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남녀 70%는 행복 되찾는 데 성공.
여성들중 이혼이 전화위복의 기회인 경우도.
자녀들 심한 고통 겪지만 3/4은 정상 회복,
형제, 친구, 친척을 둘러보면 이혼한 케이스가 한둘은 쉽게 꼽힐 정도로 이혼이 흔해졌다. 미국의 경우 이혼이 개인이나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들이 강조되면서 지난 90년대 들어 이혼이 주춤해진 것은 사실이다. 한때 새로 결혼한 커플의 50% 이상이 파탄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43% 수준으로 이혼률이 낮아졌다.
그렇기는 해도 부부가 너무 쉽게 갈라선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이혼에 대해 이제까지 미국에서 행해진 가장 폭넓고 장기적인 연구 결과가 책으로 나왔다. 지난 1월말 출간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이혼을 다시 본다’(For Better of For Worse: Divorce Reconsidered)를 소개한다.
이혼을 하면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한평생을 살면서 ‘이혼’생각을 한번도 안해본 부부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 생각이 미치면 당장의 불만, 분노, 혹은 ‘성격차이’를 참고, 덮어두는 것이 대부분 부부들의 경험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의 내용을 형성하는 30년에 걸친 장기적 연구도 처음 발단이 된 것은 이혼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였다. 발육 심리학계의 권위자인 저자 E. 메이비스 헤더링턴박사(버지니아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특히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다. 60년대 부녀관계를 연구중 이혼 가정의 딸들에 유난히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이혼에 관한 연구에 착수했다.
1972년, 4살짜리 자녀를 둔 72개 이혼가정, 그리고 같은 조건의 72개 온전한 가정을 골라 비교 연구를 시작했다. 2년간의 변화를 연구할 목적이었는데 계획했던 2년이 되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이혼한 72명의 남자와 여자중 재혼해 새 가정을 이루는 사례들, 온전하던 가정의 72쌍 부부중 이혼한 사례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연구는 대상이 확대되고 기간이 연장되면서 결과적으로 이혼후 6년, 11년, 20년을 단위로 변화를 점검하며, 총 1400가정, 2,500여명의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연구로 발전했다. 부모 이혼 당시 4살이던 아이들은 이제 성인으로 자라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길게는 30년, 대부분은 20년에 걸쳐 개개의 가정들이 깨어지고, 구성원들이 방황하고, 새롭게 자리잡고, 가족들간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들을 지켜보며 헤더링턴박사가 내린 결론은 이혼이 부부나 자녀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그동안 지나치게 과장되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 이유로 그는 두가지를 꼽았다. 첫째 관련 연구가 대부분 이혼한지 1-2년 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고, 이혼하지 않은 정상 가정과의 비교관찰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 가정에서나 흔히 일어나는 문제도 이혼으로 인한 문제로 부각되었다는 것이다.
이혼에 관한 일반적 통념중 잘못된 것으로 드러난 것은 우선 “이혼가정 자녀들은 상처가 너무 깊어서 인생의 패배자가 된다”는 설이다. 부모의 이혼은 어린 자녀들에게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감당키 어려운 고통인 것이 사실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악몽같았던 당시의 경험을 잊지 못하는 자녀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는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대부분 어려움을 이겨내고 적응에 성공해 온전한 가정의 자녀들과 크게 차이가 없이 정상적 범주에 속하는 청소년, 성인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연구 결과이다. 이때 아이를 따뜻하게 보살피고 이끌어주는 성인이 최소한 한사람은 곁에 있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한편 사회적, 심리적, 정서적으로 문제가 심각해 패배자가 되고 마는 자녀는 온전한 가정의 경우 10%에 불과한 데 비해 이혼가정 자녀들 중에는 25%에 달한다.
다음 문제가 있는 것은 “이혼의 결과는 승자 아니면 패자”라는 통념이다. 주간지에서 보면 흔히 남자들이 더 젊고, 더 예쁜 여자들을 찾아 가느라 조강지처를 버리고 이혼을 하며, 이때 남편은 승자, 버림 받은 아내는 패자인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혼 3건중 2건은 여자쪽이 요구하는 것이며, 이혼후 감정 관리에 있어서도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더 우월하다.
한편 한 가정이 깨어지면서 벌어지는 일은 너무 복합적이어서 승자·패자식의 단순 구분은 불합리하다. 사람마다 적응 방식이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응 패턴이 달라지는 것이 헤더링턴 박사 연구진의 관찰이다. 이혼후 6년을 기점으로 구체화한 대표적 유형은 전화위복형, 능력있는 외톨이형, 그럭저럭 괜찮은 형, 탐색형, 방탕형, 낙오자 형등이다.
전화위복형은 ‘이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이혼 덕분에’오히려 삶에 성공한 케이스들이다. “이혼하면 불행해진다”는 통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케이스이기도 하다. 주로 여성들로 이혼으로 인해 생계책임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평소에는 감히 생각도 못하던 용기를 가지고 도전에 응함으로써 자기도 모르던 자신의 능력을 계발한 경우들이다. 부모로서, 직업인으로서, 그리고 대개는 재혼에서도 성공한 케이스들로 전체의 20% 정도가 이 그룹에 속한다. 이혼이 기회가 된 경우이다.
이들과 아울러 모든 면에서 성공적인데 독신을 고집하는 ‘능력있는 외톨이형’(10%), 크게 잘된 것은 없지만 무난히 적응한 ‘그럭저럭 괜찮은 형’(40%)을 모두 합치면 이혼후 70% 정도는 정상적인 생활을 회복한다는 통계가 나온다.
헤더링턴 박사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이혼자들이 “이혼으로 인한 장기적 해악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는 자기 예언적 자포자기를 경계할 것을 강조한다. 이혼 직후 1-2년간 누구나 엄청난 혼란과 고통을 겪는 것이 사실이지만, 세월이 가면서 대부분이 그런대로 행복한 삶을 되찾는 데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혼이 와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치유를 통해 긍국적으로는 성취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때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자율성이 강한 사람이 성공 가능성이 높고, 깊은 신앙과 종교활동이 도움이 되며, 직장일이 종종 위안이 된다.
이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학계에서는 비판이 없지 않다. 헤더링턴 박사는 가정과 자녀 연구에서 선구자적 존재로 학계의 어른이지만 그런 권위자가 ‘이혼도 괜찮다’는 뉴앙스의 주장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책을 통해 이혼후 전 배우자와의 갈등, 자녀와의 문제,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탈진상태에 이르는 과로, 재혼후 의붓자녀· 의붓 부모간 문제등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자세히 다룬 내용들을 보면 ‘이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된다.
학문적으로 접근한 책이기는 하지만 워낙 풍부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이혼과 재혼의 앞에 어떤 장애물들이 놓여있는지, 어떻게 극복해 나갈수 있는 지에 관한 좋은 지침서 역할을 할수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