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부시의 "악의 축" 발언 이후 첫 한미 정상간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워싱턴 DC의 대표적인 싱크 탱크의 하나인 헤리티지 재단 발비나 황 선임 연구원과 이번 회담의 성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인 1.5세인 황씨는 스미스와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하고 조지타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헤리티지 재단 동북아 문제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을 보는 한미 양국의 시각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여졌습니다. 회담이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합니까.
▲그렇습니다. 양국의 대북 정책 조율이 회담의 주목적이었는데 이 점에서 부시는 이루고자 한 바를 다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따지고 보면 부시의 대북 정책과 한국의 햇볕 정책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입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은 클린턴 행정부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상호주의와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지에 대한 검증이 따라야 한다는 점만을 강조했을 뿐입니다.
-부시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해 해외는 물론 한국 내에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비판의 대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북한이 악한 정권이라는 데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입니다. 단지 "한반도에서 이러다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인 것 같은 데 부시 대통령은 북침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말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부시 행정부내 한반도에서의 군사력 사용을 지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북한이 선제 공격을 취하기 전에는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의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뭐라 보십니까.
▲북한의 폐쇄성과 비협조 때문입니다. 북한은 한국정부로부터 수많은 도움을 받고도 남북한 장관급 회담과 이산 가족 재결합, 경의선 복원 사업 등을 중단시켰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의 답방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부시의 대북 강경 발언 이전에 이뤄진 것들입니다. 한쪽의 일방적 양보만으로는 회담 진전이 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상호주의 원칙을 어겨가면서 비협조적으로 나오고 있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더 이상 한국과 자주 접촉을 갖거나 개방 폭을 확대하면 김정일 정권의 최대 목표인 체제 유지가 힘들 것이란 판단 때문일 것입니다.
-부시는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의 참상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지금 중국 동북부 지역에는 수많은 탈북자들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이들을 돕기 위한 정책을 펼 가능성은 얼마나 됩니까.
▲이 문제가 갈수록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게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힘만으로 될 성질의 것이 아니고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다루어야 할 사항입니다. 이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일은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거론되지 않으리라 봅니다.
-미 북한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이 북한에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미사일 수출과 화생방 등 대량살상 무기 생산 중단 등입니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까요.
▲개인적으로는 낙관합니다. 북한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풍부한 물자 등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을 갖고 있음을 압니다. 미국과 대결하기보다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이득을 챙기는 편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할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끝까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때는 어떻게 됩니다.
▲북한의 무기 수출을 막기 위한 국제 연대가 구축될 것입니다. 무기를 수출하려면 배든 열차든 비행기든 수송 수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공해상에서 무기 수송선을 나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것입니다.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향후 양국 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작년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이 말이 많았던 것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대북 정책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부시의 대북 강경 발언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는 완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김대중 대통령도 대북 협상에서 정치적 입지가 강화될 것입니다. 북한이 전처럼 일방적인 태도를 취하면 워싱턴을 핑계삼아 거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부시 행정부가 대북 견해가 다른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일하느니 올 대선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집권까지 기다릴 생각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얼마나 근거가 있다고 보십니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한국 정치는 누가 대통령이 될 가를 점치는 것이 힘들뿐 아니라 누가 되도 대북 정책은 협상이외에는 대안이 없습니다. 이회창 총재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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