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몇 편의 우리나라 영화에서 받은 인상은 한 말로 역겨움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비디오 가게 선반에 즐비하게 꽂혀있는 한국영화 비디오에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란 영화가 화제라기에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는 호기심으로 빌려다 보았다. 혹시나 하고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역시나 나를 실망시키고 말았다.
영화의 시작 씬(scene)부터 초등학교 5, 6학년 연령의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 앞에 ‘sex video’ 장면이 펼쳐진다. 그리고 영화의 첫머리부터 끝까지 폭력으로 얼룩진 장면들, 끝내는 친구를 청부살해(請負殺害) 해 버리는 장면에서 막이 내린다. 그뿐인가 이 영화에서도 요즘 한국영화의 교과서같이 되풀이되고 있는 쌍시옷자 욕설의 반복적인 대사, 필요 없이 삽입된 오줌(소변) 누는 장면, 영화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사(情事) 장면이 이 영화에서도 예외 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술 더 떠서 이 영화에서는 요즘 황수정 사건으로 화제가 되고있는 최음제(催淫劑)인 마약주사까지 맞고 그것도 알몸으로 정사를 펼치는 장면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이 영화가 포르노 영화인가 하는 착각마저 갖게 한다. 게다가 폭력이 장시간 난무하고 끝내는 살인까지 저질러지고 있는데도 경찰관의 그림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나라 치안당국(治安當局)은 이러한 영화 속에서는 완전한 합바지로 밀려나 앉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영화에서도 그렇듯이 이 ‘친구’에서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건지 그 주제(主題)가 없다.
내가 이 ‘친구’ 비디오를 뒤늦게 빌려본 다음날, 부산의 모 고등학교 교실에서 한 동급생이 그의 친구를 무참하게 살해했다는 끔찍한 사건이 TV News와 신문지상에 크게 보도되었다. 게다가 친구를 찔러 죽인 그 친구가 영화 ‘친구’ 비디오 테이프를 40번이나 되풀이 해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영화의 살해장면을 모방한 모방 범죄였다고 털어놓았다니 너무도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친구! 우리의 인정이 끈끈하게 담겨져 있는 어휘(語彙), 된장국 같은 투박한 맛이 서려져 있는 말, 그리고 누룽지같이 구수한 맛이 용해(溶解)되어 있는 말 친구!
그런데 악덕(惡悳) 영화제작자가 왜 이 ‘친구’란 제목의 영화를 만들어 ‘친구’란 말의 이미지(image)에다 먹칠을 했을까? 어째서 몇 백만 명이라는 사람이 이 쓰레기 같은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으로 그렇게 몰려갔을까? 또 이 시궁창 같은 영화에 그들의 자녀를 출연시킨 부모들이 바랬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영화검열에 관여한 영화윤리심의위원들은 어떤 기준의 잣대로 검열하여 그 영화를 그런 상태로 상연되게 했을까? 한 말로 나는 영화제작자나 관객, 심의위원 그리고 그들의 자녀를 그런 영화에 출연시킨 부모들 모두가 우리의 도덕성 회복과 청소년 선도란 당면 과제(課題) 앞에서 크게 잘못을 저지른 공범자(共犯者)라고 단정하고 싶다.
한편 ‘세리’ 나 ‘친구’ 같은 폭력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또 다른 영화제작자가 일부 부도덕한 정치인과 조직폭력배가 결탁이 되어 나라 꼴을 쑥대밭으로 만든 모습을 주제로 한 ‘조폭 마누라’ 란 영화까지 만들었다니 이런 현상이 바로 한국적인 현상인가 싶어 입맛이 쓰다.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렸던 O양과 B양의 비디오 그리고 말썽 많았던 포르노 영화 ‘노랑머리’ 와 ‘거짓말’ 같은 비디오나 영화에 대한 비판에는 냉혹했던 우리였으면서도 실제로는 그것보다도 파급효과가 더 큰 ‘친구’ 같은 영화에 대해선 왜 입을 다물고 있을까? 우리는 실베스터 스텔론을 일약 스타로 만든 미국영화 ‘램보’ 같은 폭력영화를 모방한 ‘세리’나 ‘친구’ 같은 영화제작에서 하루 속히 발을 빼야 한다. ‘해리포터’ 같은 무속영화(誣俗暎畵)를 보이기 위해 우리 자녀들을 극장으로 데리고 가는 일도 없어야 한다.
우리들은 우리 후세들이 우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친구’를 만든 제작자가 큰 돈을 벌었을지는 몰라도 그는 그 자신을 구더기로 만들었다. 그래서 구더기가 된 자신이 언젠가는 그의 자식 후세(後世)의 발길에 짓밟힐 날이 있을 거란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들의 후세에게 기대를 거는 삶을 살고 싶다면 ‘굽어진 막대기에는 굽어진 그림자가 생긴다’ 라는 속담을 평범한 속담으로 들어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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