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솔트레이크 시티가 2002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을 때의 일이다. 시정부 당국자들은 몰몬교 때문에 일부다처제 색체가 덧칠해진 솔트레이크시티의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며 환호했다. 그 당시 대회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의 주된 이슈는 솔트레이크시티와 유타주에서 몰몬교의 색체를 탈색시키자는 것이었다.
그 때만 해도 유타주와 솔트레이크시티는 오는 2월 8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동계올림픽 때문에 겪을 역경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림픽 유치과정에서 대회관계자들이 IOC 위원들에게 뇌물을 먹인 수치스런 사건이 터지면서 솔트레이크시티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그후 솔트레이크시티가 뇌물파동의 후유증에서 막 벗어날 시점에, 이번에는 9.11 테러사건이 터졌다. 테러사건 이후, 많은 지역주민들은 추가테러에 대한 우려 때문에 동계올림픽이 취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껴왔다. 그러나, 동계올림픽은 아무 차질없이 개최될 것 같다. 지금까지 예약표를 취소한 케이스도 몇 건 안된다.
솔트레이크시티는 이번 동계올림픽 기간 중, 약 100만명 이상의 방문객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경기장 앞에 도열한 금속탐지기의 보안점검 스크린 행렬을 통과해야 하고, 요소요소에 중무장한 군인들의 존재를 감수해야 한다.
여러 정황으로 보건데, 이번 올림픽은 근년에 열린 애틀랜타, 나고야, 시드니 올림픽과는 많은 차이가 날 것이다. 방문객들은 실질적으로 세계각국에서 몰려 들겠지만, 테러와의 전쟁 덕분에 10여곳에 달하는 올림픽 경기장 마다 "USA, USA"가 울려퍼질 전망이다.
미국인들은 동계올림픽 기간내내, 이 함성을 들으면서 9.11 테러이후 억눌린 심정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위측이 이번 올림픽을 ‘치유적인 올림픽’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보안문제는 대회기간 중 상당수 솔트레이크시티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위축시킬 조짐이다. 실제 일부시민들은 동계올림픽 기간중 시를 빠져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회기간 중 방문객들이 솔트레이크시티를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는 일찌기 1847년에 정착한 몰몬교의 중심지 템플 스퀘어다. 이곳의 중심성전 솔트레이크 템플은 몰몬교 신도들에게만 입장이 허용되지만, 나머지 구역들은 대중들에게 공개된다. 그중 유명한 몰몬 합창단의 본거지인 6,500석 규모의 테버나클이 볼만하다.
템플 스퀘어에서 또 하나 인상적인 곳은 비하이브 하우스다. 이곳은 1850년대 몰몬교의 지도자 브리검 영이 27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살았던 장소다. 이 때문에 일부다처제는 오늘날까지도 몰몬교의 상징적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되어왔다.
이번 올림픽은 매우 인상적인 각종 예술 페스티벌들이 스포츠가 결합되는 예술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게다가, 시내를 벗어나면 시원하게 펼쳐지는 목가적인 파크시티와, 그 주변으로 십여개의 스키 리조트들이 푸른하늘과 더불어 눈부신 풍광을 연출한다.
이번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시설들은 모두 솔트레이크시티에서 반경 60마일 이내 거리에 들어있다.
조직위는 경기장까지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10억달러를 투자, 하이웨이와 경전철 시스템을 신설했다. 또, 경기장들과 솔트레이크시티 도심을 서로 연결하는 셔틀버스 시스템도 새로 도입했다.
그러나, 보안을 목적으로 군데군데 통제구역이 있어서 일부구간에서는 심한 교통체증도 예상된다. 조직위는 불편을 덜기 위해 올림픽 공식인터넷 사이트 www.saltlake2002.com 을 통해 다양한 교통정보를 제공한다. 이 사이트에서는 하이웨이 선상에 설치된 100여대의 카메라를 통하여 도로교통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동계올림픽 때문에 솔트레이크시티 인근의 많은 스키 리조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대회기간중 스키꾼들이 올림픽 경기장에만 몰려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있는 14개의 대형 스키리조트 중 올림픽 경기에 사용되는 시설은 전체 면적의 2%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13개의 스키장들은 손님유치 작전의 일환으로 3박 4일 패키지 티켓구입자에게 리프트 비용을 매일 20달러씩 감해 준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38마일 떨어진 파크시티는 파크시티 리조트, 디어밸리 및 캐년스 리조트 등 유명한 3대 스키장의 본거지다. 파크시티는 또한 매년 1월 로버트 레드포드의 선댄스 영화제가 개최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의 스키 리조트에서는 이번 올림픽 기간중 회전활강과 스노우보딩 이벤트가 열린다.
1900년대까지 파크시티는 거주인구 1만명 이상에 100여개의 살롱이 밀집한 유명한 은광촌이었다. 오늘날, 그많던 살롱들은 간데 없고 길거리에 기념품 상점들만 즐비하다. 이곳 주민들은 그나마 파크시티가 유타주에서 술을 구입하기 가장 쉬운 곳이라고 말한다.
유타주는 몰몬교의 영향을 받아 음주법이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
이번 동계올림픽을 참관할 방문객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도 보안문제 다음으로 음주문제다. 일부에서 이번 올림픽을 몰몬 올림픽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도 이 까다로운 음주문제와 무관치 않다.
올림픽 기간에 하드리커, 즉 독주를 마시기 원하는 사람은 회원권 구입을 통해 ‘사설 클럽’에 가입해야 한다. 반면, 맥주를 마시는데는 사설클럽 회원권이 필요없다. 다만, 이곳에서 판매되는 맥주는 알콜농도가 3.2도 밖에 안되는 매우 약한 것이다.
몰몬교의 영향은 올림픽 시상식이 열리는 올림픽 메달스 플라자가 몰몬교 소유부지라는데서도 잘 드러난다.
몰몬교측은 선수들이 시상대에 올라설 경우, 후면에 있는 몰몬교 성전들이 TV배경에 잡히도록 기획했다. 시상식 기간중 이곳은 아무나 800-888-8499 전화번호를 통해 받은 무료티켓으로 입장할 수 있다. 예매는 1월 10일부터 시작됐다.
시상식 기간에는 대중음악계의 거물들인 데이브 매튜스, 셰릴 크로우, 엔싱크, 크리드 등이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이들 콘서트들은 유명 MC들의 사회로 진행되며, 무대뒷면 초대형 화면에는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비춰진다.
이번 올림픽은 개막식 때도 몰몬교의 영향을 느껴야 할 것이다.
몰몬교의 테버나클 합창단과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들과 함께 공연을 하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 공식음악 작곡을 책임진 존 윌리엄스는 9.11 테러의 비극과 올림픽의 환희를 조화시킨 테마음악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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