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빈 박씨엔 취했지만 술은 곁에만 가도 폐인
솔직히 고백해서 콜라만 마셨다. ‘취중토크’코너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어쩌겠는가. 와인 한 잔을 시켰는데도, 그 냄새만으로도 취기가 오른다고 펄쩍 뛰는데.도저히 그에게 술을 권할 수 없었다.
도지원(36)이 ‘취중토크’를 ‘콜라토크’로 만들었다.
그는 지난해 <여인천하>의 경빈 박씨로 등장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있다면 도지원은 그 하나를 잡은 것이다. 그리고 모든 걸 다 쏟아 부었다.
“개그맨도 평생 히트어 하나 갖기힘들다는데 내가 ‘뭬야’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낼 줄은 나도 정말 몰랐다”는 도지원과의 유쾌한 수다를 소개한다.
# 1차 와인바에서의 변명
"제사땐 설탕물 쓰는 술 못하는 집안" 콜라로 해야지 뭐..
도지원이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걸 들었으면서도 기자는 ‘그래도 한잔은 마시겠지’했다. 취중토크를 하며 대부분 둘이 소주 2~3병은 기본(?)으로 마셔왔던 터라 좀 섭섭했지만 와인 한잔에 만족하기로 했다.
술이 없으면 진담을 끄집어내기 어렵지 않을까 염려하던 차에 <여인천하>의 책임 프로듀서인 SBS 드라마국 운군일 국장이 기자의 걱정을 덜어줬다.
운 국장은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야 소주 3병을 마셔도 취하지 않을 수 있지만, 못 마시는 사람은 와인 한 모금으로도 취할 수 있다”며 기자를 격려(?)했다. 그래. 한잔만 마시게 해야지. 한 모금에도 취중진담은 나올 수 있는 거야.
웬걸. 서울 압구정동의 한 바에서 만난 도지원은 앉자마자 술을 마시지 못해 고생했던 이야기부터 들려줬다.
“1989년 데뷔해 제일 막내였을 때도 회식 자리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당시만 해도 술은 당연히 선배나 스태프들이 주는 대로 마시는 분위기였는데 전 끝까지 고집을 부렸죠. 건방지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나도 선배가 되다 보니 회식 자리 빠지고, 분위기 못 맞추는 후배를 보면 좀 ….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닌데. 하지만 태생적으로 못 마시는 걸 어떡해요.”
그의 집안은 제사 때 제주로 설탕물을 올릴 정도로 술을 못 마신단다.
사진도 찍어야 해서 일단 와인 한 잔을 시켰다. 그랬더니 그는 “아휴, 머리가 어지러워지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말 그는 술 근처에도 얼쩡거리지 못하는 체질이었다. 결국 이 때문에 기자도 이날 술을 입에 대지 못했다.
저녁 때 만나 배가 고팠다. 그래서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밥 먹으면서 수다 떨자고.
# 2차 찜닭 집에서의 놀라운 수다
"’뭬야’ 유행시켰으니 나도 개그맨 못잖아"
닭 한마리를 시켰다. 그리고 음식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의 따가운 시선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무려 세시간 가까운 수다를 떨었다.
도지원은 <여인천하>에서 자신의 성공이 “결코 예쁘게 보이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라 말했다. 김재형 PD 특유의 눈썹 바로 위까지만 잡는 얼굴 클로즈업 샷은 여배우들에게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잡티 하나만 나도 신경이 쓰인다.
그런데 그는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했어요. 입술을 이죽거리고, 이를 갈고, 오만가지 인상을 쓰고. 절대 예쁘게 보일 수 없었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았어요. 처음엔 어색해서 대사가 입에 붙지 않았는데, 감독님이 옆에서 ‘그래. 조금만 더. 넌 할 수 있어’라고 외치면 세뇌된 듯 그대로 하게 됐어요”라고 말한다.
<여인천하> 기획 당시 그는 시놉시스에는 6주만에 죽는 걸로 돼 있었다. 수명이 1년 가까이 연장된 셈이다. 150회로 마무리짓기로 한 <여인천하>에서 경빈 박씨는 다음달 중순께 죽는다.
“예전엔 죽는다고 하면 좀 섭섭한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이번에 그 말을 들으니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생각에 후련한 느낌도 들더군요.”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다만 1년 가까이 함께 호흡하면서 정이 든 동료들, 스태프들과 헤어지는 게 섭섭하고 또 계속 남아 고생할 사람들에게 미안할 뿐.
<여인천하>에서 빠지면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여름을무척 좋아하는데 지난해는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어요. 여름인 곳으로 가 바닷가에서 놀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결혼 적령기를 넘긴 만만찮은 나이다. 부모님이 걱정 하지않느냐고 했더니 빙그레 웃으며 “딸 둘, 아들 둘인데 남동생 하나만 장가갔고, 나머지는 다 결혼을 안했다”고 한다. 이것도 집안의 내력인가.
예전엔 짠순이였는데 어머니의 ‘젊어서 쓰는 것과 늙어서 쓰는 건 따로 있다’는 충고를 듣고 특히 가족들을 위해서는 넉넉하게 지출한다.
“돈은쓴 만큼 벌리더라구요. 저 CF하나 찍었거든요.” 그러면서 그는 “어머니가 정이 많아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데, 나도 좀 닮은 것 같다”고 한다.
도지원은 시종 생기가 넘쳤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신감도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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