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원산지인 열대성 식물 ‘플로스 실크 트리’(Floss Silk Tree)의 온몸엔 큼지막한 가시가 수도 없이 박혀 있다. 장미가시처럼 길쭉하지 않고 압정처럼 납작하면서 깔때기처럼 원뿔모양을 하고 있다. 줄기와 가지에 다닥다닥 붙은 가시는 나무를 매만지려는 ‘자연파’에겐 징그럽기에 앞서 야속하게 느껴진다.
잘 자라면 아름드리에 키가 40피트나 되는 플로스 실크 트리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가시로써 자기보호 본능을 드러내고 있지만 가지 끝에 달린 열매를 보면 그도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달걀 두 개를 합친 크기의 이 열매 속에는 하얀 솜털이 소담스럽게 들어차 있다.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달갑지 않은 손님’의 범접을 막아 소중한 실크를 지키려는 이 나무의 처절함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지켜야 할 것은 어떻게든 지켜내는 플로스 실크 트리의 생존전략엔 그래서 수긍이 간다.
차기 LA한인회장선거를 두 달 보름 여 남기고 일부 후보들의 물밑 행보가 분주하다. 각종 단체모임에 얼굴을 내밀며 눈 도장을 찍으려는 것도 물의를 빚지 않는 한 요란 떨 일이 아니다. “한인회장 있으나 마나”란 인식이 한인사회에 팽배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도 한인회장 하기에 따라 커뮤니티의 이미지를 높일 수도 있고 먹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차기회장 선거에 그저 무관심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플로스 실크 트리가 가시로 열매를 보호하듯 한인사회도 형편없는 사람들이 한인회장 자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가시’를 쳐놓아야 한다. 대단치는 않지만 커뮤니티의 ‘얼굴’로 여겨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 연유에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 않도록 엄격한 틀을 만들고 감시의 눈을 부라리는 게 우리 모두의 몫이다.
한인회장이 되려면 우선 직업이 분명해야 한다. 일을 해 많은 적든 안정적인 수입을 거두지 못하는 사람이 한인회장이 되면 여기저기 쏘다니며 손을 벌리고, 심하면 업소를 상대로 후원명목으로 강제성을 띤 모금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명색이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사람이 ‘백수’ 출신이라면 타커뮤니티 보기에도 민망하다.
남의 행사에 참석해 추태를 부리는 사람도 자격미달이다. 후보로서 공개석상에서 경거망동하는 후보에게서 “한인회장이 된 뒤에는 조신하게 행동하겠지”하고 감싸는 것은 맹목적인 지지자들이나 할 얘기다. 만일 선거캠페인 도중 욕설, 협박, 멱살잡기, 주먹다짐 등을 서슴지 않는 후보가 있거든 선거 당일 투표로써 본 떼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한인회장 자리를 본국진출의 징검다리 정도로 생각하는 후보는 ‘절대 사절’이다. 실제 이런 전례가 있으니 단순히 기우가 아니다. 재임 중 직분을 다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퇴임 후 본국에 스카웃 된다면 한인사회로서도 자랑거리다. 하지만 애당초 한인회장을 본국진출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분명 문제다. 한인회장직에 관심이 없으니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것은 뻔한 이치다.
‘전력’도 반드시 뜯어보아야 한다. 범법기록이 있거나, 부도덕한 언행으로 지탄을 받았거나, 몰염치한 행위로 인심을 잃은 사람은 ‘경계대상’이다. 한인사회가 체면을 구기게 될 뿐 아니라 화합을 깰 소지도 다분하다. 과거의 흠에 얽매여 ‘갱생한 적임자’를 원천 봉쇄하는 우를 범해선 곤란하지만, 잘못을 공론화해 당사자의 반성과 다짐을 받아내는 것은 의미있는 작업이다.
아울러 후보들의 능력도 따져야 한다. 당선된 뒤 한인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만한 재목인지를 가늠해야 한다. 타운관할 경찰서와 타운파출소 운영에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고, 시정부와의 채널을 유지해 한인업체들이 정부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측면지원하며, 한인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유관단체들과 협력해 커뮤니티를 이끌어 나가는 지도력이 요구된다.
후보들의 자질을 검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공개토론회다. 여론을 집적한 질문 공세로 사람 됨됨이, 속셈, 비전 등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인회는 얼마 후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2-3회에 걸쳐 후보 공개토론회를 갖는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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