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시 북한 발언 어떻게 볼 것인가
▶ (이창주/코네티컷대 정치학과 연구교수)
부시 대통령이 연두 국정연설에서 한반도의 평화구축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외교적 수사로는 가장 적대적 표현이라 할 수 있는 ‘악의 축’(axis of evil)이라는 말로 북한을 규정하고 나선 것이다. 당사국인 북한 입장에서는 ‘선전 포고와 다름없는’ 폭력적 언사이다. 그동안 부시 행정부가 견지해온 대북 강성기류에서도 한 발짝 더 나아간 위협적이고도 도발적인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발언을 통해 한반도를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몰고 가려는 부시 행정부의 속내가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성발언은 미국 내 어떤 세력들에 의해 작성되었으며 그들의 의도는 무엇인가. 워싱턴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대북 발언의 주요 논점과 방향은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 그리고 백악관 안보회의 등 3개 팀이 주도했다.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CIA 북한팀의 대북 공작 방향이 바뀌었다. 클린턴 정부 시절 북한을 연착륙시키려 했던 공작 방향에서 ‘김정일 체제의 붕괴’를 유도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또한 황장엽씨 방미 초청을 주도해온 의회 내 공화당 강경 세력들이 작성한 ‘북한 붕괴 시나리오의 가능성과 전망’이라는 자료에 의해서도 밝혀지고 있다.
CIA는 최근 부시의 국정연설 참고 자료로 대북 관련 타겟 리포트(Target Report)를 백악관과 의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의 주요 논점은 크게 3가지이다. 하나는 북한이 탄도탄 미사일의 개발과 판매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이 1~2개의 핵무기 생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에 활용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기술확보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북한은 국민을 기아에 허덕이게 하면서 미사일과 대량 살상무기로 무장한 위험한 국가라는 점을 부각했다.
부시 대통령의 외교관련 자문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보좌관이 최종적으로 관여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라이스 보좌관을 추천한 세력은 서부의 대표적인 공화당 원로인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 이끄는 스탠포드 대학팀이다. 스탠포드 대학은 역대로 공화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왔다. 이런 세력들에 의해 뒷받침 된 라이스 보좌관은 그 내력이나 이념에서 아버지 부시에서 이어져온 부시 독트린의 충실한 계승자이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1992년 북미관계는 핵사찰 문제를 둘러싸고 격돌 직전 상황까지 간 바 있다. 당시 미국은 북한에 대한 공격까지 염두에 둔 최악의 시나리오를 수립했다. 현 부시 대통령의 뿌리깊은 대북 불신감은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재현하는 역할을 라이스 보좌관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 행정부내 또 한 사람의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아버지 부시 행정부 시절 딕 체니 국방장관 밑에서 국방차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91~92년 북한 핵문제가 이슈화되었을 때 북의 핵처리 능력을 완전하게 제거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펼쳐 한반도에 전운을 감돌게 하는데 한몫 하기도 했다.
우리가 우려하게 되는 것은 부시 행정부내 강경파 대부분이 한국의 정치 세력 및 언론 등에 자신들의 동조 세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전개되는 구체적인 상황보다는 미국의 정책 방향대로 한국을 요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한가지는 테러 전쟁의 여세를 몰아 미국 국민들이 자신들의 대북 강경 정책을 지지하도록 하는데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들은 한반도의 평화나 미래에 대해서는 전혀 안중에 두지 않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긴장국면 조성의 이면에는 3가지의 의도가 내포돼 있다. 첫째는 부시 행정부가 요구해온 대북 조건, 즉 재래식 무기의 후방 재배치, 미사일의 개발 및 수출 포기, 대량 살상무기 개발 중단 등에 대해 보다 확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한 연구원은 현재의 국방 안보팀이 존재하는 한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어떤 형태로든 수용하지 않는다면 북미관계의 진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한국 정부의 대북 접근정책에 대해 미국이 간섭하고 통제하겠다는 간접적 메시지다. 이름을 밝히기를 원치 않는 미 의회 한반도 관련 전문위원은 미국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서는 한국의 대북 접근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견지해온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셋째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F-X) 선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최근 보고서는 미국은 대북 억제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한국에 F-15 전투기 대대를 배치하였으며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의 공군력 증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 미국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남북이 대치하고 긴장 상황이 초래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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