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트는 디스카운트 체인의 대명사다. 1899년 세바스천 크레스기가 디트로이트에서 조그마하게 시작한 이 잡화점은 미국인의 생활공간이 도심에서 교외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간파, 1929년 첫 교외 샤핑몰에 가게를 내기 시작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977년 크레스기에서 K마트로 공식 이름을 바꿨으며 1981년에는 이미 미 전역에 2,000여개의 체인을 지닌 대형 스토어로 성장했다.
그런 K마트가 지난 주 파산을 신청했다. 소매체인 파산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K마트의 몰락은 2,000개째 매장을 열면서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 과거의 성공에 도취해 무작정 늘리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빠진 것이다. 월든과 보더스 등 대형 서점 체인과 페이리스 드럭 스토어, 오피스 맥스 등 온갖 소매점을 무더기로 사들인 것도 이 때부터다.
그러나 내실이 뒤따르지 않은 이런 확장은 곧 자금난과 경영 부실을 불러왔다. 자금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애써 사들인 대형 체인들은 모두 헐값에 팔아야 했으며 매장의 초대형화 등 변신도 무위로 끝나고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K마트를 파산케 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월마트다. 한 때는 K마트에 비교하면 피라미에 지나지 않던 월마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다양한 품목과 싼 가격을 무기로 K마트의 5배 크기로 자라났다. 월마트의 인벤토리와 정보 시스템은 미 기업 중 최고로 정평이 있다.
염가품 시장을 월마트에게 뺏긴 K마트는 고급품 분야에서는 타겟에 밀렸다. 타겟은 독특한 스타일의 자사 제품과 고급 품질로 K마트를 찾던 고소득층 고객을 빼앗아갔다. 양대 체인의 파상공세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된 채 ‘잡화점’이란 것 외에는 뚜렷한 색깔이 없던 K마트는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지난해 여름 13달러이던 K마트 주식은 이제 60에서 90센트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K마트의 몰락은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되는’ 성경과 시장의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다. 아무리 오랜 역사와 많은 매장을 갖고 있어도 고객이 원하는 양질의 물건을 싼값에 공급하지 못하는 업체는 문을 닫고 만다. 시장은 대자연과 같이 과거의 성공에 탐닉하고 안주하는 자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양쪽 세계 모두 기존의 승자보다 배고프고 똑똑하며 부지런한 경쟁자들이 구석구석 도사리고 앉아 때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자연은 그런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 자연상태에서는 수사자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 상대를 물어 죽이는 일이 허용된다. 그러나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아무리 경쟁사가 밉다고 총을 차고 달려가 상대 회사 사장을 쏴 죽이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최근 LA 한인타운 대형 마켓들의 분위기가 한결 좋아졌다. 한인타운 대형 샤핑몰 안에 있는 한 마켓은 대대적 리모델링을 통해 내부를 말끔히 단장했다. 한인들이 즐겨 찾는 떡과 김밥 등을 한 곳에 모아 별도 섹션을 만드는가 하면 과일과 야채 배열도 시각적 효과를 살려 한눈에 들어오게 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남대문 시장처럼 산만하게 물건을 진열해 놓던 다른 마켓 체인도 훨씬 깨끗해졌다. 이 또한 경쟁의 덕이다. 대형 고급 마켓이 문을 열면서 기존 업체들도 손님을 잃지 않기 위한 자기변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경쟁에는 좋은 경쟁과 나쁜 경쟁이 있다. 양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은 좋은 경쟁이다. 반면 중상모략 등 상대방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리거나 집권자와 결탁해 경쟁사의 제품을 팔지 못하게 해 이기려는 것은 나쁜 경쟁이다. 최근 한인타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싸구려 주간지를 만들어 경쟁업자를 헐뜯는 데 이용하는 것은 후자에 해당된다.
인간은 누구나 힘든 것보다는 편한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맹자 말씀대로 근심걱정 속에 삶이 있고 안락함 속에 죽음이 있다(知生於憂患而死於安樂也). 경쟁은 타고난 나태함을 꾸짖는 자연의 채찍이다. ‘경쟁은 좋은 것이다. 스스로를 더 향상시키게 만들기 때문이다.’ 망해 가던 크라이슬러를 되살린 리 아이아코카의 말이다. 나쁜 경쟁이 아니라 좋은 경쟁을 통해 보다 나은 인간이 되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