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해서 남북전쟁 참전용사 묘석 복원한 남자
▶ 카운티는 훼손 금지 명령, 후손들은 감사 표창
훼손이냐, 복원이냐? 남북전쟁 때 전사한 무명용사들의 묘석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복원해온 한 개인의 작업을 놓고 훼손이라는 당국과, 복원이라는 남북전쟁 용사 자손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은 캘리포니아의 샌타애나 공동묘지. 이 곳에서 지난 3년 반 동안 붓과 정, 드릴을 꺼내들고 483명의 무명용사 묘석을 복원해온 지니오 플랫에 대해 오렌지카운티의 묘지 관할구 이사회가 중지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지난달 플랫이 더 이상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한 시책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이를 플랫에게 통고했다. 플랫이 역사적인 묘석들을 파괴시킬 가능성이 있고, 남북전쟁의 기념물들은 연방정부 소속이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마침 전국 규모의 단체인 ‘남북전쟁 참전용사의 아들들’이 플랫에게 공로상을 수상하기로 한 시점에 내려진 것이어서 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단체의 대표인 조지 L. 하웰은 "작업을 끝내지 못하게 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라면서 "그는 역사와 또 여기에 묻힌 미국 영웅들에 대한 기억을 보존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쨌든 ‘남북전쟁 참전용사의 아들들’은 이번 결정과 무관하게 플랫을 예우하기로 했고, 플랫의 이름은 펜실베니아주 해리스버그에 있는 국립 남북전쟁 박물관에 전시된 공로상 수상자 명단 현판에 새겨질 예정이다.
묘지 관할구 이사회를 임명하는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가 채택한 새 시책은 묘비 등 기념 건조물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작업은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플랫을 겨냥한 것이라고 이사의 한 사람인 모린 리버스는 말했다. 그녀는 "그는 지난 3년 반 동안 그 작업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 일이 어느 만큼 영향이 큰 것인지 직접 가서 보기 전까지는 깨닫지 못했었다. 그 묘석들에 손을 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묘석들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플랫이 비밀리에 몰래몰래 작업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 그는 묘석들 만큼이나 묘지에 붙박이처럼 앉아 일했다. 매일 붓과 정, 드릴을 갖고 일하는 모습이 너무나 친숙해져 관리인들은 그를 동료처럼 대한다. 이번 결정이 난 후에도 한 관리인은 그에게 "난 당신 편이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거의 매일 적으면 하루 2시간, 많으면 해질 때까지 묘지에 앉아 묘석을 깨끗이 닦은 후 흰색 봉인을 덧바르고 새겨진 글씨들에 금을 입히는 복원작업을 해왔다. 묘지 입구에 ‘남북전쟁 무명용사들을 위하여’란 문구와 함께 세워진 8피트짜리 독수리상도 손을 보았다. 그런 그에게 공화당 의원인 로레타 산체스와 샌타애나 역사 보존학회는 상을 주었다.
사실은 올해 64세인 플랫 역시 묘석들처럼 세월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팔의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며칠 병원에 입원했었고, 관절염과 당뇨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7년간 레이더 기술자로 공군에 복무했던 그는 제대 후에는 식품가게를 운영하며 식당 리모델링 사업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 98년 세상을 떠난 아내 진의 무덤을 찾아왔다가 이 무명용사들의 묘석을 보게 되었고, 그 묘석들 자체가 마치 큰 전쟁을 겪은 듯 황폐해져 있어 스스로 나서 복원하기로 한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그의 복원작업이 묘석에 싸구려 외양을 입혀 그 역사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의 노력을 후원하는 서명운동을 벌여 200명의 서명을 받았다.
플랫은 자신이 묘지 관계자로부터 승인을 얻었다고 말한다. 샌타애나 묘지의 전 관리인이었던 빌 스테틀러도 플랫이 처음 작업을 시작할 때 구역 총책임자인 샘 랜들의 승인을 받았다고 플랫의 편을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랜들이 플랫에게 복원비 1,000달러를 지불하겠다고 제의, 플랫이 단호하게 거절한 적이 있지만 랜들은 자신이나 위원회가 승인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묘석 작업을 하는 도중 한 일꾼이 복사본을 갖다 주어서, 자기에게 상의 한마디 없이 내려진 이번 위원회의 결정을 알게 된 플랫은 "그들이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최소한 여기로 찾아오는 성의는 보여야할 것"이라고 섭섭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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