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 때문에 아우성이다. 집을 내놓기만 하면 복수 바이어가 몰려들어 오퍼 가격보다 더 비싸게 줄 테니 팔라고 통사정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바이어가 훨씬 더 값을 내겠다고 해도 그 가격에 팔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다. 불과 2~3년 전에 비해 50~60% 오른 값에 거래가 이뤄지는 바람에 감정가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감정가가 나오지 않으면 융자가 되지 않아 셀러는 울며 겨자 먹기로 깎아 주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은 지금 미국 경기 악화를 막는 가장 중요한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불황의 여파가 아직 뼈아프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상당 부분은 부동산 호황 덕이다.
올 부동산 전망에 관한 기사들도 열에 아홉은 작년과 같은 호황이 계속될 것이란 낙관론이다. 대다수 분석가들은 이민자 유입, 낮은 금리, 매물 부족 현상이 계속되는 한 올 주택 경기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연 이 같은 장미 빛 전망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 월 스트릿 저널은 지난주 ‘부동산 거품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미 최대 모기지 회사의 하나인 HSBC 보고서는 주택 가격 상승이 구입자의 연 소득 상승률을 큰 폭으로 상회하고 있어 집 값과 구입 능력 사이에 간격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런 현상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소득이 집 값 수준에 맞게 오르거나 아니면 집 값이 소득 수준으로 하향 조정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건 스탠리 사는 ‘집 값: 터지기 직전의 버블’이라는 보고서에서 주택 시장이 무너지면서 미국 경기는 ‘제2의 불황’ 국면을 맞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네드 데이비스 사도 주택 경기 지수가 적색으로 돌아섰다며 주택 시장이 이처럼 뜨거운 것은 더 늦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첫 주택 구입자들이 결사적으로 매물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가 평가 기준으로 쓰이는 지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P/E 비율(price to earnings ratio)이다. 주식의 가격을 그 회사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주당 소득으로 나눈 가격인 P/E는 주식이 싼 가 비싼가를 재는 1차 기준으로 사용된다. 지난 70년 간 미 주가의 평균 P/E는 14 정도였다. 불황 때는 7까지 내려가고 호황 때는 30 이상 올라가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지난 1년 간의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 500대 기업의 주가는 35선으로 아직 과대 평가돼 있다.
주택에도 이와 비슷한 구매 능력 지수라는 게 있다. 지수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든다. 역사적으로 1.2 선이던 이 지수가 현재 1.6 선에 와 있다. 이 지수가 마지막으로 이처럼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은 주택 열기가 절정에 달했던 1989년이다.
주택 경기를 좌우할 또 하나의 변수는 금리다. 작년 한해 동안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단기 금리를 11차례나 내렸지만 모기지 금리를 좌우하는 장기금리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가 회복된다면 바닥에 와 있는 장기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기 금리의 상승은 페이먼트 부담을 늘려 집사는 것을 어렵게 한다.
낙관론자들은 주가 폭락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열기가 식지 않고 있음 지적하면서 주가에서 빠져 나온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어 오히려 부동산은 증시 냉각의 덕을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일본의 경우도 나스닥 이전까지 사상 최대 버블이던 니케이 지수가 1989년 터진 후 1년이 지나서야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며 부동산 호황을 단언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낙관론자나 비관론자나 지난 5년 사이 미 주택 값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올랐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다. 지난 수년간 주식이 그랬던 것처럼 현 주택 시장은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과대평가 돼 있다. 주식이든 주택이든 모든 상품은 과대평가와 과소평가 사이를 진동한다. 지나치게 빨리 오른 것은 반드시 조정국면을 거친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역사를 망각하는 자는 역사를 되풀이한다. 1989년 부동산과 2000년 주식 시장이 남긴 교훈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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