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개막이 오는 2월 8일로 다가왔다.
이번 올림픽의 최대관심사 중 하나는 미국의 미쉘 콴이 여자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미쉘 콴은 4년 전 나가노 올림픽에서 테라 리핀스키에 밀려 금메달을 놓친 후, 생애 마지막 기회가 될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절차부심해 왔다. 그러나, 천하의 미쉘 콴이라도 세월의 흐름을 역류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90년대 중반 이후 세계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최강자로 군림해 왔지만,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는 환갑과도 같은 21세라는 나이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쉘 콴의 노화과정은 마치 사진기록처럼 대중들의 눈앞에 공개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지난 수년간 콴이 경험한 빙판 위에서의 영광과 좌절, 일련의 TV 광고 등장, 개인적인 성숙 등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이 일반 팬들의 주목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미쉘 콴은 요즘, 사람들이 자신의 나이를 30세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팬들 입장에서는 지난 94년, 13세 어린 나이에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데뷔한 이래, 적지 않은 세월을 정상에서 군림해 온 미쉘 콴이 이제 선수로서 늙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지난 몇 달간은 미쉘 콴에게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모색하는 시험적 기간이었다. 그녀는 지난 해 10월, 10년동안 고락을 함께 나눈 프랭크 캐롤 코치를 돌연 해임시킴으로써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콴은 코치 해임의 사유로써, 자신은 이제 어린 소녀가 아닌 만큼 사사건건 타인의 지도를 받을 시기가 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치해임 이후 미쉘 콴이 스스로 수립한 동계올림픽 전략은 관계자들 사이에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콴이 올림픽을 불과 7주 앞둔 시점에서 복고풍 묘기를 자신의 쇼트 프로그램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복고풍 프로그램 선택은 지난 해 12월 초, 1998년도 경기비디오 테입을 시청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1998년, 미쉘 콴은 전미선수권전에서 라흐마니노프 곡을 플레이 함으로써, 일곱 명 심판으로부터 6.0 만점을 받는 경이로운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미쉘 콴의 이런 시도는 몇 가지 면에서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우선, 비판론자들은 콴이 동계올림픽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한 때 완벽했던 자신의 과거의 환영과 경쟁하는 모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콴은 또한 심판들이 자신의 변하지 않는 스타일에 식상해 하고 있다는 주변의 경고를 경청하지 않고 있다. 그녀는 지난 해 1월, 자신이 해임시켰던 안무가 로리 니콜이 다지인한 프로그램을 아직도 재탕하고 있다.
그러나, 콴은 지금까지 여러차례 상식적 논리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성인대우를 원하면서도 연습과정에서 아버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가 하면, 정신적 독립을 주장하면서 자신에게 가해진 난처한 질문들은 측근들에게 떠넘긴다. 또한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신나게 말하면서도, 정작 남자친구 브래드 페런스에 대한 질문에는 함구로 일관한다. 페런스는 NHL 프로 아이스하키 플로리다 팬서스 선수다.
스케이팅은 미쉘 콴에게 부와 명예와 인생의 행복을 동시에 선사해 주었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콴은 동기를 상실한 듯이 비쳐졌고, 그 과정에서 코치 해임같은 돌출 행동들이 줄을 이었다. 콴의 의욕상실은 4년 전 나가노 올림픽에서 허망하게 금메달을 날린 후부터 가시화되었다는 것이 중평이다.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미쉘 콴은 자타가 공인하던 세계 최정상이자 의심의 여지가 없는 금메달 0순위 후보였다. 그러나, 콴은 결승전에서 단 한번의 사소한 실수로 인해 15세의 어린 테라 리핀스키에게 금메달을 헌납하고 말았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콴이 금메달을 도둑 맞았다고 말했으나, 콴 자신은 리핀스키가 금메달에 걸맞는 플레이를 했다며 아름다운 겸양을 발휘했다.
문제는 콴이 이번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도 4년 전 보여줬던 겸양을 또 다시 발휘해야 할지 모른다는데 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또 다른 십대선수 사라 휴즈가 무서운 기세로 콴을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는 스케이트 아메리카 대회에서 콴이 보여준 석연찮은 플레이 때문에 신빙성을더해 주었다. 이 대회에서 콴은 사라 휴즈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사라 휴즈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었다.
콴은 이어 벌어진 스케이트 캐나다 대회에서 몇 년만에 처음으로 3위를 하는 최악의 부진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콴은 자신의 오랜 라이벌이자 여자 피겨스케이팅계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인정받는 러시아의 이리나 슬러츠카야의 극심한 부진 때문에 더 큰 구설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올림픽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상황이 다시 한번 반전되고 있다. 콴이
올 1월, 동계올림픽을 두어주일 앞둔 결정적 시점에 벌어진 전미 피겨스케이팅 선수권전에서 예상을 뒤엎고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콴은 예전의 원숙한 기량을 완벽히 재연하며 팀내 라이벌 사라 휴즈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이로써 세계 피겨스케이팅계는 다시 한번 콴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만일 미쉘 콴이 보여준 일련의 선택이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금메달로 보답된다면, 최근 몇 달간 계속된 콴의 아이덴티티 찾기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 것이다. 또한 콴이 여전히 아버지의 꼭두각시라거나, 새로운 코치 영입 없이는 홀로서기가 힘들거라는 주변의 입방아도 잠재울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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