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 못 사귀고 학업은 지루해 왕따 문제아 되기도
지난 주, 어머니의 빗나간 야심 때문에 조작된 점수였으나마 IQ가 298로 잠시나마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로 통하던 저스틴 채프먼(8)의 이야기가 보도되었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머리나 재능이 뛰어난 신동들의 삶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사실 그런 아이들은 난쟁이 왕국에 간 걸리버처럼 두드러져,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어려움을 알았더라면 지난주 콜로라도주 블룸필드 카운티 법원에서 아들에게 해로운 환경을 조성한 죄를 인정한 어머니 엘리자베스도 일찍이 마음을 바꿔 먹었을지도 모른다.
러시아 태생 심리학자의 아들로 11세이던 1909년에 하버드 대학에 들어간 윌리엄 제임스 시디스의 예를 들어보자. 2세 때부터 성인 수준 책을 읽기 시작했고 5세에 해부학 논문을 완성했으며 6세 무렵에는 그리스어, 독어, 러시아어, 히브리어, 불어에 능통해 4~8세에 4권의 책을 쓴 사람이다. 그런 신동이니 천재가 세상에 드러난 순간부터 언론의 맹추격을 받기 시작해 뉴욕타임스에도 여러 번 기사가 실렸고 하버드 대 1학년 때 하버드 수학회에서 ‘4차원체’에 관해 강연할 때는 기자들이 한 떼나 모여들었다.
신문들은 그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수학자가 될 것이라는 한 MIT 교수의 예언을 그대로 보도했다. 동시에 그 젊은 천재가 사람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들도 똑같이 열정적으로 보도했다. 대학시절에 신경쇠약에 걸린 그는 졸업 후엔 공산주의에 심취했으며 개를 무서워하고 전차 갈아타기에 집착해 성인이 되어선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살았다. 허드렛일만 하다가 자신의 찬란한 과거가 밝혀지면 그만둬 버리던 그는 1944년에 뇌출혈로 죽었다.
나이에 관계없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은 대중들에게 매혹과 불신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고 터프츠 대학에서 아동발달을 가르치는 데이빗 헨리 펠드먼 박사는 말한다. "정신의 문제에 관한 한 사람들은 이율배반적입니다. 한쪽으로는 노력하면 자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능은 유전되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윌리엄 시디스 같은 신동이 나타나면 사람들의 마음은 불편하면서도 모호해진다고 펠드먼 박사는 덧붙인다. "다른 사람이 단연 더 우수하다는 것을 흔쾌히 인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거의 언제나 ‘그거 사기 아닐까? 그 아이는 행복할까? 정상일까?’라고 말하죠"
신동인 아이들 역시 자기가 지구인들과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외계인처럼 느끼기는 마찬가지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적으나마 신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신동들은 어려서부터 잠을 별로 자지 않고 끊임없이 자극을 요구하는 아이가 많다.
10세이던 1994년에 사우스 앨라배마 대학을 졸업한 마이클 키어니는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텔리비전을 분해하고 고양이가 날 수 있는지를 시험했다고 말한다. 그의 부모는 나중에 쓴 책, ‘우연한 천재’에서 마이클이 아무도 못 말리는 개구쟁이였다고 썼는데 초중고교 과정을 생략하고 그렇게 빨리 대학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자기는 미쳐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마이클의 아버지 케빈 키어니는 그런 특출한 아이를 키운 ‘거의 초자연적인’ 경험을 잘 기억하고 있다. 마이클은 생후 4개월 때 말을 하기 시작해서 6개월 때는 자기를 진찰하는 소아과 의사에게 "왼쪽 귀에 감염이 있다"고 가르쳐줄 정도였다.
"조금 똑똑한 것은 좋습니다. IQ가 120~140 정도면 이상적이죠. 그렇지만 그걸 넘어서면 정말 큰일입니다. IQ가 80인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고 케빈은 말하지만 마이클과 그의 여동생으로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메건(16)은 여러 가지로 행운아들이었다.
마이클을 연구해 온 뉴욕 엘마이라 칼리지의 심리학과 교수 마사 모어락 박사는 키어니 집안의 가풍이기도 한, 부모의 정면 돌파하는 결단력이 아들의 적응을 도왔다고 믿는다. 학교 제도가 마이클의 교육에 걸림돌이 되자 그의 가족은 과감히 떨쳐버렸다.
올해 18세로 두 개째의 석사학위를 준비중인 마이클은 그의 부모는 반드시 또래 친구들과 사귀고 또래들이 하는 놀이를 하면서 재미있게 놀도록 했지 자신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모님들은 언제나 제가 25세쯤에 행복하고 건강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셨습니다. 25세에 아내도, 아이도 있는 보통 사람 말인데, 그 전에 잘못될 가능성은 너무나 많거든요"
보스턴 칼리지의 심리학과 교수이자 ‘영재아: 신화와 현실’이라는 책을 쓴 엘렌 위너 박사는 능력과 재주가 뛰어난 아이 중 친구를 못 사귀고 학교를 증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다른 아이들과 다르기 때문에 놀림을 당하고 고립되는 것이지요. 지루하고 재미없는 나머지 행동 문제, 우울증이 있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일부 공립학교에 영재반이 있긴 하지만 진짜 천재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곳은 거의 없다.
브룸필드의 브라이든 특별아동학교에는 6~14세 아동 38명이 다니고 있는데 대부분이 이중으로 특별한 아이들이다. 지적으로 뛰어날 뿐만 아니라 행동문제, 주의결핍증, 조울증, 난독증 같은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많다. 이 학교 상담교사인 심리학자 말로 페인 라이스는 "우리는 공립학교에서 수년간 받은 상처를 회복시킨다’고 말한다.
1920년대부터 일단의 영재아들을 연구한 것으로 유명한 루이스 터먼 박사는 뛰어나게 똑똑한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건강하다고 주장하지만 리타 홀링워스 박사는 동의하지 않는다. IQ가 180이 넘는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는 것. 위너 박사도 영재아들은 다른 아이들에 비해 내성적이라고 말한다.
왜 어떤 신동은 훌륭한 성인 천재로 잘 자라는데 다른 아이는 그렇지 못한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분명한 것은 대중의 반응으로 "세상이 신동을 원하는 것은 분명한데 그 아이가 실패하는 것을 보는 것 역시 좋아한다"고 라이스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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