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creativity)이란 과연 무엇을 말하며, 또 측정을 어떻게 하는지요?" 10년째 영재 반을 가르치고 있는 현직 교사인 한 제자가 물었다.

"얼마 전 우리 반에서 식물원(botanical garden)에 견학(class trip)을 갔었습니다. 거기에서 가장 신기하였던 것이 공중에서 자라는 식물들이었습니다. 방 하나의 공간 속 공중에 식물들이 있었는데, 어디에 매달아 놓은 식물(hanging plant)이 아니고 뿌리가 있다고는 하는데 그냥 공중에 떠 있었습니다. 하도 신기하여 저까지 포함한 반 전체가 모두 그 식물에 관심이 컸습니다. 어떻게 자라며, 물은 어떻게 섭취하며, 번식은 어떻게 하나 등등 말입니다. 그 견학 후에 ‘식물원 견학’을 주제로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예상대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중에서 자라는 식물에 대해 썼습니다. 영재 아이들답게 몇 학생은 그런 식물에 대해 연구까지 하여 쓴 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글은 아주 달랐습니다"(그 글의 주 내용만 다음에 간추려 본다)

"…그런데, 나는 벽 한 구석, 아무의 시선도 와 닫지 않은 곳에서 조그마한 흰 꽃을 하나 발견했다. 내가 땅에 펄썩 주저앉았는데도 선생님도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그때엔 모두가 공중에서 흙이 없이 자라는 식물을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마치 음악회(concert)에서 무대에 나온 음악가에게 온 시선이 가 있는 것 같이… 나는 ‘다행이구나’ 생각하고 그 꽃을 내려다보는데 내가 하도 키가 커서 그 꽃과 대화를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드러누우니까 겨우 꽃과 내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네 뿌리에 흙이 없어도 잘 자라는구나!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왜 너를 다 무시하지?’ 대답이 없었다. 불쌍해서 꺾어 오려다가 혹시 공중에서 자라는 꽃보다 더 강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이 꽃은 그 딱딱한 시멘트(cement) 벽을 뚫을 힘이 있으니까!

많은 관중의 시선과 박수 갈채는커녕 자기를 한 번 봐주는 사람도 없는데… 그런 외로움도 견디어 낼 수가 있구나!"

시집을 2권이나 발간한 시인이기도 한 그 교사는 "다른 학생들보다 그 차원이 높지 않습니까? 이 학생은 이미 인간의 삶을 생각하고 고생(딱딱한 시멘트)과 인간의 힘, 또 이 나이에는 도저히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인간의 외로움을 쓴 글입니다. 과연 창의력이란 무엇을 말합니까? 무엇인지를 알면 평가는 그런 대로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교수의 답은 다음과 같다.

"창의력은 꼭 ‘이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큰 바다의 정의를 내리는데 하나의 컵에 바닷물을 담아 이것이 바다라고는 할 수 없다. 그 것은 한 컵의 바닷물에 불과하지 ‘바다’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컵에 담긴 물이 무궁무진하게 많을 때 바다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 역시 아니다. 바다의 온도 바다의 날씨, 또 바다 안의 생태계(고기와 식물)… 무궁무진하게 많을 것이다. 창의력도 마찬가지다."

창의력은 크게 나누어 여덟 가지가 있다(F. William 연구, Classroom Ideas for Encouraging Thinking Feeling, p 203).

1. 상상력(imaginative intuition)
2. 복잡한 생각(complexity, challenge)
3. 모험성(courage, risk taking)
4. 호기심(curiosity, willingness)
5. 다양한 생각(elaborate thinking)
6. 고유의 생각(original thinking)
7. Flexible thinking
8. Fluent thinking으로 나누어 질 수가 있다.

1. 상상력-이 학생이 쓴 글은 놀라울 정도의 창의력을 품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것이 단순히 어떤 벽 틈 사이에서 자라는 한 어느 작은 꽃에 대해 쓴 글이라면 보잘것없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고 이 작품은 (1)인간의 외로움 (2)인간의 고뇌, 고통을 그린 것이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외로움을 그저 혼자 있는 것에 비한 것이 아니고 음악회에서 받는 박수갈채를 배경으로 비교했다. (3)imagery와 상징은 시멘트 벽, 뿌리 없는 식물, 하얀 작은 꽃 등을 썼다. 이 글이 나중에 상까지 받게 된 원인은 6학년 학생이 그저 자기 자신의 실제 경험만을 토대로 쓴 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자기의 실제 경험이란 벽을 뚫고 핀 꽃을 봤다는 것뿐이다. 6학년 학생치고는 너무나 폭이 넓고 깊은 상상력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발달과정을 보면 상상력의 발달은 아이칸익 단계(iconic stage, Jerome Bruner의 연구)부터이다. 간단히만 다시 소개하자면, 아이가 처음 태어나서 빠르면 벌써 사물을 보지 않고도 연결을 시켜 사실이라고 알게 된다(독서의 이해, 전정재 저). 필자의 아들이 아마 4개월 정도였을 것이다. 빨리 재워 놓고 나가려고 모든 만반의 준비를 종전과 똑같이 하고 재우는데 그날따라 떼를 끝까지 쓰고 자지를 않았다. 할 수 없이 우는 아이를 그냥 두고 갈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도대체 왜 그랬을까를 생각해 보니 그 날 유난히 부지런히 준비를 하느라고 향수를 발랐던 기억이 났다. 즉, 비록 4 개월밖에 안 돼 말로 표현도 못하는 나이라도 향수를 뿌리는 것을 보지는 못했어도 이미 향수와 어머니의 외출과 연결을 시킨 것이다. 또 향수 냄새가 안 난다는 말은 엄마가 집에 있다는 논리(deduction)를 감지한다는 것이다. 즉 향수라는 실제 사물을 보지 않아도 연결을 시켜, 이미 향수냄새와 외출이라는 개념파악을 한 것이다. 이것을 인식단계(iconic stage)라고 한다. 아이가 4개월이었는데 절대로 빠른 나이가 아이라는 것을 알린다. 이 인식단계는 상상력의 근본 바탕으로서 이렇게 어린 나이에 발달이 시작되어 가장 왕성한 것이 2~3세이다.

그러나 많은 학자들은 이런 인식단계는 2세 이전이라고 생각을 하나 2~3세 전에는 아기들이 보통 언어의 표현이 부족하여, 과연 이 상상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측정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구 소련의 심리학자 초코브스키(Chukovsky)는 이런 상상력이 6세 정도면 점점 감소된다고 한다(From Two to Five). 그것의 가장 큰 원인은 아이들이 학교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해야지! 어떻게 해야지!’ 등을 배우기 때문에 더 이상 상상력 발달을 할 기회가 희박해진다.


2. 복잡한 생각(complexity, challenge)-이것은 상상력이 발달된 후 그 다음단계로 발달이 된다. 4학년 social studies 반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금부터 30년 후에 학생들은 몇 살이 되겠고, 그 때 성년이 된 후의 우리 세상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이 변화를 의, 식, 주, 교통, 직장, 오락 등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써보라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이 예측한 가능성이 왜 가능하고 왜 가능하지 않을지를 써 보라는 과제이다.

영재 학생들은 기발한 상상력을 갖고 그 생각을 복잡하게 전개해 나가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 같은 학생들이 자기네 생각을 논리에 맞게 정리정돈을 하고, 또 정리한 것을 서로 연결 지어 이론에 합당하게 써 나가야만 할 때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시 말해서, 상상력도 풍부하고, 또 그 상상력을 여러 분야로 넓혀나갈 때 말로 서로의 토론에서도 별 문제가 없는 학생들이 이를 필기화 하는데는 문제가 심각하였다. 그렇다면 그 문제는 쓰는데 있는 것인가? 혹은 다른데 있는 것인가? 다른 곳이라면 과연 그 문제는 어디에 있나?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우선 정리정돈을 한 후라야만 가능하다. 즉 글 쓰는 사람들이 다 경험하였겠지만 덮어놓고 써나가면서 쓰는 도중에 생각이 정리 정돈되어 가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것과는 반대로 읽는 일은 ‘생각하는 과정’(cognitive process)이라고 하더라도 읽고 난 뒤에 생각의 정돈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쓰는 것은 생각의 정리 정돈을 한 후에 쓰게 된다. 즉 그 과정으로만 봐서는 쓰는 과정과 읽는 과정은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결론: 제 아무리 상상력이 강한 창의적인 영재라 하더라도 이 상상력을 날개 삼아 다음 단계로 발달되어야 한다. 그 다음 단계의 보통 걸림돌은 생각하는 능력의 제한이 아니고 그 생각의 능력을 정리 정돈하고 연결시키는 능력이다. 이것은 주로 읽기보다는 쓰기 발달에 의존한다.

(추천독서 목록과 학습방법이 자녀의 독서수준별로 된 것이 있습니다.) 문의 (909)861-7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