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이후 다소 주춤하던 주택 시장이 지난 연말부터는 다시 호황 세를 달리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 퇴조 분위기와는 반대로 한없이 치솟는 주택 가격을 두고 일부에서는 ‘거품(버블)’론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올 한해 미국 주택 경기는 어떻게 변할까.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저널’의 보도를 정리했다.
전국 부동산협회(NRA)는 올 한해도 주택의 활황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NRA는 낮은 이자율과 주택 공급의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NRA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2월 다소 감소했던 기존주택 판매가 2월 16%가 뛰어오른 640만채로 크게 늘었다. 또 주택 가격은 테러 및 감원 등의 악재 속에서도 10%나 뛰었다.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워싱턴 DC, 마이애미, 뉴욕 등이며 애틀랜타, 디트로이트, 시애틀은 가격 인상이 많지 않다.
주택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주택 구입자들이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가격 인상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연방 정부의 저리정책 때문으로 보고 있다.
2001년 10월 이후 단기금리가 식품 및 유가를 제외한 주요 물가상승률 이하로 떨어져 내렸다. 이로 인해 현금이 힘을 잃은 데다가 증권시장이 약해지자 투자자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투자 방향을 선회했다. 올 한해 역시 증권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이런 현상은 계속돼 부동산 시장은 더욱 더 달아오를 것이다.
그러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지난주 의회 증언에서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자율이 오를 것이고 이로 인해 부동산 돈줄이 조여들게 되며 투자자들은 부동산에서 돈을 꺼내 다른 곳으로 분산 투자를 시도할 것이다.
<낙관론>
낙관론자들은 모기지 이자율과 세금정책, 인구증가로 주택 시장의 활황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 봤다.
최근 15년과 30년 모기지 이자율은 모두 7% 이하로 낮은 상태이며 이것이 주택 수요를 더욱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UC 버클리의 케네스 로젠 부동산 이코노미스트는 "90년대 후반까지 엄두도 못 내던 사람들이 낮은 이자율에 자극 받아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요인은 세금정책을 들 수 있다.
지난 97년부터 발효된 연방법에 따르면 2년 이내 주택을 판 적이 없다면 주택판매로 얻은 최고 50만달러(부부)까지의 순수익은 면세해 준다.
또 인구증가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민이 계속되면서 뉴욕, 마이애미, LA지역 등 이민 인구가 늘어나는 지역에서는 주택 수요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주택 공급은 그다지 여의치 못하다. 각 시정부의 지역 사용권(조닝) 또는 토지 사용에 대한 제한이 계속되면서 주택건설 부지 선정이 점점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주택은 더욱 부족하게 될 것이다.
주택경기는 미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왔다. 지난 한해만도 90만1,000채의 새 집이 팔렸다. 이로 인해 건축 경기는 물론이고 목재, 가구, 카핏, 세탁기 등의 관련 업종들이 함께 붐을 맞고 있다.
또 주택 가격의 상승으로 주택 소유주들이 스스로를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 한해만도 무려 1조달러에 달하는 돈이 홈에퀴티 융자, 또는 재융자 등으로 소비자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주식 경기가 붕괴되면서도 미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소비에 탄력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들 자금이 풀려나가기 때문이다.
만일 주택가격이 크게 곤두박질 친다면 주택가격 인상으로 여유를 즐겼던 소비자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버블론>
주택가격 인상은 현재의 경제 현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주택가격은 빠르게 상승하지만 인플레율은 아직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있어 다른 상품 또는 서비스 비용보다도 비싸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가격 상승률이 임금 인상률을 압도한지 이미 오래됐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주택가격이 점차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집을 사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일종의 ‘골드러시’ 심리가 작용해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구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균 다운페이먼트가 지난 10년간 10~20%에서 5~10%로 크게 떨어져 있다. 어떤 경우에는 클로징 코스트까지 포함해 103% 융자를 받는다.
미국인들의 수입 증가율은 4% 이하인데도 불구하고 모기지 부채는 연간 9%로 증가하며 수입 성장률을 압도하고 있다. 더군다나 융자기관들은 낮은 이자율의 호재에 편승해 소득이 적거나 크레딧이 좋지 않은 소위 서브프라임 융자자들에게도 융자를 주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텍사스 A&M의 경제학자 잭 해리스는 "융자회사들이 과거보다 위험 부담률을 더 많이 안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택시장의 자금줄을 잡고 있는 패니매와 프레디 맥이 융자 크레딧 기준을 완화하며 주택 구입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기준 완화가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최근 기준 완화로 융자를 받은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하는 사례들이 증가하고 있다.
저소득층 융자를 담당하는 연방주택국(FHA)은 모기지 연체 및 차압률이 0.59%에서 0.79%로 올랐다는 발표했다.
패니매와 프레디 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늘려오기 시작한 것이 불과 2년 전 일이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융자의 확대가 어떤 문제를 야기할 것인지에 대해 예측하기 힘들다. 크레딧 완화 정책으로 차압을 당하는 주택들이 늘어난다면 모기지 이자율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투자자들은 이들 두 회사가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에 모기지 연체 및 차압률이 높아 손해를 많이 보더라도 정부에서 투자 손실을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공화당 의원들이 이 같은 투자가들의 기대에 쐐기를 박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만일 투자자들간에 정부의 도움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돼 투자금을 회수한다면 모기지 이자율은 빠르게 상승해 주택 시장의 냉각을 초래할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주택시장이 냉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0년대 후반 천정부지로 치솟던 기술주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주택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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