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재 교육-41
▶ 21세기 우리아이들...어떻게 기를까
"우리 다이애나는 책을 참 잘 읽습니다. 또 읽기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흥미본위의 쉬운 책만 읽는 것 같아요. 명작을 읽으라고 하면 그저 건성으로 너무 빨리 읽고, 읽었다고는 하는데 재미를 못 붙이고, 또 깊이 파고들지를 못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집중하여 아주 잘하지만 싫어하는 것은 마지막까지 미루고 안 합니다."
-지난주 소개했던 다이애나의 어머니의 두 번째 말씀이다.
대부분 소설책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은 많겠지만 어느 누구도 교과서에 푹 빠져 재미있게 읽은 경험을 한 분은 드물 것이다. 왜 그럴까? 소설이든 교과서든 모두 생각하지 않고는 읽을 수가 없다. 이 생각하는 능력, 즉 지성발달의 과정은 지난주에 여섯 단계로 나누어 소개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이 여섯 단계를 다 성취하였다 하더라도 우리의 두뇌는 컴퓨터와 같을 수는 없다. 컴퓨터는 울고, 웃지는 못 한다. 그러나 울고, 웃고, 가끔 긴장도 할 줄 아는 우리의 감성은 간단한 감정뿐만 아니라 참을 줄 하는 능력, 싫은 것도 할 줄 아는 능력, 즉흥성, 자신감 등이 다 포함되어 있다. 전에는 학계마저도 감성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지성의 발달만 연구를 해 왔었다. 감성 발달의 연구가 나오기 전(1950년도)에 미국의 교과서들은(’Dick and Jane’ 형식의 책으로 알려져 있음) 감성을 고려하지 않고 쓰여진 책들이 많아 비판을 받아왔다. 그 이후에 감성 발달의 연구가 많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성 발달에도 단계가 있듯이 감성 발달에도 단계가 있다. 클라트월(C.D. Krathwol, 1964)의 유명한 연구 중의 하나가 이 감성 발달을 지성 발달의 단계와 연결시킨 것이다.
1. 첫 단계-지성 발달에서 지식의 단계는 어느 교과서나 소설책에 다 있는 것으로, 주로 누가(who), 무엇을(what), 언제(when), 어디서(where)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지식 수준에 따르겠지만(주입식 교육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수준이다), 이러한 수준이라도 감성 발달에서 본인이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EQ면은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보통 자기가 원하는 지식만을 받아들인다. 자신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쉬운 것도 못 받아들이는데 원인은 능력(지성)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감성 발달이 잘 안 되어 있어서 그렇다. 그러기에 유치원 과정은 ‘나’(I)에 관한 주제가 많다. 이 나이에는 아직 자기 중심적(ego-centric)인 ‘나’에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이 지식 수준을 가르칠 때 ‘나의 이름, 나의 가족’ 등 ‘나’를 중심으로 하면 자기가 원하는 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시험을 볼 때 당일치기로 다 외워 가더라도 시험을 보고 난 후 얼마 안되면 다 잊어버리고 만다. 주입식으로 외워서 아는 지식은 항상 지식의 수준에 멎어 있기 때문이다. IQ에서는 가장 밑의 첫 단계에 있는 것이다.
2. 둘째 단계-지성의 발달에서 이해과정의 단계이다. 이 두 번째의 단계는 지식에 대한 반응이 있고 지식을 나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식이 자연히 이해로 변한다. 지식이 나의 것으로, 즉 이해로 변하면 잊지를 않는다. 읽다가 ‘아, 그렇구나!’라고 느낄 때는 이해의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EQ 발달의 2단계에 와 있다고 본다.
3. 셋째 단계-지성(IQ) 발달에서 자신이 이해한 것을 적용하는 단계로써 가장 쉬운 예로는 수학의 응용문제 풀이이다. 그러나 응용문제는 적용 능력의 일부일 뿐이다. 일상생활에서는 분위기 파악, 상황 판단 등을 할 수 있는 능력도 다 이 적용 능력에 속한다. EQ 발달이 많이 되어 있는 셋째 단계로써 자기 중심적이 아니고, 그 때 사정, 그 경우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때에 필요하고 적용되는 지식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다. 갓난아이가 새벽 2시에 배고프다고 울어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이 나이엔 지성(IQ)으로나 감성(EQ) 발달로 봐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섯살 난 아이가 손님들 앞에서 동생과 싸운다든지 하는 것은 IQ라기보다, EQ문제이다.
4. 넷째 단계-지성 발달에서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분석해 보는 단계이다. 간단한 지식은 이해하기도 쉽고, 또, 그 이해한 것을 정리할 정도로 복잡하지도 않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이해한 것을 적용하고 다음에는 분석까지 해야 되는 과정이다. 예를 든다면, 분만실에 들어가는 며느리 손을 잡고 어느 시어머니가 "얘! 너 이번에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김영길 저)라고 타이르신다. 이 시어머니의 첫 단계 지식을 살펴보자면 아기의 성구별은 분만실 들어가기 직전에 며느리 손에 달리지 않았음을 모르고 있을 리가 없다. 둘째 단계로 이 시어머니가 아기의 출산의 과정을 이해 못했을 리가 없다. 셋째 단계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 시어머니가 모를 리 없다.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이 시어머니는 모든 것을 다 알면서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지식이 부족하다기보다는 감성의 부족으로 상황 판단은커녕, 분석 능력이 완전히 마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5. 다섯째 단계-지성 발달에서는 합성(결합, synthesis)을 하는 단계이다. EQ에서는 보통 감성의 성숙을 말한다. 우리 클리닉에 오는 한 4학년 영재학생은 만사에 무엇이나 너무 잘하여 학교에서 월반을 시킬 계획이라 하였다. 학교나 부모는 아주 찬성이었으나 필자는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 그 학생의 지성 발달(IQ)만 본다면 1년이 아니라 2년 월반을 하고도 남을 능력이 있었다. 그러나 이 학생이 9~10학년에 가서 어렵고, 복잡한 생각을 해야 할 때 힘이 들지 않을까 염려해서였다. 즉 이 학생의 EQ를 걱정했던 것이다. 다섯째 단계의 EQ 발달은 개념 파악을 하는 단계이다. 이 개념 파악의 단계는 옛날에 알았던 자신의 지식과, 또 새로 배운 지식을 모두 동원하여 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그저 지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고, 깊이 파고 들어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상당한 EQ의 성숙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가끔 대학생, 심지어는 대학원 학생들도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수가 많다.
6. 여섯 번째 단계-지성의 발달에서는 판단력과 검정(evaluation)의 단계인데, EQ 발달에서는 1단계부터 5단계까지의 모든 것을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드는 단계이다. 즉 생각하고 파악한 개념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단계이다. 예를 들면 위의 사례의 다이애나가 한 번은 11시까지 집에 들어와야 하는 집안 규율을 어겨서 벌로 ‘이 것도 못하고’ ‘저 것도 못한다’ 등의 많은 벌을 주었다. 당연히 벌이 무서워서라도 정신을 차려 다음은 안 해야 하는데 반대로 이 학생은 점점 더 나빠졌다. 11시가 12시로 되더니 다음에는 1시, 나중에는 아주 안 들어오기까지 했다. 이 학생과 상담을 해보니 "집에 들어와 봤댔자 야단만 맞고, 벌받고… 이제는 그것도 지겨워졌습니다. 우선 우리 부모와는 대화가 안 되니 더 이상 할 말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보통 10대 학생들과 대화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고들 하지만 지식으로 아는 문제, 즉, 몇 시에 집으로 꼭 들어와야 하고, 숙제는 꼭 해야 되고 등을 넘어서 이미 늦게 들어와 야단과 벌이 앞을 가리고(EQ) 있는 자녀와 또 걱정하며 기다리는 부모(EQ 문제), 화가 나 있는 부모(EQ 문제)가 부딪쳐야 하니 대화가 될 일이 없다.
다이애나의 가장 큰 문제는 IQ가 아니었다. 다이애나는 영재였으며 모든 일을 잘 알고, 이해도 잘 하고 특히 해야 하고 안 해야 하는 일도 누구보다도 잘 구분할 줄 안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이 ‘나의 일’인 경우에는 정말 잘 알 수가 없었다. 다이애나는 이 모든 높은 IQ가 하나의 지식으로만 있었지, 자기 자신에게 적용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이 부족하였다. 즉 그는 IQ는 높고 EQ는 얕은 학생이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의 EQ는 2~3 단계에서 헤매고 있었다. 집안의 규율과 나와는 상관이 없으니 어머니의 잔소리는 그저 그것으로 끝났지 자기와는 상관이 없었다. 다이애나의 EQ를 올리는 것만이 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추천독서 목록과 학습방법이 자녀의 독서 수준별로 된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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