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년 가운데 거짓말을 해도 괜찮다고 믿는 날이 있다. 4월 1일 만우절(April Fool’s Day)이 바로 그 날이다.
만우절은 서양풍습이다. 기원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모두 확실한 근거는 없다고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이야기는 프랑스의 풍습.
16세기 프랑스에서 1년의 시작은 4월1일이었다. 율리우스력에 의해 그 날은 새해를 처음 맞이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562년 Pope Gregory13세가 오늘날과 같은 새로운 달력인 그레고리력을 서방 세계에서 가져오고, 1564년 프랑스의 왕 찰스 9세가 역법의 변화를 공포했다.
새해의 시작이 종전의 4월1일에서 1월1일로 바뀌게 됐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역법의 변화에 따른 1월1일 신년의 시작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4월1일이 새해의 첫날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예전처럼 4월1일 새해 파티를 하고, 신년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사람들은 이들을 4월의 바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장난 삼아 그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해주지 않아 이들이 여러 사람에게 놀림감이 되도록 한 것이, 바로 프랑스 만우절(Le premier d’avril)의 기원이다.
현재 프랑스 국민들은 4월1일 만우절을 주위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장난을 치며 보내는 날로 여기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의미 있는 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에 다니는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도화지에 물고기를 그려서, 테이프 등으로 친구나 주위사람 또는 한눈 파는 사람의 등이나 옷자락에 종이 물고기를 붙이는 장난을 친다고 한다. 장난을 친 아이들은 자기 등에 물고기가 붙어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한 사람에게 “물고기 날(Poisson d’avril)”이라고 부르며(놀리며) 즐거워한다고.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도 4월 1일을 ‘April fool’s day’라고 해서 사람들이 악의 없는 거짓말을 하면서 상대를 감쪽같이 속아넘어가는 것을 즐기고 있다. 심지어 신문 등 언론에서도 그럴싸한 거짓 기사를 보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의 조상들도 서양의 만우절과 유사한 풍속을 즐겼다고 한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첫눈이 내리는 날에는 궁인들이 임금을 속여도 죄가 되지 않았던 것. 첫눈 오는 날에 빈이나 궁녀들은 임금에게 내용물도 없고 겉만 화려하게 포장된 선물을 보내곤 했다.
선물을 열어본 임금이 스스로 속았음을 알고 난 뒤에도 이날만큼은 웃어 넘겼다고 한다. 눈을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 그런 첫눈이 내리는 날 임금을 속여도 너그럽게 눈감아 주었다니 우리 조상들의 여유와 낭만이 느껴지는 듯하다.
4월 1일은 만우절이다. 일년 가운데 유일하게 선의의 거짓말이 허용되는 날. 거짓말에 대한 독일속담에 “거짓말에는 세금이 안 붙는다. 그러므로 온 나라에 거짓말이 넘쳐나고 있다”는 말이 있고, 스웨덴 속담에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이가 하나씩 빠진다면 이가 성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라는 말도 있다.
또한 인생에 지침이 될 만큼 좋은 시구들을 모아 엮은 경전인 법구경에서는 “거짓말을 하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처럼 거짓말이 도덕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때로는 악의 없는 거짓말이 웃음을 자아내고 명랑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
흔히, 만우절날 통용되는 거짓말이란 유머에 가깝고, 선의의 거짓말이지, 악의가 들어 있어서는 곤란한 것들이다.
만우절의 풍습은 악용하면 혼란과 감정을 상하게 하지만, 올바르게 이해하고 잘 살린다면 멋있는 풍속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선의의 거짓말을 해서 딱딱해진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주고 인간 관계를 부드럽게 해준다면 만우절의 풍습이 생활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인사회의 만우절 풍속은 어떤가? 한인들 대부분은 잊지 못할 추억과 웃음을 안겨줬던 만우절을 별 의미 없이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4월1일 만우절을 앞두고, 가정이나 직장에서 생활을 윤택하고 재미나게 지낼 수 있는 기지와 슬기로움이 물씬 풍기는 악의 없는 거짓말 하나 정도를 미리 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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