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하고 편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현상이다.
백인들도 이민 초기에는 민족마다 특정지역에 모여 사는 양상을 보였다. 예를 들어 펜실베니아주에는 더치라고 불린 독일계 이민자들이 몰려들어 아직도 독일풍이 많이 남아 있다.
퀸즈의 우드사이드에서는 아이리시 술집이 많이 눈에 띄는데 이 곳이 원래 아일랜드계 사람들이 많이 살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인들은 피부색과 모습이 모두 비슷하기 때문에 한 세대가 지나서 언어의 장벽이 무너지면 쉽게 동화된다. 이 점이 유색인종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한인들은 유색인종이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 자연스럽게 코리아타운이 형성되었다. 뉴욕 맨하탄의 브로드웨이와 32가는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코리아타운이다.
주로 한인들이 경영하는 상점이 하나 둘 늘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브로드웨이의 거리가 ‘코리아 웨이’로 명명되었다. 맨하탄이 상가로 시작된 코리아타운이라면 퀸즈의 플러싱은 주거지로 시작된 코리아타운이다. 플러싱에는 한인 거주자가 늘어나면서 상가가 형성되어 이 곳은 주거와 생업이 병행되는 명실상부한 한인타운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와같은 코리아타운이 타민족에게 밀려나고 있는 현상이 엿보이고 있다. 맨하탄 브로드웨이의 상가는 이민 1세들의 은퇴 시기와 때 맞춘 렌트의 급상승 때문에 한인 업계가 위축상태를 보이고 있는데 중국계, 인도계 등 다른 민족이 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플러싱지역에는 중국인들이 급증하면서 한인상권이 노던 블러바드 쪽으로 물러나고 있다. 맨하탄이나 플러싱이나 한인들이 밀려나는 이유는 똑같다. 한인들이 부동산을 소유하지 못해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한인들이 연변지역에 모여 살지 않았더라면 중국 속의 한국인 조선족 자치주는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다. 뉴욕의 할렘에서 흑인 하원의원이 당선되고 브롱스에서 히스패닉 보로장이 선출되는 것은 이 소수민족들이 지역을 매개로 한 공동체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한인들이 한인타운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결코 단합을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인들의 발전을 위해서는 한인타운이 꼭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인타운이 형성되면 한인들의 정치력만 신장되는 것이 아니다. 각종 한인업소들이 들어서면 한인타운 밖의 한인들과 다른 민족의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샤핑지역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명소로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인타운의 부동산 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뛸 것이니 참으로 꿩 먹고 알 먹는 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한인타운을 지키자는 말이 그저 흘려버릴 남의 말이 아니다. 나도 잘 되고 한인이 모두 잘 되는 복음이 아닐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한인타운을 더욱 번영시키는 운동을 벌이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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