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의 고통을 잊으려고 복용하는 각종 약물들이 선수들의 건강을 헤치는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NBA의 경우, 1년전 마이애미 히트의 스타 알론조 모닝이 신부전증 판정을 받고 지난 시즌 대부분을 결장했었다.
신부전증이란 두 개의 신장에 퍼져 있는 100만개 이상의 미세한 인체정화 필터 일부가 손상되면서 단백질이 오줌으로 새어나가는 증상이다. 이는 또 면역력 약화, 고혈압 같은 합병증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샌앤토니오 스퍼스의 션 엘리어트 선수도 신장 이식수술을 받고 은퇴한 케이스다. 엘리어트는 98-99 시즌, 형 노엘의 신장을 이식 받았으나 그 이듬해 코트를 떠나고 말았다.
NBA에서 항염제 약물 과다복용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선수들은 한 둘이 아니다. 의학계에서는 항염성 약물복용 자체가 신부전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많은 의사들은 장기간에 걸친 과도한 항염성 약물복용은 신부전증 외의 다른 신장질환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이뷰프로펜과 아스피린 같은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으로부터, 바이옥스나 인도신 같은 처방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약물들이 포함된다.
LA 레이커스의 공룡센터 샤킬 오닐도 오랫동안 항염성 약물인 나프로신을 상습 복용해 왔다. 그러나 오닐은 알론조 모닝의 케이스에서 경종을 받고, 지난해부터 나프로신 복용을 중단했다. 또 오닐의 팀 동료 릭 폭스는 선수들의 항염성 약물복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개설, 운영 중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봄에는 뉴욕 닉스의 두 부상선수, 래리 존슨과 룩 롱리가 위장기능 장애를 포함한 부작용을 호소하며 항염성 약물복용을 중단했다. 그 후 두 선수는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모두 은퇴했다.
선수들이 건강상 위험성을 알면서도 항염성 약물을 과다 복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약물이 프로세계의 일류 선수들에게 생활의 일부나 다름없는 타박상과 찰과상에 오는 통증을 경감시켜 주기 때문이다.
특히 복용이 허용되는 비스테로이드계 항염성 약물들은 허리통증이나 관절염 등으로 인한 통증을 잊게 해 주는 효과가 있다. 많을 때는 한 주일에 무려 다섯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NBA 선수들이 매 경기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려면 약물사용이 거의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프로농구뿐 아니라 풋볼, 야구, 하키계에서도 선수들의 항염성 약물복용은 상식에 가까운 일이다.
선수들은 경기를 결장해야 하는 심각한 부상과 약물로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경미한 부상을 구분 짓고, 후자는 약물로 해결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알론조 모닝의 주치의인 뉴욕 맨해턴 소재 컬럼비아 메디칼 센터의 제럴드 아펠 박사는 사안의 심각성을 이렇게 강조한다.
"내가 아는 한 NBA 농구선수들 전원이 이런 약물을 복용하며, NFL 풋볼선수들도 대동소이하다"
아펠 박사는 또, 알론조 모닝의 경우 항염제 복용이 심부전증을 악화시킨 것은 사실이지만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고 말한다. 아펠 박사뿐 아니라 대다수 의사들은 단기간에 걸친 항염성 약물복용은 신장질환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사들은 대부분의 NBA 선수들처럼 규정량의 서너 배에 해당하는 항염성 약물을 장기 복용할 경우, 신부전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반면에 이런 주장은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항염제 약물과 신장장애의 연관성이 의학적으로 규명된 적은 없다고 주장하는 의사들도 적지 않다.
선수들은 고통을 마비시켜 경기출장을 가능케 해주는 코티손 주사제나 기타 몇몇 스테로이드성 약물들도 애용해 왔다.
몇 달전 NFL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러닝백 제롬 베티스 선수는 인대부상 고통을 덜기 위해 마케인이라는 국소마취제를 맞았는데, 신경하부로 흘러든 마취성분이 다리를 마비시킨 일도 있었다.
알론조 모닝이 2000년 10월 신부전증 판정을 받은 이후, 프로선수들 사이에서는 항염성 약물복용에 따른 부작용 검진이 유행처럼 되었다. 비록 의사들은 모닝의 항염제 복용이 신부전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대부분의 NBA 선수들은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킬 오닐도 얼마 전 신부전증 검사를 받았다. 그는 또, 참을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할 때만 나프로신보다 강도가 떨어지는 인도신 정제를 세 알씩, 그것도 단기간 동안만 복용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전까지 오닐은 나프로신과 오루디스라는 두 가지 항염제를 상용했다. 피닉스 선스의 댄 말리 선수도 "NBA에는 이런 항염제를 캔디 먹듯 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다"라고 전한다.
33세의 알론조 모닝은 신부전증을 이겨내고 이번 시즌부터 팀에 복귀하여 마이애미 히트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NBA에서는 모닝이 신장이식 수술이나 은퇴의 길을 걷지 않고, 코트로 복귀한 사실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모닝의 복귀는 다른 선수들도 항염제 남용으로 인한 신장질환을 극복하고 코트로 복귀할 수 있는 소중한 선례를 남겼다"
아펠 박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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