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A 한인 은행에 100만 달러 이상 예금한 백만장자가 200여명에 달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미국 은행은 물론 한인 은행 전부가 포함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한인 부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폭동과 불황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인 사회는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증표다.
이들이 어떤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절대 다수가 자영업자로 봐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자영업이 부를 축적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란 것은 여러 조사 결과 밝혀진 바 있다. 포브스가 매년 발표하는 억만장자 리스트에 오른 사람도 대부분 기업을 창시했거나 물려받은 사람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거부 중 주식 투자로 돈을 번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16년째 실시하고 있는 포브스 억만장자 리스트 선두에 매년 랭크되어 있는 사람 중 주식으로 부자가 된 사람은 워런 버핏 하나뿐이다.
미 주식은 지난 70년 간 매년 평균 10% 이상 올랐다. 매년 10%씩 복리로 늘어나면 1,000 달러도 70년 후면 100만 달러로 불어난다. 좋은 주식을 골라 유리할 때 샀다 팔았다 하면 단번에 백만장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주식 경험이 짧은 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인구의 절반이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도 주식으로 한 밑천 잡는 이는 드물다. 왜 일까.
전 재산 350억 달러로 520억 달러를 가진 빌 게이츠에 이어 두 번째 갑부인 버핏은 절대 비싼 물건을 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40년째 평범한 집에서 살며 아직도 미제 중고차를 몰고 다닌다. 이같은 그의 생활철학은 주식 투자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객관적 지표로 따져 비싸다 판단되면 아무리 전망이 좋다고 아우성쳐도 사지 않는다.
수 년 전 인터넷과 닷컴 매니아가 월가를 휩쓸 때 그는 테크놀로지 주식이라면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며 너무 비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 때문에 수익률이 평균을 밑돌게 되자 ‘버핏도 이제 한물 갔다’는 비판 여론이 쏟아졌지만 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하이텍 버블이 터지자 그에 대한 비난은 ‘그래도 역시 버핏’이라는 찬사로 바뀌고 있다.
주식 투자가 어려운 것은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특정 주식이 계속 오르면 거기에 올라타고픈 것이 인간심리다. 이런 현상이 1년, 2년이 계속되면 그 동안 회의적이던 사람들까지 ‘지금이라도 뛰어들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욕망과 ‘지금 막차를 놓치면 혼자서만 뒤진다’는 두려움에 굴복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고집을 꺾지 않는 사람에게는 ‘옆 집 A도 갑부가 됐고 뒷집 B도 횡재를 했는데 당신은 뭘 하고 있느냐’는 비난과 조롱이 쏟아진다. 설상가상으로 언론에서는 전문가들을 인용, ‘불경기란 내 사전엔 없다’는 식의 낙관론을 연일 대서 특필한다. 주가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성층권으로 진입한 지 오래지만 아무도 여기 대해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다. 전형적인 버블 형성과정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도 있듯이 인간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집단 생활을 해왔다. 인간에게 내려지는 형벌 중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집단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다. 주식 투자가 어려운 것은 먼저 가치 있는 투자 대상을 찾는 혜안과 함께 보이지 않는 집단의 압력과 유혹을 견뎌낼 의지를 겸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 최대의 금융 재벌이었던 네이던 로스차일드는 "투자를 할 때는 거리에 피가 흐를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그럴 때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이래서 안 좋고 저래서 안 좋고 무조건 안 좋다’는 이야기가 지면을 가득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시가 시산혈해로 뒤덮이자 전 세계 언론은 "경기까지 안 좋은 데 테러까지 나다니 미국은 이제 망했다"는 기사를 연일 내보냈다. 그러나 그 후 나스닥은 수개월 사이 40%나 폭등했으며 테러 6개월 후인 지금은 ‘언제 미국에 불경기가 왔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주는 미 주가가 사상 최고를 기록한 지 만 2년이 되는 주다. 2000년 3월 이후 나스닥은 70%, S&P 500 지수는 30% 하락했다. 그런데도 요즘 쏟아져 나오는 경제 뉴스는 장밋빛 일색이다. ‘이제 경기는 완연히 회복됐으며 부동산은 절대 가라앉지 않는다’ 등등. 주가가 역사적 평균의 두 배의 이상으로 과대 평가 돼 있는데도 투자가들의 낙관 지수는 사상 최고다. 주가 폭락 직전까지 ‘영원한 호황’을 부르짖던 자들은 전과를 뉘우치기는커녕 더 큰 목소리로 손님을 부르고 있다.
잘못된 투자 결정은 하기 쉽다. ‘모든 사람이 하기 때문에 나도 한다’는 심리적 안도감 속에 내려지기 때문이다. 반면 올바른 투자 결정은 고통 속에 이뤄진다. 유형 무형의 수많은 압력과 싸운 끝에 내려지는 결단이기 때문이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천국과 투자에 공통되는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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