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신회사가 수지 안 맞아 외면해온 작은 마을 지역 정부들이 자체 초고속 인터넷망 건설 붐
펜실베니아주 더치 카운티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쿠츠타운은 인구 5,000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지만 남다른 자랑거리가 많다. 매년 열리는 아미시 축제는 애플버터와 당밀 파이로 유명하고, 메인 스트릿은 소박한 외관의 건물들이 줄지어 섰고, 나무로 지은 야외음악당이 있는 마을 공원과 하드웨어 스토어 앞 자판기에서는 15센트에 캔디를 살 수 있다.
최근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지역 정부가 곧 모든 주민과 사업체에 초고속 인터넷을, 그것도 다른 곳보다 훨씬 싼 가격에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쿠츠타운은 최근 들어 자체 초고속 인터넷 시스템을 구축한 미국 내 100개 도시의 하나이다. 이들 도시 중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팔로알토나 보스턴 근교의 브레인트리 같은 곳들은 예산이 남아돌아서, 혹은 이미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경우지만 쿠츠타운은 사정이 좀 다르다. 버라이즌 같은 대규모 서비스 업체가 들어올 때를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자체 시스템을 만든 경우이기 때문이다.
미국 공공전력협회의 통신서비스 책임자인 론 런트는 "이들 타운은 워낙 규모가 작아서 서비스 업체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투자에 대한 회수비율이 낮아 현재로 봐선 서비스 업체들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미 4대 지역전화 회사의 하나인 텍사스의 SBC 커뮤니케이션즈가 지난해 가을 전국적인 통신망 확충작업을 중단했고 정부 정책의 불확실함도 외딴 지역에의 투자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대형 도시에는 전화회사의 DSL과 케이블 TV 회사의 케이블 모뎀의, 두 가지 형태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 반해 인구 1만명 미만의 소도시의 경우엔 5% 미만이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쿠츠타운 주민들도 지금까지는 케이블 TV회사인 서비스 일렉트릭 케이블 TV가 제공하는 케이블모뎀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점차 자체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타운과 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켄터키주에서 가장 인터넷망이 잘 발달된 타운으로 꼽히는 글래스고는 1980년대 말 최초로 독자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했고 조지아주의 라그랜지도 케이블TV 가입자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전력협회에 따르면 공공 인터넷망의 서비스 요금은 한 달에 33달러 선으로 상용 서비스보다 최소한 20% 싸다.
그러나 요금이 싸다고 해서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쿠츠타운의 광통신시스템은 케이블 모뎀보다 10배, DSL 보다 20배, 전화모뎀에 비해서는 무려 225배 빠른 속도로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다.
쿠츠타운으로 하여금 사이버스페이스에 뛰어들게 만든 요인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도 지역 전력회사에 팔 만큼 풍부한 전력을 생산하는 독자적인 발전소가 있어 이미 이서넷(ethernet) 시스템 장비와 이를 관리할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또한 쿠츠타운의 주택 가운데 절반 가량이 인근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임대되고 있어 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은데다 타운 행정담당관이 토목공학자여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거리낌이 전혀 없다는 점도 큰 보탬이 됐다. 무엇보다도 몇 년 전 버라이즌사에 DSL 서비스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던 일, 지역 케이블 TV 회사에 이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참여해 통신망을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가 실패한 사실 등이 타운으로 하여금 자체 통신망을 구축하게 만들었다.
쿠츠타운 공무원들은 460만달러를 들인 이 새로운 시스템이 가정과 기업체에 인터넷을 고속으로 연결시켜 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전기 및 수도 계량기에 네트웍을 연결시킴으로써 현재 계량기로는 열흘 이상 걸리는 전기 및 수도 사용량 데이터 수집작업이 단 두 시간에 끝날 수 있게 되고, 주민들은 인터넷 가입비에서부터 쓰레기 수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부 서비스의 요금을 한 장의 청구서에 통합시킬 수 있다.
만일 타운이 전화회사와 ‘보이스 오버 인터넷’ 시스템(인터넷망을 통한 전화) 서비스 제공 계약을 맺는다면 주민들은 10자리 번호를 모두 누르는 대신 컴퓨터에서 4자리만 클릭해 이웃과 통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시스템은 또한 대피 등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치구역 내에 있는 모든 가정에 5분 이내에 경보를 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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