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야생 원숭이를 잡을 때 바구니에 사과를 담아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는다고 한다. 원숭이가 손을 넣어 사과를 꺼내려고 할 때 사과를 집으면 손이 절대로 빠지지 않도록 되어 있다. 사과만 포기하면 손을 빼고 도망칠 수 있지만 끝내 사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사람에게 붙잡히고 만다는 것이다. 결국 사과 하나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귀한 목숨을 잃거나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렇다면 동물보다 지혜로운 인간은 어떠한가? 인간의 탐욕이란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강하다. 곽말약이란 사람은 소설 속에서 노자와 같은 인물도 먹고 싶다, 마시고 싶다, 살고 싶다고 하는 본능적 욕구에서 탈피하지 못한 인간으로 표현했다. 하물며 평범한 우리들은 욕심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욕심을 버리는 일 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금년 들어 한인사회에는 자살사건과 가정폭력으로 경찰에 체포되는 불행한 일들이 유난히 많이 일어났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지나친 욕심이다. 남들보다 빨리 돈도 벌어야 하고, 좋은 집도 사야 하고, 아이들도 반드시 명문학교에 보내야 하고… 욕심은 끝이 없다. 바닷물로 갈증을 달래려고 하는 사람처럼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강한 갈증에 시달리고 욕심이라는 덫에 걸려 인생을 포기하거나 불행의 늪에 빠진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LA 지역에서 자살한 한인의 수가 무려 60여명이라고 하니 한 달에 두 명 꼴인 셈이다. 가정폭력으로 체포된 한인이 남가주에서만 연간 6,000명 정도나 된다니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날로 심각해져 가는 한인사회의 자살과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치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 부지런히 일하는 것을 탓할 사람이 있겠는가? 가정과 가족의 평화를 생각하면서 지혜롭게 일하고 남과 견주어 자신을 폄하하는 생각을 버리고 한 단계만 낮추어 살면 안 되는 것일까?
지난해 이민 온 30대의 조카가 아직은 쓸만한 중고차를 팔고 새차를 월부로 구입했다. 처음 이민 왔을 때 내 경험을 얘기해 주면서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여유 있게 살라고 충고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모두 좋은 차를 탄다면서 새차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해 새로 시작하는 이민생활이 페이먼트라는 올가미에 씌워져 힘겹게 가게 되었다.
똑같은 경험을 하고 후회하면서 깨달은 바를 진심으로 충고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수입에다 지출을 맞추어야 하는데 많은 한인들은 지출을 먼저 결정지어 놓고 수입을 맞추려 드니 문제다.
그렇게 되면 남편은 가정을 돌볼 틈도 없이 일에 매달려야 하고 쉬지 못하니 스트레스가 쌓여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고 경제적으로 안정될 만하면 건강을 잃는다. 가정파탄이라고 하는 실패는 어떠한 사회적 성공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다.
가정의 파괴는 곧 인류의 불행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아무리 사는 일이 힘들더라도 부부간에는 서로가 상대방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상처가 치유된다. 상대방의 아픔은 생각 않고 내 아픔만 치유하려고 하는 생각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장년층에서 자살률이 높은 이유가 생활 속에서 쌓인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부터 버릴 것은 버리고 줄일 것은 줄여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갖도록 하자. 과거 우리 조상들은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위험수위에 도달하면 어느 한쪽이 물러서는 지혜로움이 있었는데 반해 오늘날 부부들은 물러설 줄을 모르고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큰 오산이다. 확실히 돈이 많으면 비록 행복을 돈으로 살수는 없다고 해도 적어도 돈이 없는 사람보다는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00만달러를 가진 사람이라 해서 10만달러밖에 없는 사람에 비해 열 배나 행복한 것은 아니다.
라 로슈푸코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작은 일에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자살과 가정폭력으로 우울한 요즈음 인생의 극단적 불행을 막기 위해서는 지나친 물욕에서 한발쯤 떨어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마음을 비운다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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