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경제지표들이 최악의 사태는 지났다는 낙관론을 조심스럽게 점치게 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2일 텍사스 소재 엔론사의 미국 사상 최대의 파산여파로 경기회복은 한층 더 뒤로 미루어질 전망이다.
2000년 12월 한때 주당 84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포천 500’의 거의 최상위에 랭크되는 기세를 보였던 엔론은 지난해 3·4분기 실적 손실,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미 증권거래위의 내부거래 부정수사 발표 등으로 기업의 재정 문제가 표면화되기 시작하였다.
엔론은 파산 발표 직전인 11월28일 하루동안 뉴욕 증시 및 나스닥 역사상 하루 최대 거래량을 기록하며 불과 1년만에 1달러미만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로 인해 9·11 테러 이후 2002년의 경기회복 기대와 함께 잠시 상승세를 탔던 증시 역시 엔론 사태가 표면화된 이후 발목이 잡히면서 지난 두 달여 동안 하락세를 보여왔으며, 이 기간에 증시의 주식 총 가치는 2,000억달러나 감소했다. 또한 엔론 스캔들은 이 에너지사의 주식 보유자뿐 아니라 뮤추얼펀드 투자자들에게도 큰 손실을 초래했다.
더욱이 엔론 사태로 기업들의 재무구조 투명성에 대한 규제 강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압박은 단지 해당 규제기관으로부터 오는 것만은 아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듯이 엔론 사태로 피해를 본 대부분의 투자자들 또한 이들의 투명성 및 재정 상태의 더욱 정확한 발표를 요구할 것이다. 향후 있게 될 정부 규제강화 및 투자자들의 재무구조의 투명성 요구에 부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들은 비용 증가, 향후 실적의 하향 조정 및 투자 감소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곧 각 기업들의 자본화를 어렵게 하여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경기회복 시기의 지연을 의미한다.
공식적으로 지난해 3월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보는 이번 경기 침체는 과도한 기업 지출, 수익 감소 및 주가 하락, 생산성 감소, 대규모 감원, 소비자 신뢰도 및 지출 감소로 이어졌다. 비록 이러한 침체가 엔론 사태 이전에 시작되었지만 적어도 엔론 스캔들은 경기 침체 및 9·11 테러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경제에 지속적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2001년 이후 11차례에 걸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공개시장위원회의 공격적 금리인하로 인해 지난 한해 동안 활발했던 주택 경기가 전체 경기의 추가 하락을 어느 정도 억제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주택 경기가 이처럼 계속 고공 비행을 할 수는 없다. 경기 하강국면, 9·11 테러 및 엔론 스캔들로 이어지며 경제가 계속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전체 경기의 하락 억제에 기여하던 주택 경기마저 약세로 돌아설 경우 가까운 장래의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더욱 어려워진다.
좀더 폭 넓게 말하자면, 현재 대부분의 금융·경제 전문가들이 2002년 하반기를 경기회복 기점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는 이미 지난해 초에 이들이 전망했던 동년 3·4 분기 회복, 2002년 1·2 분기 회복으로부터 수차례 뒤로 미루어진 것으로 또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실제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바 있는 미국 경제가 회복기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가파른 V자형보다는 완만한 U자형의 경기 회복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 대규모 감원 및 소비자 부채 증가 등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는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본격적 경기 회복은 이들 장해요인이 어느 정도 해소된 뒤에나 분명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인과 일반 소비자는 신중한 투자와 소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같이 미국 및 글로벌 경기 전체가 크게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계획성 있고 현명한 소비지출을 습관화하는 것이 소득증가에 시간과 정열을 투자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단순 소비지출 이외에도 감세 프로그램 및 저금리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도 지출 감소에 도움이 된다 할 수 있겠다. 물론 어느 정도의 소비 지출은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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