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재 교육-42, 수학 (I)
▶ 전정재 박사
진우 어머니는 매번 만점 받은 수학 시험지를 들고 오는 진우가 그저 신기하고 자랑스럽기만 했다. 진우는 "엄마! 이것 봐! 선생님이 칭찬하시면서 나만 숙제를 따로 내주셨어!"라고 100점짜리 수학 계산문제 시험지를 보이며 자랑했다. "반에서는 겨우 더하기, 빼기를 하고, 좀 잘하는 아이들은 곱하기에 들어갔는데 나보고는 나누기를 해 오라고 하셨어! 글쎄 어떤 애들은 아직 더하기도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 참 한심도 하지!" 집에 온 진우는 숙제도 쏜살같이 해놨다.
그러나 학년이 올라 갈수록 수학에 영재라고 손꼽히던 진우의 수학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고학년이 되면서 수학에 별 취미가 없게 되었다. 과연 어찌된 일일까? 어려서 진우는 수학의 방법면(스킬, skills)을 너무 잘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수학은 스킬만이 아이고 추상적인 개념(abstract thinking)을 파악하는 논리(logics)의 과목이다.
진우가 겪은 문제의 예를 들어보자. 82를 1/9로 나누면 그 답이 무엇이냐? 라는 문제가 있다. 아주 간단하다. 진우가 배울 때는 이런 문제가 있을 때 덮어놓고 ‘1/9이 9가 되려면 나누기 sign을 곱하기로 하면 된다’라는 방법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배웠다. 그래서 진우는 누구보다도 빨리 82×9= 738이란 답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맞는 답일는지는 몰라도 ‘왜’ 그런 방정식이 쓰여졌는지 그 추상적인 개념 파악을 하지 못했다. 즉 82/(1/9)에서 문제는 (1/9)이다. 그러니 (1/9)를 중화(normalize)할 수 있는 방법은 9로 곱하면, 쉽게 다룰 수 있는 1로 변하고((1/9×9=1), 82×(9)/1이니 738/1로 변한다. 그러므로 정답은 738이다. 개념파악이란 것은 다루기 어려운 ‘1/9’를 어떻게 중화시키는가로 9를 곱하여 ‘1’로 만들었다. 그러나 ‘1’의 operational 정의(즉 ‘1’은 나누기나 곱하기에서 제자리이다)를 이해한 것이다.
필자가 처음 미국에 와서 대학 1학년 때 가장 잘했던 과목이 수학이었다. 숫자 개념에 워낙 어두웠는데도 대학 1학년, 처음 수학을 택하니 완전히 고등학교 때의 대수(algebra)나 미적분(calculus) 등 모두 복습하는 식이니 매우 쉬워 성적이 좋았다. 수학의 언어(숫자)를 미리 한국에서 배웠으니 영어를 몰라도 숨통이 터졌었다. 그러나 학기가 반도 못되어 A만 받던 필자는 헤매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처음 몇 주일은 한국식으로 외어서 하는 계산(rote calculation)이었으나 다음은 개념파악(conceptualization)으로 전개되는데 이것은 필자에게는 너무 생소했기 때문이다.
진우는 수학에서 필자 같이 개념을 알지 못한 채 스킬에만 능통하였다. 수학에서도 다른 언어 같이, 스킬의 기본방법(basic skills)을 배울 때와 스킬(skills)을 응용할 때로 나누어야 된다. 그러나 응용면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 기본방법의 개념파악(conceptualization)을 하지 못하고는 응용면으로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다.
기본방법(basic skills)을 가르치는데는 다음 두 가지를 다루어야 한다.
1. 수학의 기본(basics) 자체를 가르쳐야 한다.
필자가 1학년 때 ‘더하기’ ‘빼기’ ‘곱하기’까지 외워 오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구구단을 노래로 부르기까지 하던 기억이 난다. ‘9×9=81’이 노래의 가사가 아니라 ‘아홉(9)개’를 ‘아홉(9)번’ 되풀이하면 여든 하나(81)가 된다는 개념을 터득하였다. 집안 식구들에게 ‘9×9=81이 무엇’이라는 것(개념)을 한창 떠들고 났더니 옆에 있던 오빠가 ‘전씨 가문에 천재 났네’라고 놀리던 기억이 난다. 이런 기본(basics)을 우선 가르쳐야 수학의 오묘한 개념을 ‘이해’하게 된다. 개념을 모르고는 그 개념이 어떻게 쓰인다(응용)는 다음 단계로 들어갈 수가 없다. 어떤 방정식을 풀려고 할 때 이 방정식의 정체(statement)가 무엇이라는 것을 이해 못하고는 그 방정식을 어떤 operation을 이용해야 할지조차 알 수가 없다.
2. 이 기본개념을 이용하여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종합능력(convergent reasoning), 판단력(evaluation), 창의력(divergent reasoning) 등을 배우는 것은 일반 언어(language)를 배우는 것과 동일하다. 즉 수학이란 다른 양상의 언어(logical language)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재 교육의 경우 수학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되나?
■영재교육의 수학 커리큘럼
A. 수학방법(mathematical skills)은 어느 수준에서든지 가르친다. 저학년에만 속해 있는 것이 아니다.
B. 방법(skills)을 가르치는 데서만 끝나지 않고 개념파악, 연결성, 응용(개념파악의 시금석)에 중점을 둔다.
C. 저학년부터도 개념파악이 아무리 추상적이고 복잡하더라도 그 연결성, 응용을 잘만 가르치면 충분히 배울 수 있다.
D. 영재교육에서는 보통교육에서 받는 수학 시간의 스킬을 축소시켜 가르친다.
E. 어떤 고차원적인 추상적 수학 개념이라도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이 있으면, 배울 수 있다. 응용문제를 못하는 것은 수학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문제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F. 영재수학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스스로 생각하는 논리적인 능력을 발달시키는데 있다. 이는 방정식에 따라 수학을 풀어내는 것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G. 특히 영재교육에서 수학은 창의력을 기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좋은 예로, 영화 ‘Beautiful Mind’를 보면 내쉬(Nash) 박사가 사회적 문제(수학과는 전혀 다르게 보이는)를 수학으로 종합하고, 그 것을 수학 방법으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결국 노벨상을 받는 창의력의 현상이 되었다. 이처럼 한 언어(사회적 문제)를 다른 언어(수학)로 전환시키는 것은 두 언어의 개념을 모르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스킬이나 방정식에 따라 풀어놓은 수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이다.
H. 우리의 지성 발달은, 수학을 포함한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
(i) 사물 판단의 단계(sensory motor stage)-이 시기의 특징은 a. 아직 말(수학)을 못하며, b. 사물(수학)을 판단할 때 그냥 보고, 그 차이점을 파악한다.
(ii) 배움의 준비시기(pre-operational stage)-이 시기의 특징은 a. 언어(수학)를 사용하기 시작하며, b. 언어(수학)를 사용해 사물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c. 행동(수학 풀이)이 즉흥적이며, d. 자기 중심적이고, e. 한정되거나, 고정된 생각(수학)에 멈추어 있다.
(iii) 다각면의 생각 발달 시기(concrete operational stage)-시기의 특징은 a. 사물(수학)을 정리 정돈할 수 있고, b. 사물(수학)을 계산하고, 측정할 수 있으며, c. 사물의 다양한 면(수학의)을 알기 시작하고, d. 분석능력(수학)의 발달이 시작된다.
(iv) 창의력, 판단력 시기(formal operational stage)-이 시기의 특징은 a. 응용(수학)으로 새 것을 만들어낼 줄 알며, b. 상상력(수학)이 발휘하며, c. 가정(hypothesis, 수학적)할 줄 알고, d. 판단(수학적)을 한다.
I. 영재의 수학 스킬을 가르치는 주목적은 처음에는 주춧돌을 놓듯 기초(basics)를 가르치지만, 나중에는 이 모든 개념을 한데 묶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방정식 같이 외워서 규격에 맞추는 과정이 아니고 이 과정에서 다른 영역을 새로 발견하는 일이다.
J. 다른 과목, 즉 과학(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논리계통(logical system)을 수학화 할 수 있으므로 이런 과학계통을 이해 내지 설명할 수 있다. 예로써 양자학(quantum mechanics)이다.
서론에서 소개한 진우는 능력이 탁월한 영재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일찍 수학을 외우는 것, 계산, 틀에 박힌 방정식 등으로 배우다가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갑자기 추상적인 개념파악이니, 확률(probability), ‘짝 개념’(set theory) 등 ‘숫자로만’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접하자 완전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필자 역시 대학 1학년 때 스킬(skills)에서 A+을 받았지만 개념 파악에 들어서 헤맸는데 그 원인은 단순히 영어를 잘 못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생각하는 능력, 응용하는 능력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주는 이 개념파악(understanding of the number system) 발달에 대해 알아본다.
(추천독서 목록과 학습방법이 자녀의 독서 수준별로 된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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