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빌 트래블 가이드서 또 별 넷 딴 ‘그린브리어’
웨스트버지니아의 역사적 명물이기도 한 리조트 ‘그린브리어’가 ‘모빌 트래블 가이드’가 매기는 등급에서 별 다섯 개를 회복하는데 실패했다.
2년전 별 네개 급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은 그린브리어는 그간 무려 5,000만달러를 쏟아 부어 욕실에도 전화를 가설하고, 침실에 CD 플레이어를 설치하고, 인터넷에다 닌텐도 게임시설까지 각종 첨단시설을 갖추었으나 이번 가이드 개정판에도 여전히 별 네 개급으로 수록된 것이다.
첨단화가 지나쳐 불편한 점도 있긴 하다. 방에 두 대의 텔리비전을 놓다보니 리모컨이 혼선을 일으켜 이쪽 TV를 켠다는 게 저쪽 TV를 끄게 되기도 한다. 이것말고는 왜 이 완벽한 호텔이 별 다섯 개를 따내지 못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모빌 트래블 가이드의 올해 호텔 랭킹은 변화가 없다. 별 다섯 개짜리 호텔이 25군데, 네 개짜리는 240군데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 다섯 개냐 네 개냐의 차이는 ‘페라리’와 ‘페라리 XI’의 차이나 마찬가지로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고급 호텔측에 별 하나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그린브리어의 테드 클라이스너 회장은 모빌의 랭킹 발표 며칠 전에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만일 새로운 별 다섯 개의 기준이 최신 ‘포시즌 호텔’처럼 욕실이 침실만큼 커야 한다는 것이라면 우리로선 그걸 충족시킬 수가 없지요. 우린 역사적 건물이고, 새로운 조류를 앞장서서 수용하지도 않습니다. 뉴욕의 W호텔에선 검은 티셔츠 차림의 도어맨이 가방을 받아주더군요. 그린브리어에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나는 우리가 별 다섯 개급이라고 확신하지만, 우리에겐 우리 방식이 있고, 그걸 지켜 나갈 겁니다"
모빌측은 그린브리어가 별 다섯 개에 근접했다고 말할 뿐 부족한 점에 대해선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린브리어의 역사 스태프인 로버트 콘테는 모빌이 랭킹제도를 시작한 이듬해인 1961년부터 최고 등급을 유지해온 이 리조트의 랭킹이 2000년 처음으로 하락한 것은 "충격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모빌에서 보내온 소포를 사장이 뜯었는데 별 네 개짜리 현판이 나오는 겁니다. 직원들은 모두 한방 먹은 기분이었습니다. 모두들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지요"
그린브리어는 25년간 AAA의 다이아몬드 다섯 개 등급을 받아왔고, 그 밖의 랭킹에서도 항상 최고의 지위를 누려왔다. 사실 이 호텔에 들어서면 누구나 이 곳이 단지 그냥 하나의 호텔일 뿐이라고는 생각하게 되지 않는다. 이 호텔은 장점은 우아한 방이나 맛있는 식당, 친절한 서비스 등만이 아니다. 그런 일반적인 것들 외에, 매우 재미있는 곳이라는 점이 더해진다.
2차 대전 후 이 호텔의 인테리어를 새로 했던 뉴욕의 실내장식가 도로시 드레이퍼의 탁월한 솜씨가 두드러진다. 마치 열대 우림 속을 누비는 듯한 네온 꽃송이들, 원색이 돋보이는 의자와 벽지 등등도 멋지다. 정장을 요구하는 식당이 하와이식의 파티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것도 놀랍다.
가장 작은 방의 겨울철 일인당 숙박료가 211달러나 하는 이 곳은 호화 리조트임에 틀림없다. 점심 때의 크리스털 룸에는 귀부인 타입의 나이든 여성들이 줄을 잇는다. 흰 장갑을 끼지는 않았지만 풍부한 진주 액세서리에 나직한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우아한 모습들이다.
동굴형의 실내 수영장과 밤 8시45분부터 상영하는 극장엔 아이들(아이들은 무료 숙박)도 많다. 오하이오에서 왔다는 의사 부인 마리나 와일은 "이런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평했다. 남편의 회의를 따라 온갖 리조트를 다녀봤지만, 그린브리어는 자기 돈으로 다시 찾은 유일한 곳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즐길 만한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리조트는 방대하다. 상점만 해도 작은 샤핑몰 만한 규모이다. 6,500에이커의 산야엔 사냥과 매사냥, 승마, 썰매,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게다가 냉전시대 핵전쟁에 대비해서 하원을 옮겨놓을 수 있도록 마련된 지하 벙커도 이젠 구경거리가 되었다.
1992년 워싱턴 포스트 매거진에 의해 일반에 공개된 이 벙커는 매년 5만명이 찾아드는 그린브리어 최대의 관광상품이다. 핵폭발을 견딜 수 있는 25톤짜리 문, 기숙사와 병원을 갖춘 이 곳에서는 1,000명이 50일간 식량 보급 없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
그린브리어는 9월 테러 이후 오히려 더 바빠졌다. 지난 추수감사절은 사상 최고로 바쁜 주말을 기록했다. 전 국민의 절반이 자동차로 올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열성 팬들 덕분이다.
리조트 대변인 린 스완은 "종업원 모두가 모빌 랭킹에 실망했다"면서 "별 다섯 개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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