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때문에 삶의 터전 빼앗긴 야생동물들 살리기
▶ 누구나 할 수 있는 ‘뒷마당 서식지 조성 프로그램’
메릴랜드주 루더빌에 사는 섀런 딕의 뒷마당은 고작 어린이 놀이터의 모래상자 만한 크기지만 어디 한군데도 빈틈 없이 입주자들의 배를 불리는 일에 알뜰살뜰 사용되고 있다. 이 마당의 입주자는 2,000여마리의 개구리, 100만마리 정도 되는 벌, 그리고 만만찮게 들락거리는 새, 나비, 박쥐들이다.
그녀 스스로 "정원이라기보다 야생동물들을 위한 찬장 정도로 생각한다"는 뒷마당에는 그 용도를 확실하게 증명해 주는 새 모이통이 놓여 있다. 즐비하게 늘어선 화초와 관목, 나무들은 언뜻 식품이란 느낌을 주지 않지만 알고 보면 흰 즙을 내는 잡초들은 남하하는 왕나비 떼를 위한 것이고, 말린 국화는 황금 방울새들이 좋아하는 엉겅퀴 대용이며 층층나무 딸기와 포도는 겨울을 나는 새들과 다람쥐, 너구리들을 위한 것이다. 봄이 되면 이곳엔 개구리들의 먹이인 벌레들을 꾀기 위해 태양열을 이용한 전구가 켜지고, 수백 그루의 카나리아가 벌을 맞이하기 위해 꽃을 피운다.
매년 이맘때는 딕의 뒷마당이 가장 조용한 시기. 개구리들은 딕이 결빙 지점 아래로 땅을 파서 멋지게 꾸며준 겨울잠 별장에서 쿨쿨 자고 있고, 물고기들은 연못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있으며 벌들은, 아니 번데기들 역시 그녀가 제공한 수백 개의 튜브 속에서 편안히 겨울을 나고 있다. 새와 나비들도 거의 남쪽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바로 이맘때야말로 우리가 인간들에 의해 알게 모르게 많은 피해를 입은 작은 생물들을 위해 뭔가를 준비하는데 시간을 활용할 절호의 찬스다. 그리고 이에 착안해 시작된 운동이 바로 ‘뒷마당 서식지 조성 프로그램’이다.
국립야생동물연합(NWF)의 뒷마당 서식지 조성 프로그램 담당 데이비드 미제예스키 국장은 "프로그램의 기본 개념은 사람들에게 자기 집 뒷마당에서 야생동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딕은 91년부터 이 프로그램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녀가 하는 일은 인간들에 의해 짓밟히거나 아니면 오염물질에 중독된 작은 야생동물들을 위해 네 가지 기본 생필품-먹을 것과 마실 물, 숨을 곳과 새끼들을 낳고 기를 장소-을 제공하는 것이다. 새, 박쥐, 나비, 벌과 개구리들이 주 수혜대상이다.
그녀는 "개발이 동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우리가 이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상은 작은 뒷마당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그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다시 조성해 주는 것이야말로 인간들이 야생동물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NWF가 지난 1973년 시작한 이 뒷마당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3만명 이상의 주택 소유주들이 참가, 서식처 인증서를 획득했다. 최근에는 학교, 사업체, 그리고 마을 차원에서 조성 프로그램에 참여, 집단으로 서식보호처 인가를 받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뒷마당이 없는 아파트의 주민들도 발코니에 나비들을 위한 작은 정원을 만들고 있다.
미제예스키 국장은 "처음에는 새 모이 주는 일로 시작했다가 좀 지나면 꽃을 심게 되고, 그러면서 점차 빠져들게 된다"면서 "약간의 돈과 공간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딕의 뒷마당이 좁은 공간을 알차게 활용한 모범 케이스라면 그녀의 이웃에 사는 수잔 용커스의 뒷마당은 무려 2.5에이커에 이르는 대규모 서식처다. 조성된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정원이지만 벌써 NWF 표지판까지 내 걸린 공식 뒷마당 야생동물 서식보호처로 승격됐다. 용커스는 야생동물들의 먹이인 토종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래 수입 식물을 심지 않고, 또 자동차보다도 더 환경을 오염시키는, 개솔린으로 움직이는 잔디 깎기나 잡초 제거기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봄이 되면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다는 그녀는 그러나 한번은 온실에서 독수리가 새를 잡아먹는 끔찍한 광경을 어쩔 수 없이 지켜봐야만 했다. 자연의 세계에 간섭하지 않는 것, 그리고 주어진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하는 일 역시 배고픈 동물들을 먹이는 일 만큼이나 서식처 조성운동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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