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다. 물질의 풍요가 마음의 행복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며 경제적인 성공이 우리 인생의 성공을 잴 수 있는 잣대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아닌 것은 분명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성공은 돈이 없어 겪어야 하는 불편함을 덜어준다. 그뿐일까.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을 때 마음 따라 움직이고 가치를 발휘하는 돈으로 때론 기쁨을 살수도 있는 것이다.
올해로 19살이 된 앤디 김군(한국명 규태)의 결코 길지 않은 인생 여정을 사람들은 ‘성공 신화’라 표현한다. 베벌리 힐스 하이스쿨 시절 컴퓨터의 귀재로 불렸던 그는 아직 채 스물도 되지 않은 나이에 남들이 MBA를 마치고도 도달할 수 없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에 올라선 ‘원더 키드’이다.
글렌데일에 위치한 트라이텍 인터넷(Tri-Tech Internet). 그가 매일 아침 출근을 하고 연봉을 받는 이 회사는 인터넷 비즈니스 솔루션의 디자인과 개발, 그리고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IT업체이다. 아직 치아 교정용 브레이스를 하고 얼굴에 여드름 꽃이 핀 그는 평균 연령이 높지 않은 IT업계 회사에서도 가장 막내둥이.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출근한 그를 배달 나온 고등학생으로 착각하는 해프닝도 자주 벌어진다.
최고 브레인들을 모아 놓은 연매출 6,000만달러 규모의 큰 회사에서 이제 갓 칼리지 과정을 속성으로 마친 19세의 앤디는 기술직을 총 책임지는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앤디의 연 수입은 6자리 숫자. 보통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당 몇 달러씩을 벌고 있는 19살짜리가 벌어 들일 수 있는 돈으로는 상상이 가지 않는 액수이다.
앤디가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이곳으로 옮겨 온 지 이제 약 5개월. 트라이 텍의 대변인인 숀 마시아스(Sean Macias)는 "앤디는 최고의 실력을 지닌 뛰어난 팀 플레이어로서 그가 이끄는 팀이 회사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밝힌다.
아직 부모님이 대주는 학비로 대학에 다닐 나이인 그가 어떻게 오늘의 성공 신화를 일궈 내게 됐을까. 그의 오늘을 이해하기 위해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자.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모든 것이 풍족하던 그의 삶에 감당하기 버거운 사건이 발생한다. 갑작스런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가족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된 것. 하루아침에 집도 절도 없어져 아버지 친구 집에 머물던 그는 베버리 힐스에 있는 학교로 가기 위해 새벽 4시에 일어나 추위 속에 버스를 기다렸다. 굳이 베버리 힐스 하이 스쿨을 계속 다니려 한 것은 이 학교의 컴퓨터 사이언스 과정이 알찼기 때문이다. 앤디는 고등학교 다닐때 직접 자신의 인터넷 업체를 경영하기도 했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10대 후반에 이런 충격을 받게 되면 이를 감당치 못하고 방황할수도 있었을 텐데 앤디는 자신의 미래 시나리오를 그렇게 쓰지 않았다. 그가 삶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바꾼 데에는 아무리 견뎌내기 힘든 고난이 닥쳐올 지라도 결코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어머니 에스더 김씨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항상 긍정적인 태도로 현재의 고난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먹구름일 뿐이며 조금만 참고 견디면 찬란한 햇살이 그들을 비춰줄 것임을 아들로 하여금 믿게 만들었다.
세상에 자기 어머니 사랑하지 않는 아들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의 마마 사랑이 유난스러운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지난해 11월 생일을 맞은 엄마를 위해 앤디는 서프라이즈 파티를 마련했다. 초대형 리무진이 집 앞에 도착하자 어안이 벙벙한 어머니를 태워 친구들과 함께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려가 식사를 대접한 것은 물론 엄마의 나이 수만큼의 장미 꽃다발을 안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던 것이다.
"꼭 영화, ‘프리티 워먼’의 비비안이 된 것 같아요." 아직도 꿈꾸는 것 같은 기분이라는 에스더 김 씨는 아들의 놀라운 선물 때문에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단다. "엄마가 제게 해 주었던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예요." 앤디는 아무리 집안 사정이 좋지 않던 시절에도 친구들을 불러모아 공원에서 깜짝 생일 파티를 열어주었던 어머니의 사랑을 아직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최근 앤디는 엄마에게 시가 8만달러 상당의 머세디스 벤츠를 선물했다. 빨간색 리본으로 예쁘게 묶은 은빛 벤츠가 집 앞에 서며 앤디가 키를 건네주었을 때 에스더 김 씨는 요술 할머니가 호박을 두들겨 만들어준 마차를 탄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영화를 참 좋아하는 앤디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자를 감동시키는 장면을 기억했다가 그 방법으로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큰 기쁨이다. 이 다음에 여자 친구를 사귀면 전용 비행기에 태워 오페라를 보러 갈 계획이라니 과연 누가 될 지 모르지만 참 복도 많은 것 같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한다는 것. 앤디 역시 컴퓨터 앞에 앉으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일에 몰입한다. 지금은 일을 하느라 인터넷을 통해 UCLA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앤디는 모든 사람이 정보를 공유하는 정보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자신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남들은 어린 나이에 참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이제 막 출발점에 서 있는 마라토너라 여긴다. 그래서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연구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한다. 경제적 성공이 인생의 성공은 결코 아니지만 그는 가족들이 흩어져 살던 시절 두 손을 불끈 쥐고 다시는 가난 때문에 배고프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던 스칼렛 오하라처럼 다시는 돈 때문에 고생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러나 앤디가 이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은 바로 가족이다. 그런 가치관을 지니게 된 것이야 말로 막대한 연봉보다 더 확실한 성공의 징표가 아닐까. 19세 ‘원더 키드’의 앞날이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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