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 발생 때마다 늘어난 워싱턴 DC 방어벽들
▶ 주민과 관광객에 혐오감, 공원국 개선방안 마련
원래 워싱턴은 아름다운 경관으로 이름높은 도시였다. 그러나 이제는 각종 보호시설들로 인해 보기 흉한 곳이 되어 버렸다. 콘크리트며 금속, 나무 등으로 이루어진 차단장치들이 거의 모든 연방건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판이니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혐오감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미적 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썰렁한 울타리며 화분대, 대문, 콘크리트 바리케이드 따위가 워싱턴의 유명한 시각적 조화를 깨뜨리고 있는 것이다.
저명한 건축가인 아서 카튼 무어는 이 부조화한 다중 장벽들이 "도시를 쓰레기화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캘리포니아주 모레노 밸리에서 업무차 워싱턴을 방문한 로니 브렘비도 실망감을 털어놓았다. 대통령과 기타 연방 시설에 대한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펜실베니아 거리를 따라 둘러친 콘크리트 슬라브와 회색의 금속 울타리는 백악관의 웅장한 모습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좀 더 그럴듯하게, 감옥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 수는 없는 겁니까?"
워싱턴의 유명한 건물들은 보호시설을 갖추게 된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각각 어떤 테러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1983년 상원의 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연방의사당 앞에 콘크리트 배수관을 설치한 것이 그 효시. 1995년의 오클라호마 폭탄사건은 백악관 앞의 펜실베니아 거리를 폐쇄하고 15번가와 17번가 입구에 콘크리트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게 만들었다. 1998년에 있었던 케냐와 탄자니아의 미국대사관 폭탄사건은 워싱턴 모뉴먼트에 콘크리트 바리케이드를 둘러치게 했다.
9월11일의 테러는 이런 방어시설 설치에 기름을 부은 셈이 되었다. 의사당 거리 주위에 더욱 많은 배수 파이프를 둘러치고, 엘립스 거리를 따라서 쇠사슬로 연결한 울타리를 세웠으며, 링컨 기념관에는 콘크리트 바리케이드 100개를 두 줄로 세우고, 제퍼슨 기념관에도 수십개를 더 갖다 놓았다. 이 보기 싫은 장애물들을 곧 우아한 안전장치들로 바꿀 것이라는 공식 약속이 있었지만, 모두들 타성에 젖은 정부를 그냥 참아 넘기고 있는 형편이다.
다행히도 워싱턴시의 경관이 개선될 징조가 보이긴 한다. 정부와 하원의 손발이 맞기만 하면, 링컨 기념관과 제퍼슨 기념관의 장벽들은 2003년 1월, 워싱턴 기념비의 바리케이드는 2003년 여름에 철거될 것이다.
의사당에선 플라자의 콘크리트 파이프와 슬라브, 화분대 등을 독수리 문양으로 장식된 주물 쇠기둥으로 교체하는 프로젝트의 자금이 이미 확보되어, 작업도 느리게나마 진행되고 있다. 볼라드라고 부르는 이 쇠기둥들은 올해 말이면 캐피털 거리의 3면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동쪽은 방문자센터와 함께 2005년에 완공된다.
작년 9월 테러가 무어의 표현대로 워싱턴의 ‘벙커화’를 더욱 강화시키긴 했지만, 항구적인 변화가 더 중요하다는 논의도 불러 일으켰다. 하원은 연방 공원국에 세 군데의 주요 기념관에 대한 안전계획을 요구했으며, 12월에 통과된 법안은 공원국측에 디자인과 시공에 관해 결정할 권한을 위임했다. 의사당의 영구 방어선에 대한 논의가 80년대 중반에 시작된 이래 별 진전이 없다가 지난 여름에야 겨우 첫 볼라드가 설치된 것에 비하면 이는 엄청난 속도라고 할만하다.
볼라드는 링컨 기념관과 제퍼슨 기념관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공원국은 이들 기념관을 몇 년 전 라파예트 광장에 설치한 것과 비슷한 빅토리아 스타일의 볼라드로 감쌀 계획이다. 3피트 높이의 볼라드를 원형으로 둘러치면 트럭 공격을 막는데 있어 콘크리트 바리케이드와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연방의 두 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물론 볼라드가 만능은 아니다. 워싱턴의 조경전문가인 제프 리는 몇 피트 간격의 볼라드가 보행자에겐 견고한 벽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하 3피트까지 깊이 묻어야 하는 볼라드는 뿌리에 손상을 주어 나무를 망친다.
공원국측도 이런 지적에 동의하고 있다. 그래서 각각의 건물에 적합한 설계를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술위원회는 워싱턴 기념관엔 볼라드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에 대해 공원국은 반 지하 통로와 터널로 이어지는 지하 방문객 센터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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