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미국 문턱은 여간 높은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일종의 특혜를 받는 나라 사람들이 있다. 캐나다 사람과 멕시코 사람들이다. 캐나다 사람이 영순위라면 멕시코 사람은 일순위쯤 될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캐나다는 그렇다 치고, 멕시코 사람들이 특별처우를 받는다는 말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할 수도 있다. 과연 그렇다면 저렇게 기를 쓰고 미국에 들어오려다, 애리조나 사막에서 생떼 같은 목숨을 잃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멕시코 사람들의 밀입국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멕시코 사람들도 이론적으로는 특별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틀림없는 사실이다.
캐나다 시민들은 비자나 여권이 없어도 미국을 제 집 드나들 듯 할 수 있다. 캐나다 시민들은 6개월 동안 이렇게 미국에서 지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 사람도 캐나다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두 나라 사람들은 시민권자라는 것을 입증하는 서류와 사진이 붙은 ID만 있으면 여권이나 비자 없이 서로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다.
지난 94년 발효된 NAFTA 때문이다. 캐나다와 미국은 NAFTA 이전에도 또 다른 이름의 경제협정을 맺고 있었지만, 오늘 같은 이민법의 골격이 짜진 것은 94년의 일이다. NAFTA야 말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가 인력과 물류의 자유왕래를 통해 블럭 경제를 만든다는 이상에서 출범했다.
TN 비자
캐나다 사람과 멕시코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달리 TN 비자라는 것을 받을 수 있다. TN 비자는 첫째 고용주가 미국에 있어야 하고, 둘째 NAFTA가 정해 놓은 직종에서 반드시 일해야 한다.
TN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직종은 회계사, 물리치료사, 경영자문인, 디자이너, 엔지니어, 간호사, 사서, 교사 등 주로 사자 들어가는 직업 63개이다.
특히 캐나다 간호사들의 미국 정착은 다른 나라 간호사들에 비해 훨씬 쉽다. TN 비자는 H1-B와 비슷하지만 H-1B 비자보다 훨씬 쓸모가 있다. 우선 TN 비자는 1년씩 주어지지만, 무한정 이어질 수 있다. TN 비자를 받고 여기 저기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영업자는 TN 비자를 받을 수 없다.
캐나다 사람들은 TN 비자를 받으려면, 공항이나 국경을 넘을 때 신청할 수 있다. 이 TN을 신청할 때 필요한 서류는 H1-B보다 훨씬 단출하다. TN 비자뿐만 아니라 단기 체류비자를 받으려면 굳이 미국 영사관에 갈 필요가 없다. 국경을 넘으면서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바로 비자를 내준다. 예를 들면 L 비자가 그렇다. L 비자도 다른 나라 사람들 같으면 반드시 이민국(INS)의 청원절차를 거친 다음, 미 영사관에 신청해야 한다. 그렇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국경을 넘으면서 신청할 수 있다.
캐나다 사람들은 미국에 들어올 때 비자나 여권이 소용없지만, 접경국가를 벗어난 경우 가령 한국에 갔다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경우에는 반드시 여권을 소지해야 한다.
그렇지만 예외도 있다. 첫째 K 비자로 미국에 들어올 때, 그리고 둘째는 E 비자로 미국에 들어올 때이다. E 비자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받아야 한다. 물론 이민을 오려고 할 때 역시 반드시 미국 영사관에서 수속을 해야 한다.
멕시코 사람, 캐나다 사람
미국 이민법의 눈으로 볼 때 캐나다 사람이 적자라면. 멕시코 사람은 서자이다. 멕시코 시민들은 여권이나 비자 없이 미국에 입국할 수 없다. 국경 통과증을 받으면 다른 이야기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여권과 비자를 받아야 미국에 들어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수속이 캐나다 사람에 비해 복잡하다.
가령 멕시코 사람들은 L 비자를 받기 위해서 고용주가 먼저 INS에 낸 청원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TN 비자도 멕시코 사람들은 TN을 신청할 때 고용주가 반드시 먼저 청원을 내고, 노동확인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국경에서는 수속을 할 수 없고, 반드시 멕시코 소재 미국 영사관을 통해야 한다. 캐나다 사람은 TN 비자를 받는데 수적 제한이 없지만 멕시코 사람들은 TN 비자를 받아 미국에 들어올 수 있는 숫자가 5,500 명으로 묶여 있다. 미국은 이처럼 남쪽 손님과 북쪽 손님을 다르게 대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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