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수용시설 한인청소년
▶ 전체원생의 절반이상 10대
아직도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재롱을 떨 나이인 열 살, 열두 살짜리 어린이들이 마약에 중독돼 가족과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날씬해지기 위해서, 친구들 사이에 왕따를 당할까봐 등 얼떨결에 처음 경험했던 마약으로 인해 보호소에서 보내는 10대 자녀들. "잘 크고 있거니…"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부모도 모르는 사이에 파멸의 길을 걷고 있다.
’내 자식은 절대로 그럴 리 없다’고 믿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지만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마약은 청소년 주변에 너무나 가까이 있다. 한인 청소년들은 학교나 친구, 길거리 어디서든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마약 중독 한인들을 치유하는 ‘나눔선교회’(공동대표 김영일·한영호)에 따르면 현재 선교회관에서 생활하는 한인들은 40여명. 이 중 절반 이상이 열 살에서 열여덟 살까지 10대 청소년이며 청소년 대기자 명단만 20명이 넘고 있어 청소년들의 마약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증명해 주고 있다.
■마약에 노출된 청소년
▲이모(10)군 케이스
부모 몰래 9살 때부터 2년째 담배를 피워온 이군은 우연히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가 권하는 스피드를 호기심에 피워봤다. 이군은 친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피우는 모습을 보고 괜찮겠거니 생각했고 친구들도 하는데 안 하면 따돌림을 당할 것 같았다. 피우고나니 기분이 좋아졌고 심장이 뛰면서 흥분이 됐다.
이처럼 우연히 시작한 마약으로 중독까지 이른 이군은 어느 날 눈 주위가 검게 변하면서 눈동자는 초점을 잃은 채 사팔눈이 되었다. 보통 한 알씩 먹는 엑스터시를 성이 차지 않아 한꺼번에 3~4알을 먹어 눈까지 돌아갔던 것이다. 이군은 뒤늦게 이를 안 부모에 의해 나눔선교회에 보내졌다.
▲K모(14·LA거주)양의 경우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를 느끼고 있었던 K양은 주위 남학생들로부터 뚱뚱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고 그러한 말들이 깊은 상처가 돼 있었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빠지지 않았던 K양은 어느 날 학교에서 평소에 예쁘다고 말해 주던 흑인 남학생으로부터 스피드를 권유받았다. 한달 정도 약을 하고 나니 몰라보게 날씬해졌다. K양은 "스피드를 하면 식욕이 없고 음식을 먹으면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이로 인해 날씬해져 계속했다"고 말했다.
K양은 날씬해지는 모습이 좋아서 스피드, 헤로인, 엑스터시 등 안 해본 약이 없다. 이후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등 자기를 주체하지 못하게 된 K양은 결국 마약중독 판정을 받았다.
▲H모(15·세리토스 거주)군의 경우
밤새 컴퓨터를 하는 H군의 부모들은 H군이 공부를 하는 줄만 알았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H군의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그러나 아주 우연히 H군의 책상 서랍에서 유리 파이프를 발견한 부모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교회로 문의를 해왔고 H군은 이미 2년 동안이나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한 중독상태에 있었다. H군은 잠을 자지 않으려고 약을 처음 사용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 마약구입 실태
10대들의 마약 중독은 주위 어디서나 쉽게 마약을 구입할 수 있어 심각함을 더해주고 있다.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마약은 스피드와 엑스터시로 1회분 20달러 정도. 도구를 사용해야 하는 스피드와 달리 엑스터시는 알약으로 돼 있어 애드빌이나 타이레놀과 함께 섞어 병 속에 넣고 다니는 청소년들도 있다. 더욱 강한 약물을 찾는 청소년들은 코로 흡입하는 스페셜 K를 사용하는데 5~6회분이 20달러로 비교적 싸 아이들의 용돈으로도 구입이 가능하다.
청소년들에게 마약 구입처란 따로 없다. 보통 학교나 이웃 친구로부터 구입한다. 마약 딜러를 하는 청소년까지 있다. 이들은 50~100달러의 마약을 갖고 있다가 절반은 친구들에게 팔고 절반은 자신이 복용하는 게 대부분이다. 나눔선교회의 한 관계자는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으나 어른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더 문제"라며 "한인 마약 딜러만 40여군데에 이르고 있으며 가정집에서 마약을 만들어 팔기도 한다"고 전했다.
■ 보호생활
청소년 마약중독자들은 가족과 오순도순 사랑 속에 지낼 나이에 최소 6개월 동안 선교회관에서 공동생활을 해야 한다.
아침 6시30분 기상, 밤 10시30분 취침에 이르기까지 약물 복용 욕구가 생길 틈이 없도록 일정이 엄격하게 짜여 있고 시간관리도 철저하다. 커피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못 마시게 하고 아침에는 생식을 먹는 등 음식도 조절한다. 재활과정에 들어간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회복의 길로 들어서는데 청소년의 경우 거의 완치된다는 게 선교회 측의 설명이다. 매주 토요일 학부모 세미나를 열어 부모 교육도 병행한다.
김성신 전도사는 "자녀를 맡겨놓고 골칫거리를 해결했다는 듯 아예 발걸음을 끊어버리는 부모도 있고 후회 속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간섭하는 부모들도 있다"며 "자녀를 더욱 믿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선교회 수칙에 따라주는 게 자녀를 사회에 복귀시키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하은선 기자> eunseonha@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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