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즐겁게 살아가는 싱글여성들에 관한 기사를 쓴 후 몇몇 남자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약간은 쑥스러운 목소리로, 자기도 싱글인데 기사에 나온 여자를 좀 소개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기사에 등장한 여성은 모두 5명이었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사진이 실린 두 여성을 지목했다. 그리고 사진에 나온 그 여자들은 모두 얼굴이 예뻤다.
대개 비슷한 이야기(자기는 돈을 잘 버니 아내는 예쁜 여자가 좋겠다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돌려서 하느라 애를 썼지만 한 남자는 노골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날씬한 여자를 찾거든요" 얼굴이 예쁘고 날씬한 여자가, 성격에 문제가 있다거나, 결혼해서는 집안 일을 소홀히 하며 멋만 부리고 돌아다녀도 괜찮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배우자의 선택 기준이 어떻게 외모가 되는 것인지 정말 이상하지만 그것이 현실이고 사실이다. 베델결혼정보센터의 조영철씨에 따르면 1세나 1.5세는 물론 이곳서 나고 자란 한인 2세들도 배우자 선택기준은 첫째가 외모다. 이것은 몇 년째 변치않는 풍조로 ‘황신혜 코’ ‘김희선 얼굴’ ‘차인표 체격’ ‘송혜교 입술’을 찾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 과거에 현모양처 감을 일컬었던 ‘복스럽다’는 말이 요즘엔 ‘미련하고 둔하거나 뚱뚱하다’는 의미로 둔갑했고 그 대신 불과 몇년전만 해도 낯뜨거워 잘 쓰지 못했던 ‘섹시’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좋은 배우자 조건으로 대치됐다고 조씨는 한탄했다.
한국의 신문 잡지들은 1~2월중 성형수술에 대해 많은 특집기사를 실었다. 겨울방학때 중고교생의 성형수술이 한창 붐을 이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들에서는 1년동안 실시되는 수술의 절반이상이 겨울방학중 이루어지고 있으며 12월~2월초까지의 수술 스케줄은 오래전 예약이 끝난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성형수술마저 유행이 되어 수술계가 성행하는가 하면, 한 반에 다니는 여학생들이 단체로 몰려가 수술받기도 하고, 쌍꺼풀 수술 같은 것은 ‘수술이 아니라 패션’이며, 못 생긴 얼굴을 고치지 않는 것은 거의 ‘죄악’처럼 여겨지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교사들은 겨울방학이 지나고 개학하면 많이 놀란다고 한다. 한 반에 적어도 7~8명의 얼굴이 몰라볼 정도로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매년 방학때마다 눈수술, 코수술, 턱수술을 마친 3학년 학생이 1학년때 찍은 학생부 사진을 바꿔달라고 떼쓰는 일도 있고, 수능시험장에서는 수험표 사진과 얼굴이 다른 학생이 많아 신원확인에 애를 먹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한국에서 성형수술받는 환자의 60~70%이상이 10-20대 젊은이들이라는 사실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현상이며 좀 거창하게 말해 한국의 장래를 걱정하게 만든다. 예쁜 것이 최고이며 예뻐지기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다는 가치관을 가진 젊은이들이 이끌어갈 조국의 미래가 자못 걱정스러운 것이다. 참고로 미국 청소년들의 성형은 전체 성형수술의 2%에도 못 미치고, 미용이 목적이라기보다 신체결함을 교정하는 재건수술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미성형외과학회의 통계다.
이건 아이들 잘못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비싼 수술비가 있을 리도 없고, 부모 허락 없이 수술대에 누울 수도 없는 것이다. 예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가르치는 어른이 부재하다. 부모도, 선생도, 종교지도자도 삶의 참 의미와 목적, 바른 가치관에 대해 가르치는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 그러니 TV만 보면서 "예쁜 얼굴이 밥 먹여준다"고 믿게된 아이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쭉쭉빵빵’ 예뻐지려고 하는 것이다.
현대여성들의 미인강박증이 많은 부분 미디어의 책임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TV, 신문, 잡지등 수많은 미디어와 광고들이 매일 미남미녀를 선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보니 못생기면 어디 끼지도 못하고 사람구실도 못한다는 의식을 은연중 심어주게 되는 것이다. 문제의 싱글여성 기사에도 좀 ‘덜 예쁜’ 여성들의 사진이 실렸다면 그런 전화를 받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각자 자신만이 가진 아름다움을 꺼내볼 수 있는 눈과 마음, 그것을 인정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웃의 눈과 마음이 함께 필요하다. "얼굴만 예쁘다고 여잔가,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이런 고리타분한 노래를 부르는 남자들이 많아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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