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깜박이거나 코를 찡긋거리는 아이. 코를 킁킁거리거나 훌쩍이는 아이. 헛기침을 하는 아이. 남의 말을 따라하는 아이…”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불필요한 동작을 반복하는 모습을 접하게 된다. 알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처음 접했을 때는 걱정과 근심에 빠지고, 꾸중과 야단이 뒤따르는 한인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주위에서도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하다 보면, 입을 딱딱거리거나 이상하게 오므리는 아이. 고개를 뒤로 빨리 제치거나 어깨를 으쓱하는 아이. 머리를 흔들고 몸을 뒤트는 아이, 목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는 내는 아이. 욕설을 내뱉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듯이.
요즘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는 큰 아이가 눈에 띄게 코를 찡긋거린다. 예전에 ‘눈을 자주 깜박’이거나 ‘헛기침’을 하던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다소 눈에 거슬리고 안쓰럽긴 해도 이제는 덤덤하게 지켜볼 수 있다. 남들보다 잦은 증상을 보인 큰 아이 덕분에 틱(tic)에 관한 한 베테랑이 됐기 때문.
흔히, 틱이란 반복적으로 갑작스럽고 빠르게 나타나는 근육의 움직임이나 어떤 형태의 소리를 일컫는 것이다.
틱은 7가지 정도의 공통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첫째, 고의로 즉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 마음대로 되지 않는 행동이라는 것. 둘째,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이 어느 날 증상이 심해졌다가 며칠 뒤에 잠잠해지는 식으로 증상 정도의 변화가 많다.
셋째, 어느 날은 눈을 깜빡이다가 며칠 후에는 코를 킁킁거리는 식으로 증상의 종류가 변하는 것. 넷째, 증상이 생기기 전에 불쾌한 감각이나 느낌이 있고 틱 행동을 하고 나면 완화된다.
다섯째, 스스로 노력하면 일시적으로 틱의 증상을 억제할 수 있다. 여섯째, 시험 볼 때, 책을 읽을 때, 남 앞에서 발표할 때 등 피곤, 흥분, 긴장, 스트레스 상태에서 악화된다. 마지막은 잠을 잘 때나, 한가지 행동에 몰두할 때는 증상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
틱은 대개 만 2세부터 13세 사이에 시작되며, 7~11세에 가장 많이 발병하고 눈을 깜박거리는 증상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고 한다.
한인사회에도 틱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 요즘처럼 학교 성적표가 나오고, 교사-학부모 컨퍼런스가 진행되는 시기에는 소심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들에게서 틱 증상을 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틱 장애에 관한 지식이 부족한 한인부모들의 위험천만한 행동들이다.
아동에게 틱 장애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 부모들의 첫 반응은 어떻게든 눈에 거슬리는 아이들의 행동을 못하게 막는 것이다. 심지어는 아이의 틱 증상을 막기 위해 야단을 치거나 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주의를 주면 일시적으로 틱 증상이 사라지나, 이것을 오랫동안 못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아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틱 장애는 아이들이 일부러 하는 행동이 아니므로 부모가 화를 내거나 나무라면 오히려 해롭다. 또한 틱 장애 어린이의 대부분은 장애를 깨닫지 못하므로 주의를 주면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따라서 한인 부모들은 대부분의 일과성 틱 장애일 경우 그대로 내버려두면 저절로 사라진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 물론, 틱 장애가 너무 자주 발생하고 1년 이상 지속되거나,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 등의 뚜레증후군으로 학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전문의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그럼, 틱 장애를 겪고 있는 아이들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선, 자녀가 틱 증상을 보인다면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또한 과도한 학업과 과외활동을 줄여 아이가 놀이와 휴식시간을 충분히 갖게 하고 지나치게 꾸중하지 말아야 한다. 틱 장애는 자신감이 부족한 어린이에게, 또는 정신을 집중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어린이들에게서 더욱 쉽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한인 부모들이여!
혹시, 최근에 머리를 심하게 흔들거나, 코를 킁킁대기 시작하는 등 눈에 거슬리는 자녀의 반복적인 행동을 보면서 심하게 꾸중을 하거나, 벌은 준 적은 없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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