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II)
"우리 영진이는 영재는커녕 약간 문제아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을 하라고 하면 일부러 더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책을 아주 많이 읽는 것 같아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책마저 읽지를 않습니다. 속담에 ‘청개구리’라고 하죠? 특별한 경우에 넥타이를 매게 하려면 온 집안에 소란이 한바탕 난 후라야만 겨우 말을 듣습니다. 아주 어릴 때 car seat의 자동차 띠(seat belt)를 매어줄 때도 한바탕 난리를 쳐야만 했습니다. 어디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합니다. 독후감을 쓰기 싫다고 좋아하던 독서마저 그만둔 녀석이 얼마전 학교에선 ‘The Most Creative Writing’에서 상까지 받아왔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은 집중력도 강하고 잘 합니다. 공부나 성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늘 잘 하거나 일률적이 못됩니다. 통 감이 안 잡히는 아이입니다."
-7학년 영진이 어머니
우선 creative writing의 경우를 살펴보자
I. 학생들에게 그림 하나를 보여주고, 그 그림에 대해 써 보라 하였다. 어느 신사가 비행기 좌석에 상쾌한 미소를 띠고 앉아 있는 그림이다.
A. 공부 잘하고 글 잘 쓰는 학생의 글:
Mr. Smith is on his way home from a successful business trip. He is very happy and he is thinking about his wonderful family and how glad he will be to see them again. He can picture it, about an hour from now his plane landing at the airport and Mrs. Smith and their three children all there welcoming him home again.
(Mr. Smith는 사업차로 출장을 갔다오는 길이다. 그는 지금 만족하다. 출장도 성공적이었다. 그는 집에 가면 가족을 만날 생각에 행복하다. 약 한 시간 후면 이 비행기는 비행장에 도착하겠지! 부인과 세 아이들이 아빠를 그 얼마나 반길까?)
B. 창의력이 강한 글 잘 쓴 학생의 글:
This man is flying back from Reno where he has just won a divorce from his wife. He couldn’t stand to live with her anymore, he told the judge, because she wore so much cold cream on her face at night that her head would skid across the pillow and hit him in the head. He is now contemplating a new ski-proof face cream.
(이 남자는 지금 리노에서 금방 자기 아내와 이혼 수속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다. 그는 판사에게 더 이상 아내와 사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아내는 잠자리에 들 때 얼굴에 콜드크림을 하도 많이 발라 자는 도중 저절로 미끄러져서 베개를 넘어 자기 머리를 쳐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이 신사는 지금 혹시 미끄러지지 않는 콜드크림을 만들어낼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II. 다음의 그림은 한 사람이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벽에 걸린 시계가 새벽 6시30분을 가리키고 있다.
A. 공부 잘 하고 글 잘 쓰는 학생의 글:
There is ambitious Bob, down at the office at 6:30 in the morning. Every morning it’s the same. He’s trying to show his boss how energetic he is. Now, thinks Bob, maybe the boss will give me a raise for all my extra work. The trouble is that Bob has been doing this for the last three years, and the boss still hasn’t give him a raise. He’ll come in at 9:00, not even noticing that Bob had been there so long, and poor Bob won’t get his raise.
(매일 아침 열심히 일하는 밥은 새벽 6시30분이면 벌써 사무실에 나와 일을 한다. 그는 자기 보스에게 자기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아마 보스는 내가 지금까지 여분으로 한 일의 보상으로 월급을 올려줄 것이라고 밥은 생각한다. 문제는 밥은 벌써 3년이나 이렇게 열심히 일 했지만 보스는 아직 월급을 안 올려줬다. 보스는 9시에 출근하면서 밥이 이렇게 일찍 와서 오래 일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 참! 밥은 월급도 못 올려 받고 불쌍도 하지!)
B. 창의력이 강한 글 잘 쓴 학생의 글:
This man has just broken into this office of a new cereal company. He is a private-eye employed by a competitor firm to find out the formula that makes the cereal bend, sag, and sway. After a thorough search of the office he comes upon what he thinks is the current formula. He is now copying it. It turns out that it is the wrong formula and the competitor’s factory blows up. Poetic justice.
(이 사람은 지금 어느 시리얼 회사에 몰래 들어온 산업스파이다. 그의 직업은 ‘개인 탐정’으로 이 회사와 경쟁하는 회사에서 채용된 사람이다. 이 회사가 어떻게 시리얼을 만들기에 그리 잘 팔리는지 그 비결을 알기 위해서! 그 회사를 새벽부터 샅샅이 뒤진 후에 지금 이 회사에서 쓰고 있는 비결을 찾아냈다고 생각해 그것을 열심히 베끼고 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찾아낸 것은 다른 것이었고 그것을 잘못 쓰는 바람에 그 공장은 폭발해 버렸다. 당해도 마땅하지!
-Teaching the Gifted Child by James Gallagher에서
위의 글에서 공부를 잘하고, 글 잘 쓰는 학생의 글을 보고 누구나 틀렸다거나 잘못 썼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창의력이 강한 학생의 글에는 자신만의 고유적인 생각(originality)과 ‘sense of humor’가 있다.
한 사람이 비행기 안에 앉아 있는 그림만 보고도 이혼으로 시작하여 미끄러지지 않는 콜드크림까지 생각해 내는 상상력이 있나 하면, 새벽 6시30분에 사무실에 일하는 것을 보고 탐정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공장 폭발의 불상사까지 끌고 가는 자기만의 상상, 고유의 생각(originality)을 갖고 있다. 이런 학생들은 우리의 일상생활이 늘 어디에 얽매인다고 생각하며 그것을 싫어한다. 전통적으로 출장 갔다오는 아버지는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것보다는 이혼이니, 도둑이니 등 사회에서 보통 쉽게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고유한 생각에 사로잡히며, 또 자기 나름대로의 유머가 있어서 창의력이 높은 글(creative writing)로 선정된 것이다(이혼, 도둑, 스파이 등 내용을 쓴 학생들의 가정이 불화하거나, 부모가 이혼을 한 경우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학생의 부모는 정말 보배를 자식으로 두었지만, 미국 부모보다 한국 부모에게는 많이 힘드실 것이다. 한국 부모는 미국에 비해 주입식 교육을 받으셨기 때문이다. 주입식 교육에서는 개인의 상상력, 고유한 생각 등이 거의 허용이 안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번은 필자가 한국에서 국어 선생님들에게 연수를 할 때 일이다. 독서의 상징을 가르치는데 그 상징의 답이 open-ended question이었다. 즉 어떤 일정한 답이 아니라 그 답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경우라는 사실조차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고, 어떤 선생님들은 그 가능성의 답을 송두리째 모두 외우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즉 위의 creative writing의 글을 한국 선생님께 써보라고 하면, 모두 공부 잘하는 글, 잘 쓰는 학생의 글밖에는 나오지를 못했을 것이다.
위의 서론에서 소개한 영진이는 창의력이 아주 강한, 자신의 고유한 생각(originality)을 가진 학생이다. 가장 쉽고도, 가장 어려운 일을 하셔야할 것 같다.
1. 우선 이런 학생과는 많은 대화를 하며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어야 한다--인간은 누구나 어려서부터 아주 강한 호기심이 있다. 창의력이 강한 학생은 더욱 더 심하다. 영진이가 세살 때는 너무 말이 많아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는데 지금은 겨우 묻는 말에만 대답할 정도로 말이 없어졌다고 한다. 언뜻 생각에 "말을 들어주는 것 같이 쉬운 일이 있을까"라고 하실 것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말을 많이 한다. 심하면 잔소리로 변한다. 자식이 자기만의 고유한 생각을 말로 표현하면 "나중엔 별 웃기는 소리 다 하네!"라고 그냥 스치기를 잘 한다. 왜냐하면, 나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이니까! 그러나 그냥 듣지 말고 아주 열심히 들어야 한다(이것을 ‘intensive listening’이라 함). 그 결과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동기유발이 강해진다.
2. 답을 대신 해주지 말아야 한다-호기심이 많은 영진이 같은 아이들은 질문도 많다. 그러나 스스로 자기가 답을 찾게 도와는 주어도 그 답을 쉽게 해주지 말아야 한다. 주입식 교육에서는 맞는 답이 하나 뿐이지만 창의력에서는 그 답이 open-ended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책을 읽은 후 독후감 같은 것을 쓰게 하지는 마셔야 된다-규격에 맞게 무슨 틀에 박혀진 일은 아주 싫어한다. 마치 날아가야 할 새를 가두어 두고 너는 이런 먹이가 필요하니까 먹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추천독서 목록과 학습방법이 자녀의 독서수준별로 된 것이 있습니다.) 문의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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