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로 순직한 소방관 부인 마리안 폰태너 언론 매체 출연, 저명 정치인 만남 잦아져
작가이자 여배우인 마리안 폰태너(35)는 소방관 미망인으로 갑자기 유명해졌다. CNN이 정기적으로 리무진을 보내서 모셔 가는가 하면, 지난달엔 대통령을 만났고, 지난 주 대통령 국정연설 때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게스트로 의사당에 갔다. 신문에 수없이 언급되어 영국에서 홍콩에 이르기까지 그 이름이 알려졌으며, 심지어는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 출연 요청을 두 번이나 거절했다.
이런 생활은 그녀를 흥분과 죄책감이 섞인 묘한 기분으로 몰고 간다. 특히 밤에 아직도 침대 밑에 놓인 남편의 구두를 볼 때면 더하다. 그녀는 자신이 소방관 데이브 폰태너의 미망인 이외의 존재로 인식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게 여겨진다.
"때때로 자신에게 묻곤 합니다. 내 인생이 통제를 벗어난 것은 아닌가 하구요."
그녀가 늦게서야 귀가하면 다섯 살 난 아들 에이던은 소방트럭이 픽업해서 이미 집에 와 있다. "종종 이 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모든 메시지를 지워버리고, 평화롭게 아들을 키우면서 희극대본이나 쓸 수 있었으면 하고 말이죠."
세상은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호들갑을 떨며 소방관과 구조대원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우지만, 금방 식어버리게 마련이다. 계속 조명 속에 남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마리안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내 개인생활이 거의 없어져버렸습니다. 그걸 찾으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어떤 때는 다시 무대생활로 돌아가고 싶기도 했다. 그녀는 오프 브로드웨이의 정규 공연물에서 ‘디지 케인’이라는 기인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환경이 그녀를 힘의 세계로 밀어 넣었다. 발단은 몇 달전, 시청 측이 그라운드 제로의 소방관 배치를 줄이겠다고 결정했을 때 마리안은 소방관 미망인들이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녀와 그녀를 지원하는 소방관 조합은 분노한 소방관들이 경찰과 주먹다짐을 벌이는 것보다는 300명의 분노한 소방관 미망인들이 훨씬 공감을 자아내는 그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결국 줄리아니 시장은 후퇴했고, 소방관들이 참여한 복구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데이브 폰태너의 시신은 12월 초에 발견되었다.
이제 소방관 연금으로 살고 있는 이 ‘9.11 미망인 및 희생자 가족협회’의 무보수 회장은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의 하나가 되었다. 남편의 생전에 이들은 비교적 조용한 부부였다. 데이브는 다른 소방관들처럼 부업을 갖지 않았다. 그는 아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했다. 마리안이 청소를 하고 데이브가 요리를 했다. 그녀는 글을 썼고, 그는 그림을 그렸다. 가족 캠핑을 가고,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녀는 보상금 문제엔 흥미가 없다고 말한다. "나는 돈 없는 것에 익숙합니다. 나는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잊지 않도록 하는데 더 흥미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벌써 관심을 잃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소방관 미망인들에 대해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몇 주 전 마리안은 WNYC-AM 라디오의 공개토론에 나갔는데, 한 젊은 여성이 그녀에게 소방관 미망인들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일부러 자극하려는 듯한 어조였지만, 마리안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일주일에 50번은 되풀이했을 설명을 차분히 다시 한번 해주었다.
"우리는 몇백만달러를 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과 공평하게 받고 싶다는 것입니다. 돈 자체에 대해서는 더 무심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도덕에 관한 문제입니다."
새러 로렌스 칼리지에서 연극을 전공한 마리안은 공화당에 투표한 적이 없는 집안에서 자라났다. 그녀는 뉴욕시의 소방관 부인들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 순종적이지도 않고, 자기 고집이 강하며, 길거리에서 연극을 하기도 했다. 몇주 전에 그녀는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파크 애비뉴에서 시위를 주선했다.
조용할 때면 그녀는 이것이 과연 남편이 원했던 삶일까 회의하곤 한다. 또 앞으로 자신의 인생에 있어 다른 남자가 존재할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녀가 전화 메시지를 체크해 보니 세시간 동안 18통이 와 있다. 그 중엔 친정아버지로부터 온 것도 있다. "얘야, 네가 걱정되는구나. 내 생각엔 네가 공화당 사람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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