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매장 전세계에 5천여개, 아직 성장 가능성 커
38세의 영화작가 지망생 마이클 거스가 보라색 벨벳 안락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을 놓고 나른하게 봄날 오후를 즐기고 있는, 벽난로가 있는 널찍한 방은 그의 집 거실이 아니다. 동네 ‘스타벅스’다.
몇주 전 뉴욕주 마운트 키스코로 이사온 그는 벌써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책방을 한번 둘러보고는 스타벅스에서 오후를 보내는 버릇이 들었다. 안락한 의자와 편리한 시설, 다른 커피 애호가들과 만날 기회가 그를 매일 이곳으로 이끌어 커피 한잔 마실 시간 이상 붙들어두지만 매니저 리치 벤슨은 "너댓 시간씩 죽치는 사람들도 많다"며 대수롭지 않아 한다.
스타벅스는 고급 커피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유럽의 카페를 연상시키는 ‘체험’까지 판다. 종업원들도 ‘바리스타스’라 불리고 메뉴판에도 이태리어를 많이 썼다. "코카콜라와 달리 스타벅스는 소비자가 소비하는 제품일 뿐만 아니라 장소이기도 하다"고 시애틀의 작은 커피 소매점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바꿔놓은 사업가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은 말한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스타벅스 매장은 5,100개로 그중 해외 매장이 1,000개쯤 됐다. 그 대부분은 스타벅스와 고급 커피 장사가 같이 뜬 지난 10년 사이에 연 것들이다.
스타벅스는 그저 식당이나 도넛 가게에서나 마시는 것으로 여겨지던 평범한 음료 커피를 ‘라이프스타일’의 선택 사항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앞장섰다. 그러는 과정에서 스타벅스 자체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었으며 ‘비즈니스 위크’지가 선정한 가장 급속히 성장하는 브랜드로, 18억달러 가치의 대기업이 됐다.
’펩시콜라’ ‘드라이어스 그랜드 아이스크림’ 같은 회사와도 공동 제휴하고 있는 스타벅스의 이미지가 하도 강해 이제 이 회사도 클 만큼 큰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샌프란시스코의 자산분석가 크리스틴 코버는 "그렇게 생각하면 실수"라고 단언한다. 2000년도 조사 결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63%가 스타벅스 상표를 인지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코버는 아직도 미국 내외에서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말한다.
통근객들이 얼른 한잔 사 가지고 나가는 뉴욕 도심과 달리 교외지역 스타벅스들은 사람들이 와서 느긋이 즐기는 곳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이 회사의 뉴욕지역 대변인 앨런 힐로위츠는 말한다. 본사가 매니저들에게 그 매장이 속한 커뮤니티의 독특한 맛을 살릴 것을 권장해 주말 밤 시간에 지역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곳도 있고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주는 곳도 있다.
언젠가 매장 수가 2만을 넘을 것이라고 보는 슐츠 회장은 직원들의 헌신과 충성심으로 흔하다는 이미지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소매업체 중에서는 최초로 파트타임 직원에게도 건강보험을 제공, 포브스지로부터 종업원들에게 좋은 100대 회사 중 하나로 선정된 이 회사는 전 직원에게 401(k)와 스탁 옵션, 매주 1파운드의 무료 커피 원두를 제공한다. 바로 이와 같은 종업원 복지혜택 덕분에, 1987년에 100명이던 인원이 현재 5만5,000명으로 늘었어도 스타벅스의 품질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슐츠 회장은 주장한다.
스타벅스는 또 미국 및 국제사회에서 사회적 책임감을 가진 회사라는 평판을 키워왔다. AIDS 단체 및 기타 자선기관에 기부도 하고 지난 20년이래 최저로 떨어진 가격 때문에 고통받는 커피 재배농들의 형편을 봐주기도 했다. 또 열대 우림을 보존하는 커피 재배방식을 권장해 왔으며 비즈니스계 지도자들에게 환경보존 기준을 정하도록 촉구하는 단체인 업계환경리더십연구소에도 자금과 협조를 제공해 왔다.
’커피 북: 커피 업계 전면 해부’라는 책을 공동 저술한 그레고리 디컴은 스타벅스는 현재 세계적 대기업이 되었지만 작은 커피전문업체라는 뿌리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스타벅스가 창립된 1970년대는 커피전문업계도 막 태동하던 때로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퍼마킷에서 ‘폴저스’나 ‘맥스웰하우스’ 커피를 사다 마시고 있었다. 처음 커피전문점을 연 주인들은 자기들이 파는 원두를 사 가지고 가서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손님들을 그냥 보고만 있었는데 그냥 그런 작은 소매업체로 남았을지 모를 스타벅스를 오늘날의 스타벅스로 만든 것은 미국 주류사회에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문화를 심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1987년에 이 회사를 사들인 슐츠라고 디컴은 말한다. "라테 값 3달러를 낼 수 있으면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한 거죠"
한편 스타벅스가 불붙인 고급 커피 열풍은 전국의 작은 독립 커피전문점들이 덕봐 현재 미국의 커피 소매업체는 1만3,500개를 헤아린다. 동네에 스타벅스 체인이 들어오면 인근의 군소 커피점들도 덩달아 장사가 잘된다는 것. 현재 스타벅스의 최대 경쟁사로 ‘글로리아 진’과 ‘커피 피플’ 체인을 소유한 ‘디드릭스’는 278개 매장으로 시장 점유율이 1.7%다. 작년의 커피샵 총매출은 67억달러로 1996년의 29억달러보다 크게 신장했는데 그중 스타벅스의 몫이 26억달러였다.
이들 커피전문점 덕분에 사람들이 눈뜨게 된 고급 원두커피는 사실 20세기 전반에는 미국의 보통 커피 맛이었다. 길가 식당에서 사 마시는 커피 맛이 바로 오늘날 사람들이 커피전문점에서 사 마시는 커피 맛이었다. 이후 기업들이 합병되고 지역 업자들이 문을 닫으면서 1950년대 이후 깡통에 든, 오래 돼 향이 날아간 커피들을 마시게 되자 1960년대부터 커피 소비량은 계속 줄어왔지만 전문점들 덕분에 최근 들어 안정세를 찾았다.
너무 손님이 많아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나는 문제를 ‘스타벅스 카드’로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손님을 더 늘린 스타벅스는 올 연말까지, 현재 5개 도시의 500개 매장에서 가능한 고속 무선 인터넷 접속을 10대 도시에서 확대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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