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2002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이 개막됐다. 개최지가 미국 유타주라 미주 한인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은 편이다. 특히 무더기 금메달이 예상되는 한국의 쇼트트랙 경기 때는 중계방송을 보기 위해 많은 한인 가정들이 TV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13일 여자 1500미터 경기에서 한국 낭자들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다. 하지만 남자 5000m 계주 준결승 1000m에서는 민룡이 20바퀴를 남기고 추월을 시도하다 미국 러스티 스미스의 비신사적 행위로 넘어져 한국팀이 실격했다.
한국의 메달 밭 쇼트트랙의 출발은 이처럼 희비가 엇갈리는 가운데 막을 올렸다. 한국 낭자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한인들의 가슴은 뭉클했고, 자긍심과 자랑스러움으로 우쭐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 선수로 인해 오히려 한국 남자 팀이 실격되는 상황에서는 이미 ‘텃세’가 숨겨져 있음이 우려됐다.
지난 16일 토요일. 오랜만에 가까운 친구들 가족이 우리 집에 모였다. 모처럼 서로 살아가는 얘기들을 나누기 위해서. 또한 한국팀의 금메달이 예상되는 쇼트트랙 경기를 자랑스럽게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보여준 것은 한국의 금메달 소식이 아닌 편파판정에 따른 미국의 ‘텃세’뿐이었다. 한국의 간판 김동성 선수는 1000m 준결승서 중국 리지아준의 무릎 밀기 반칙으로 넘어져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당시 심판진은 상황을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국 선수의 반칙을 인정하지 않아 재 경기가 이뤄지지 못했다. 결승서도 선두를 달리던 안현수 선수가 미국 안톤 오노의 손에 발이 걸려 펜스로 나뒹굴었으나, 오히려 오노가 은메달을 따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
잠자리에 들기 전 이번 동계올림픽 개막식부터 미국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8일 개막식은 ‘지나치게 미국 위주’로 치러져 비난을 받은 바 있다. 행사 대부분이 미국인들의 단결과 애국심 고취를 상징하는 이벤트였다.
미국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9.11 테러 참사라는 엄청난 비극을 극복하는 노력을 높이 평가할 수는 있지만, 올림픽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다지는 축제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개막부터 미국의 정신이 지나치게 강조됨으로써 오히려 평화와 화합의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2월 20일. 이번 동계 올림픽이 ‘지나치게 미국 위주’라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하필이면 한국을 제물로 삼아서.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선두로 골인한 김동성이 심판의 어이없는 실격판정으로 미국의 안톤 오노에게 금메달을 뺏긴 것. 김선수 추월에 실패하자 오노는 두 팔을 들어 ‘할리우드 액션’의 과장된 행동을 보였다.
심판들은 이를 ‘크로스 트랙(선행주자가 추월주자의 진로를 방해하는 행위)’이란 파울로 적용, 김 선수를 실격처리 했다. 그럼, 오노는 왜 두 팔을 드는 과장된 몸짓을 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쇼트트랙 규칙 가운데 ‘선행 주자가 우선권을 가지며 추월 주자는 신체를 접촉해서는 안 된다.(Lead skater has the right of way and the passing skater must avoid body contact)’는 것이 있다.
이는 앞선 주자의 몸을 건드려 코너 바깥으로 밀어내서 뒷 주자가 안쪽을 차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책인 셈이다. 이날 오노 선수의 과장된 할리우드 액션이란 바로 반칙을 하지 않았다고 심판에게 알리기 위해 그런 행동을 했을 것이라는 의구심도 든다.
결국 김동성은 미국의 ‘오노 영웅 만들기’와 ‘홈 텃세’의 뼈아픈 희생양이 된 것이다.
2월 21일. 본보에는 미국의 텃세로 금메달을 도둑 맞은 데 대해 분노한 독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또한 ‘미국은 스포츠계의 악의 축이다’는 야유와 ‘나라가 힘이 없어서 그래요.’라는 자책 등도 있었다.
한편에서는 한국의 사이버 시위 등 한국과 한인들의 야유와 항의가 한국 선수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의견이 제기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당한 항의는 강력하게 해야하며 바로 잡을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한인 대부분의 뜻.
금메달을 도둑 맞은 김동성 파문을 보면서, 우리 한인들도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의 필요성’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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