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정재 칼럼-영재교육 (43)
▶ 수학 (II)
"제가 가르치는 영재반 학생들의 수학시간은 교사로서의 제가 참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두 자리 숫자 (+)와 (-)는 물론 곱하기까지 들어가야 하는 수준인데 말이 영재 반이지…" 필자가 가르치는 대학원의 영재 학과목(gifted curriculum) 강의 시간중 한 제자의 질문이다.
교수: 무엇이 이해가 안 되는데?
제자: 더하기를 익숙하게 할 줄 알아야 다음 개념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13+5가 무엇인가는 자동적으로 알아야 하는데 어떤 아이들은 하기는 하는데 아직도 13+5=18에서 3+5를 할 때 자기 코를 세번 찍어본 후에 다시 4, 5, 6, 7, 8을 세어보고 8이라고 합니다. 개념파악이 안 됐다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왜 3이면 3하고 4, 5, 6, 7, 8이라고 세지를 않고 자기 코를 세번 찍어보고, 즉 1, 2, 3을 센 다음에 8까지 갈까요?
다른 제자: 맞아요! 우리 학생들 중엔 코를 만지는 대신 손가락으로 세는데 처음에 세 손가락으로 시작하지 않고 처음부터 1, 2, 3으로 손가락을 센 다음에 다섯 번을 셉니다. 정말 이상하네요!
교수: 혹시 그런 학생들이 어려서 더하기와 빼기를 처음 배울 때 매뉴풀러티브(manipulative) 방법으로 배우지 않았나(이 방법은 블럭을 세 개 주고 거기에 또 블럭 다섯 개를 준 후에 모든 블럭을 세어 보도록 하는 기계적 방법이다)?
제자들: 물론 그랬지요! 매뉴풀러티브 방법에 문제가 있나요 (이구동성으로 항의하는 어조였다)? 몇달 동안 이 방법을 쓰면 시간이 너무 걸리고, 또 영재반이니까 다음에는 블럭을 다 거두어 들였지요!
교수: 다시 말하면, 매뉴풀러티브에서 추상적인 생각(abstract thinking)으로 뛰어 넘으라고 한 것이네? 인간은 누구나 어려서부터 추상적인 개념(abstract thinking)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추상적인 생각을 배우기 위해선 처음엔 몸을 움직이며 배우기 시작하여(kinesthetic method), 다음은 만지면서 배운다(tactile). 아이들이 코를 찍거나 손가락으로 세어본다거나 하는 것은 매뉴풀러티브 방법과 다른 것이 없는데 선생님이 블럭을 거둔 후에도 아이들은 고사리 같은 손가락이나 자기 코로 블럭을 다시 발명(?)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제자: 그러면 그 학생들은 피아제(Piaget)가 말하는 아직 sensory-motor-stage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교수: 그런 것이지! 그 꼬마들이 수학의 영재가 아니거나 머리가 모자라서 그런 것은 아니고 다만 아직 발달 과정에서 그 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것뿐이지!
제자: 정말 그 말씀이 맞아요! 그런데 그건 또 왜 그렇지요.
교수: 이것은 수학에 영재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순전히 그 성숙에 달려 있는데 남자아이들은 약 12~14세까지 그 성숙이 좀 늦거든! 절대로 머리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12~14세가 되면, 어떤 남학생들은 그 깊이와 폭이 어느 여학생들보다도 더 깊고 넓을 수가 있어! 다시 말하면 추상적인 생각(abstract thinking)을 아주 잘한다는 말이지!
제자: 그러면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이 매뉴플러티브 방법을 그냥 쓰게 하라는 말인데!
교수: 아니지! ‘창살 시스템’(lattice system)으로 가르칠 수 있지!
<다음은 이 강의의 내용이다>
대체적으로 영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려서부터 수학 개념을 파악한다. 초등학생들도 여러 가지 풍부한 수학 개념을 배울 수 있어서 진학 후엔 더 어려운 수학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그런 예로써 숫자 계통을 배운다. 그런 계통으로 영재들의 공부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창살 시스템’(lattices system)을 소개한다.
어린 영재들에게 숫자 개념의 아름다움과 흥미로움, 그리고 숫자의 교묘한 것을 가르치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숫자의 개념을 ‘창살 개념’으로 시킨다. 이 개념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대학원 학생까지도 도전이 된다. 그러므로 이 개념은 여러 학생층에 적용된다. 이 방법은 숫자 개념의 여러 가지 변형도 전개할 수 있으므로 재미있는 개념이다.
모든 학생들이 할 수 있는 한가지 간단한 ‘창살 개념’을 소개하자면,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20 21 22 23 24 25 26 26 28 2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1 2 3 4 5 6 7 8 9
여기서 우리는 위의 숫자 계열의 ‘비밀 코드’(code)를 쓰려고 한다. 즉 한 숫자의 비밀 코드(code)는 5를 쓸 수 있다. 이 것이 무슨 숫자이겠나?
개념을 가르치는 방법으로 추상적인 개념을 외우는 것이 아니고 종합해서 결론짓는 방법(inductive reasoning)을 자기 스스로가 배우게 된다.
다음과 같이 이 숫자의 코드(code)를 가르친다.
선생님: 5+13 의 답은?
학생: 18입니다.
선생님: 맞다. 그렇다면, 누가 이 답을 코드(code)로 표현할 수 있겠니?
학생: 8입니다.
선생님: 맞다. 그렇다면, 누가 이 답을 다른 코드(code)로 표현할 수 있겠니?
학생: 7이겠네요!
선생님: 다른 방법은?
넷째 학생: 18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 그러니 18이라는 숫자를 여러모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결론(inductive reasoning)이니?
학생들: 참! 그렇구나!
비록 필자가 이 ‘창살 개념’을 열심히 강의하고 났지만 속으로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어려서 한국에서 수학을 배울 때 이 매뉴풀러티브 과정도 통과하지 못한 것 같다. 서양이건 동양이건, 몸을 움직이며 배우고, 만지고 배우는 단계가 있으련만 그 기회도 없어 수학을 덮어놓고 외우기부터 시작했고 다음에는 방정식에 맞는, 즉 규격에 맞추어 그 정답을 대는데 익숙해졌던 것이었다.
필자가 대학에서 수학 시간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답을 못 찾거나 수학의 기술(skills)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개념파악이 힘이 들었다. 얼마든지 어려서부터 lattice system 같은 것으로 그 추상적인 생각을 발달시킬 수도 있는데, 덮어놓고 외우고, 빨리 해내는 기술, 방정식에 맞추어 그 답을 낼 수 있는 이런 공부는 수학 교육이 아닌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추천독서 목록과 학습방법이 자녀의 독서수준별로 된 것이 있습니다.)
문의(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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