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세탁업소 ‘드라이클린 디포’의 출현으로 소위 ‘훼어팩스 카운티 세탁업소 조닝 개정안’ 공방 사태가 일어난지도 어언 3년.
대부분 영세한 한인세탁업자들이, 더 나아가 한인사회 전체가 지역 정부나 대형업소를 상대로 벌인 긴 싸움도 지난 28일 수퍼바이저회 공청회를 끝으로 일단 마무리됐다. 결과는 카운티내 한인 세탁업자들이 요구했던 주장들이 거의 수용되는 긍정적인 것이었지만 가장 많은 피해를 본 훨스 쳐치 ‘드라이클린 디포’ 인근의 한인세탁업자들은 정작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질타의 목소리도 있다.
드라이클린 디포와의 싸움에 전면에 서서 활약한 김 경우 현 세탁협 회장, 김문환 전 대형세탁업소저지대책위원장, 이필재 전 회장으로부터 세탁업계 공방의 진행과정을 들어보고 얻은 것과 잃은 것, 앞으로의 전망을 진단해본다.
▲어떻게 해서 한인세탁업자들이 드라이클린 디포와 한판 붙게됐는지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태의 배경을 먼저 설명해주십시오.
-김회장:훼어팩스 카운티 정부가 착오인지는 모르지만 조닝 규정을 훨씬 넘는 대형업소의 영업을 허가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3년전 드라이클린 디포가 훨스 쳐치에 들어선다는 소문을 듣고 세탁업계는 ‘권익옹호위원회’를 구성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지만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아 결국 진출을 막지 못했습니다.
이 업소가 들어서자 주변 한인업소의 매출은 예상을 훨씬 넘는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당황했습니다. 먼저 이 근처의 미국인 세탁업자가 변호사를 고용해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인들은 변호사비의 50%를 대고 같이 공동 대처하기로 했고 결국은 한인세탁업계가 전면에 나서게 됐습니다.
드라이클린 디포가 불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다는 한인업자들의 주장은 법원에서 두 번씩이나 타당성이 인정됐지만 ‘드라이클린 디포’는 버지니아주 대법원에 항소하면서 시간을 벌고 다른 한편으로는 조닝 규정을 개정하기 위한 로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드라이클린 디포는 당시 워싱턴 지역에 11개의 업소를 두고 있었는데 훨스쳐치와 락빌에 있는 것만 빼고 대부분 매출이 신통치 않아서 다급한 상황이었습니다. 드라이클린 디포는 카운티를 상대로 2,300만달러 손해배상 소송도 준비한다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그러자 난처한 상황에 몰린 카운티는 조닝을 개정해 드라이클린 디포를 살리려 했고 카운티가 부당하고 불공정하게 법을 바꾸려한다는 소식을 알게된 한인업자들이 일어나게 된겁니다. 조닝 개정안에 대한 첫 공청회는 작년 5월31일에 있었습니다.
▲훼어팩스 카운티 세탁업자들의 사활이 걸린 공청회에 대비해 한인세탁업계는 어떻게 준비했습니까?
-이필재 전회장:우리는 처음에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습니다. 조닝법이 어떤 건지도 잘 몰랐지요. 더군다나 유리한 법개정을 위해 정치적인 로비활동을 벌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무지한 상황이었지요. 로비 자금을 모으기도 힘들었습니다. 아직 갚지 못한 변호사 비용도 3만달러가 남아있습니다.
어쨌든 숫자가 힘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각 한인단체에게 힘을 요청하고 언론을 통해 한인들이 공청회때마다 많이 참석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한인연합회를 비롯해 많은 단체들이 내일처럼 관심을 갖고 협조해줘 큰 힘을 얻었습니다.
▲드라이를린 디포와의 싸움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김회장:가장 아쉬운 것은 대형업소 진출의 직접적인 피해당사자인 훨스 쳐치 지역 한인세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드라이클린 디포를 상대로 법적인 싸움을 벌여 손해 배상금을 받거나 혹은 다른 방법으로 이들을 도와야 합니다.
또 원래는 드라이클린 디포의 영업을 강경 저지하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결국은 협상쪽으로 기울어 세탁협회 지도부내에서 혼란이 있었습니다. 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대책이 수립되지 못해 아쉽습니다.
-김문환 전대책위원장:훨스 쳐치 한인세탁업자들을 제대로 구제하지 못한 것은 역시 저에게도 큰 부담으로 남습니다. 카운티 정부를 대상으로 한 로비는 끝났지만 한인업자들이 개인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적극 모색해야 합니다.
드라이클린 디포와 협상을 하게된 것은 대책위원회의 결정이었습니다. 카운티가 디포를 살려주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상태에서 최선의 결정이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다 대형업소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법으로 바뀌어 버리면 모든 것을 잃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전회장:협회내에서 조차 설명이 잘 안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한번 내준 영업 허가를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은 수퍼바이저들의 분명한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1개를 얻으려다 10개를 잃을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디포를 문닫게 해 훨스 쳐치 한인세탁업자들을 살리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말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정치력 신장이라는 면에서 한인세탁업자는 물론 한인사회 전체가 이번 일을 계기로 소중한 경험들을 얻었습니다.
-김 대책위원장:오래전부터 투표는 해왔지만 한인사회가 단합해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됐습니다. 한인 커뮤니티의 권익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불이익을 보고도 내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면 결국 나에게도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수퍼바이저들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이 얼마나 유권자들을 무서워하는지 다시 실감했습니다. 꼬 세탁협회 일이 아니더라도 한인사회 전체를 위해 모두 나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이 전회장:우리는 소수이기 때문에 아무런 힘이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뭉치면 힘이 됩니다. 특히 한인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있다면 더욱 그래야 합니다.
1.5세나 2세들에게 당부가 있다면 한인사회에서만 활동하지 말고 주류사회에 직접 참여해 정치적인 교두보를 많이 확보해 달라는 것입니다. 정부나 각계의 요소에서 한인들이 적극 활동하고 있다면 우리가 겪은 이런 일들을 어쩌면 사전에 막을 수도 있었고 한인사회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김 회장:저는 한인사회의 파트너쉽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위기의 상황에서는 더욱 파트너쉽이 필요합니다. 훨스 쳐치의 한인세탁업자들을 위해서도 한인업자들이 공동으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는 일이 숙제로 남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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