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의 혈투 앞에서 미국이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결은 간단히 풀 수 없는 천년의 원한과 미움이 얽혀 있다.
팔레스타인 눈으로 보면 이스라엘은 태어나서는 안될 나라였다. 막강한 세계 유대인 힘을 등에 업고 어느 날 시오니즘의 이름으로 건국된 나라가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이 세워진 1948년은 유대인들에게는 천년의 한을 푸는 감격이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평화의 땅을 강탈당하는 원한이었다. 땅을 빼앗은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이라는 세계적 강국을 만들었지만 삶의 터전을 빼앗긴 팔레스타인인들은 아직도 국가를 갖지 못한 채 자치국으로 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랍인들은 이스라엘을 지구상에서 쓸어내야 한다는 증오심을 쌓아왔다. 수차례 전쟁을 했지만 승리는 번번이 이스라엘 것이었고, 아랍인들의 패배 수모는 더 큰 증오를 만들었다. 아랍국가 모두가 연합해도 한줌이 안 되는 이스라엘을 이길 수 없는 것이 힘의 현실이고, 이 현실은 아랍인들 가슴에 증오의 축을 더 깊이 묻게 했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막강할 수 있는 것은 유대인 특유의 선민의식과 두뇌와 노력 때문이었지만 가장 결정적인 힘은 미국의 지원이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주 가운데 하나라고 할 정도로 미국은 이스라엘의 절대적 후원자였다. 지금도 1년에 20억달러의 미국민 세금이 이스라엘로 가고 있다. 아랍 국가가 아무리 미국과 친해도 미국은 최첨단 무기를 팔지 않는다. 그 무기가 이스라엘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렇게 이스라엘을 절대적 우방으로 지원하는 미국이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매듭지으려는 해결사 노력을 해왔다. 바로 여기에 미국의 한계가 있고 중동평화가 수십년을 제자리걸음하는 본질이 있다.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미국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정직한 중재자가 될 수가 없고, 이러한 한계의 땅에 오사마 빈 라덴 같은 과격주의자가 설자리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팔레스타인의 좌절과 증오는 아리엘 샤론이 이스라엘 총리가 되면서 더욱 불붙기 시작했다. 샤론은 1980년대 국방장관 시절 레바논에서 수많은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어 팔레스타인인들은 샤론을 전범이라고 부르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폭탄을 안고 이스라엘 사람들 속으로 뛰어드는 자살폭탄이 이스라엘을 불안케 하는 가운데 샤론은 탱크를 몰고 들어와 야세르 아라파트를 포위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민족의 운명을 걸고 파국적 대결을 하고 있다. 결단을 못 내렸던 부시 대통령은 테러 중단과 점령지 철수를 요구하는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중동으로 가도록 했다.
자살테러는 비난받아야겠지만, 18세 소녀가 폭탄을 안고 수퍼마켓으로 뛰어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원한과 좌절을 이해하지 못하면 중동의 실마리는 풀 수가 없다. 미움과 증오가 악순환 하는 가운데 미사일과 탱크로 살상하는 이스라엘의 국가적 폭력 앞에 새총과 돌멩이로 저항해야 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절박해질 수밖에 없다. 테러는 규탄되어야 하지만 그들의 절규는 공명을 얻어야 한다. 힘없는 팔레스타인의 폭력은 테러로 지탄되고 힘있는 이스라엘의 폭격은 전쟁으로 정당화 될 때 중동의 평화는 요원해진다.
지금 미국의 중동정책은 커다란 시련에 봉착해 있다. 자살테러를 규탄하는 것만으로는 팔레스타인 문제를 풀 수가 없다. 샤론 정부의 탱크가 아라파트의 사무실을 고립시키고 아라파트가 전기와 물이 없는 상태에서 결사항전을 하는 모습은 세계인들 앞에서 이스라엘을 가해자로, 팔레스타인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
역사가 유대인을 동정하고 세계가 이스라엘 건국을 축복했던 것은 그들의 처절했던 박해의 유랑 때문이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가해자가 될 때 이스라엘은 미국 그늘밖에는 설 땅이 없어진다. 이스라엘이 아랍인들의 가슴에 박힌 증오의 축을 뽑아내지 못할 때, 이스라엘은 무서운 재앙을 향해 발길을 옮기는 것이 된다.
샤론은 이번 기회에 테러리스트를 발본 색원하겠다고 하지만 총을 든 테러리스트는 제거할 수 있어도 팔레스타인 가슴에 불타는 분노와 증오는 뽑아낼 수가 없다. 증오의 가슴은 어느 때고 자살 폭탄을 안을 수가 있고, 그 자살 폭탄이 핵폭탄이 될 때 이스라엘은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을 만날 것이다.
테러는 중단되고 점령군은 떠나야겠지만, 그것만으로 중동 평화의 봄은 오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사고의 대전환을 하는 결단을 내릴 때 오늘의 시련은 미래의 희망이 될 수가 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편드는 것을 중단하고 공정한 중재자가 되는 것이 예루살렘에 평화의 종소리가 울리게 하는 첫걸음이다. 미국은 예루살렘에 평화의 종을 울릴 수가 있다.
kwangj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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