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조수미씨가 ‘밤의 여왕’으로 출연하는 오페라 ‘마술피리’ (The Magic Flute)의 공연을 2주 앞두고 LA오페라(단장 플라시도 도밍고)은 완벽한 무대를 올리기 위해 연습과 제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93년에도 조수미씨와 함께 같은 무대를 꾸몄던 LA오페라는 9년만에 갖는 이번 공연에서 더 원숙하고 매혹적인 공연을 펼쳐 보이고자 야심찬 역작을 준비중이다. 3월24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135 N. Grand Ave.)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중 특별히 4월12일 밤 7시30분 공연은 ‘한국일보의 밤’이란 이름으로 객석 전체를 한인으로 채우는 뜻깊은 행사로 준비돼 있다. 한인들의 기대와 관심이 모이고 있는 모차르트 생애 마지막 오페라 역작 ‘마술피리’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jjrhee@koreatimes.com
<마술피리는>
모차르트가 죽기 약 두달전에 초연한 오페라이자 독일 근대 오페라의 시초로 유명한 ‘마술피리’는 독일 민속가극 징슈필의 전통과 당시의 비밀결사 프리메이슨의 이상이 투영된 오페라. 이 오페라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상징적인 ‘3’이란 이미지가 많이 발견되는데 이것이 당시 탄압을 받던 프리메이슨의 3대 이상(자유, 평등, 형제애_을 조심스레 형상화한 것이란 이론도 있다. 예를 들면 1막에 나오는 큰 뱀이 세명의 여자에 의해 세토막으로 베어지는 것, 주인공을 길 안내하는 소년도 공교롭게 세명이라는 것 등 곳곳에서 3의 상징을 찾을 수 있어 흥미롭다.
이탈리아 오페라처럼 다소 지루한 레치타티보의 긴 나열보다는 대화형식으로 극을 이끌어나가는 독일 징슈필의 전통에 따라 일반인들이 즐기기에 편안하며 1791년 빈의 비덴극장에서 초연해 훗날 괴테와 베토벤의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시대의 낭만성을 추구한 고전주의 오페라의 대표적 작품으로 칭해지고 현재까지 세계 각지의 오페라단에서 시즌 레퍼토리로 자주 공연되고 있다.
모차르트는 당대를 흐르던 음악적 장점들만을 효과적으로 혼합해 이탈리아의 풍성하고 감미로운 아리아, 독일적 레치타티보, 조화로운 중창, 다양한 관현악 편성 등을 이 작품 속에 담았다. 특히 전편에 흐르는 주옥같은 아리아와 앙상블의 묘미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되는데 극중 익살꾼 새잡이 ‘파파게노’가 1막에서 부르는 ‘나는 새잡이’는 경쾌한 즐거움이 흥겹고 ‘밤의 여왕’이 토해내는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엔 불타고’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세련된 기교를 가늠하는 곡이다. ‘파미나’와 ‘파파게노’가 함께 하는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파파게나’와 ‘파파게노’가 함께 부르는 ‘파-파-파-파파게나’ 등 앙상블은 아리아 못지 않게 사랑을 받는 명곡들.
소프라노 조수미씨는 극중 선과 악의 양면을 넘나드는 매력적인 인물 ‘밤의 여왕’으로 나와 현란한 콜로라투라의 진수를 선사한다. ‘밤의 여왕’은 극 초반에는 신비하고 거룩한 선의 상징처럼 보이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복수에 불타는 악의 화신임이 밝혀지는 캐릭터로 독보적인 아리아의 기교 뿐 아니라 매혹적인 성격과 화려한 의상으로도 시선을 빼앗는다.
조씨는 지난 93년 LA 공연 등 세계 각국의 오페라단이 올린 ‘마술피리’ 무대에서 이 역할을 맡으며 꾸준히 기량을 펼쳐왔다. 이번 무대는 3시간4분 길이로 독어에 영어자막이 나온다.
<줄거리>
기원전 1000년께 이집트 람세스 1세의 통치 기간인 이지스의 신전과 그 인근지역. 거대한 뱀에게 쫓기던 타미노 왕자가 쓰러진다. 밤의 여왕의 시녀들이 뱀을 물리치고 자리를 비운사이 새잡이 파파게노가 나타나 허풍을 떤다. 왕자는 밤의 여왕의 딸 파미나 공주의 초상화를 보고 한눈에 반해 납치된 그녀를 구출하겠다고 약속한다. 여왕은 왕자에게 마술피리를 주고 파파게노에게 마술방울을 선물로 하사하며 장도를 축원한다.
길을 떠나 고승 자라스트로를 만난 왕자는 사실 공주가 납치된 것이 아니라 자라스트로의 보호 아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밤의 여왕이야말로 악의 화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공주에게 흑심을 품고 괴롭히던 모노스타토스는 왕자의 출현으로 벌을 받고 왕자와 공주의 사랑이 무르익고 이들에게는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통과해야 할 침묵, 불, 물의 시련이 주어진다. 이 과정에서 밤의 여왕이 등장해 자라스트로를 죽이도록 공주를 충동질하나 실패하고 왕자와 공주는 마술피리를 불며 준비된 시련을 헤쳐나간다.
복수를 꿈꾸며 다시 나타난 밤의 여왕은 하늘의 천둥소리(지진)와 함께 지옥의 끝으로 영영 떨어지고 주인공들은 어둠을 이겨낸 선의 승리를 기뻐하며 막이 내린다.
세계적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단장을 맡고 있는 LA오페라는 지난 86년 베르디의 ‘오델로’를 통해 데뷔한 비교적 신생 오페라단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48년 창립한 LA 시빅 그랜드 오페라에 그 뿌리를 두고 있어 과히 짧지 않은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 제16회 시즌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이 오페라단은 매년 9월에 시즌공연을 시작해 이듬해 6월까지 다양한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 현재 오페라단의 상임지휘자는 켄트 나가노.
LA오페라는 해마다 조수미, 홍혜경씨 등 한인 성악가의 영입에도 비중을 둬 ‘마술피리’와 ‘투란도트’, ‘호프만의 이야기’, ‘포피아의 대관식’ 등 올해와 내년시즌에 걸쳐 이들이 출연하는 작품 4편이 예정돼 있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테너로 명성을 떨치는 플라시도 도밍고는 지난 86년 LA오페라의 창립작인 ‘오델로’에서 주연을 맡았고 2000년 5월 이 오페라단과의 100번째 공연을 갖는 등 깊은 인연을 맺어오다 지난해 9월 시작된 2001-2002년 시즌부터 단장을 맡고 있으며 이번 시즌작 ‘스페이드의 여왕’ 등에 주역으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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