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JFK…’ 며칠전 기사의 제목이다. 최근의 전직 대통령 8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1위는 케네디가 차지했고 닉슨은 최하위를 차지했다는 게 기사의 내용이다.
대통령에 대한 점수는 일반 대중과 전문가간에 상당한 편차를 보인다. 케네디 대통령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한마디로 과대 평가됐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젊은 나이에 암살됐고 또 ‘카멜롯 신화’의 화려한 이미지에 현혹돼 케네디 백악관은 과대 포장돼 왔다는 지적이다. 말하자면 내용보다 스타일에 더 점수를 주어 왔다는 이야기다.
닉슨은 반대로 지나치게 과소 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1960년 대선과 관련해 닉슨이 보여준 ‘정치인으로서의 금도’도 새삼 평가받고 있다. 당시 닉슨은 극히 미세한 표 차이로 케네디에게 패했다. 이런 상황에 일리노이주에서 케네디에게 몰표를 준 부정선거의 결정적 증거가 포착됐다.
텍사스, 미주리, 뉴멕시코 등지에서도 부정선거 보고가 올라왔다. 재개표를 하면 당락이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닉슨은 그러나 재개표를 요구하지 않았다. 큰 정치인의 풍모를 보인 것이다. 이런 부문들이 한동안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닉슨과 케네디는 왜 이처럼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을까. 언론과의 관계가 원인일 수 있다. 케네디의 엽색행각, 마피아와의 관계 등을 당시 미언론들은 모르는 체 했다. 닉슨은 반대로 항상 ‘거부세력’으로부터 시달림을 받아왔다.
언론은 항상 체제옹호 편이다. 주류 언론의 비판은 그러므로 제도권 내에서의 비판이다. 미국의 언론도 마찬가지다. 미언론은 기득권층에 속해 있다. 동시에 이데올로기에 있어서는 중간에서 약간 왼쪽으로 기울어 있다.
닉슨은 우파정객이다. 캘리포니아 출신이다. 노선에서 주류 언론과 잘 안 맞는다. 또 아웃사이더다. 이런저런 이유로 닉슨은 워싱턴 인사이더들의 호감을 사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이 한층 거세지면서 정치와 언론의 일각에서 첨예한 대립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노무현의 ‘주요 신문 국유화 발언’이다. "이런 발언을 했다, 안 했다"로 시작된 된 시비가 보수와 진보, 수구와 혁신의 싸움같이 번지고 있다.
보수쪽의 입장을 요약하면 ‘노무현 발언은 무책임한 표퓰리즘의 전형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파괴할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또 이런 ‘대립적 언론관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될 때 한국도 불행하고 그 자신도 불행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혁신측 주장은 대략 이렇게 정돈되는 것 같다. "소비자 주권을 무시하는 독과점 생산자처럼 오만한 정치는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또 과거 여론을 독점한 몇몇 유력 신문들이 대통령 후보들을 제 입맛대로 띄우고 죽이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 ‘신문 국유화 발언’을 새삼 끄집어낸 건 ‘수구세력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노무현 죽이기 획책에 나선 것에 다름 아니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시시비비를 따질 생각은 없다. 판단과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니까 하는 말이다. 또 정치와 언론의 대립현상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정치와 언론의 유착보다는 양자의 대립이 민주사회 발전에 훨씬 바람직한 현상이니까.
그러나 뭔가 본질에 있어 상황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느낌이다. 거짓이냐 참이냐가 문제의 본질인데 엉뚱하게 색깔논쟁으로 흘러가고 있어 하는 이야기다.
여기서 다시 닉슨과 미 언론의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자. 숱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닉슨은 왜 그처럼 점수를 못 받았을까. 기득권층 언론의 반감 때문에? 그 것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워터게이트’란 단어 때문이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함께 닉슨에게는 ‘트리키 딕’(Tricky Dick)이란 닉네임이 붙었다. ‘거짓말쟁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 ‘핑퐁외교의 대전략가 닉슨’ ‘큰 정치인 닉슨’이라는 성가는 하루아침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리고 계속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치지도자에게 말이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노무현 사태의 본질을 그러면 어떻게 보아야 할까. 수구와 혁신의 대립 측면으로만 보아서는 안될 것 같다. 말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정치풍토 조성의 바람으로 파악해야 하지 않을까. 보수(保守)를 하든, 혁신(革新)을 하든 제대로 하려면 그 기반은 정직과 성실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입만 벌리면 거짓말뿐인 정치인. 그 거짓말이 특권이 된 정치판. 정말이지 너무 신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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