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창(세탁인, 전언론인)
미국땅에서의 한국불교는 일붕 서경보 스님(1914-1996)이 1964년 컬럼비아 대학에 방문교수로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이미 1910년대와 1930년대에 하와이에서의 한국스님들의 포교활동이 전해지고는 있지만 이들의 활동이 이어지지 않았음으로 이 때의 활동은 미주한인불교사의 전단계 정도이지 이를 미주한인불교의 시발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미주 한인불교 40년사’를 준비하고있는 월간‘미주현대불교(발행인 김형근)’측의 설명이다.
그 후 1970년대를 전후하여 미주에 선 보이기 시작한 한국사찰은 1990년까지 하와이, LA, 뉴욕 시카고, 워싱턴 등 한인들의 집결지를 중심으로 약 60개의 한국 절이 세워졌다. 2001년 10월 현재 미주현대불교의 집계에 의하면 북미주 전역에 모두 104개(미국 97개, 캐나다 7개)의 한국사찰이 있으나 신도수는 집계할 수 없고 다만 한인전체인구의 10%안팎(10 -20만명)을 불교의 잠재적 신자로 추정할 수 있을 뿐이라 한다. 미주한인 불교계는 미국사회에서 불교에 대한 인식이 점차 새로워지고 불교를 이해하려는 미국인들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점차 활기를 띄고 있다. 주류사회와 한인 2세들을 위한 영문판 계간지 ‘목탁(MokTak)’이 발간되기 시작했고 2세들을 상대로 한 영어법회도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최근 주류사회와 한인사회의 이 같은 불교세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미주한인사회의 최대조직인 기독교세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열세다. 최근 조사로는 전체 한인인구의 75%가 개신교회와 성당을 나가고 있다. 미국인들의 교회와 성당 출석률이 30-40%인 점을 감안하면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이민 온 민족이 본토인들의 종교를 받아들인 예는 허다하나 인구 비율상 이민 온 민족이 본토인들의 종교를 본토인들보다 더 많이 믿고있다는 것은 근세사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인들이 이처럼 교회로 몰리는 것은 한국의 정취를 자연스레 나눌 수 있고 직업이나 사업상 정보의 교환장소가 되며 또 처음 이민 온 사람들이 미국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얻는 등 기독교라는 종교외적인 요인도 다분히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인교회는 점차 이민 1세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나 향후 40-50년 후의 한인교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2-3세들이 한인교회를 이어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일부 소수민족들처럼 타민족에게 1달러에 교회를 파는 사태는 안 벌어질까. 1세들의 정성과 경제력이 집중된 한인교회의 앞날에 대한 염려는 한인교회가 미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한인후세들에게 교회를 계승시키려면 2세들에 대한 정체성교육이 필수인데 한인교회가 이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갖고 있는가. 한국기독교역사가 200년인데 비해 한국불교의 역사는 1600년이며 한국의 전통문화나 예술은 기독교가 아닌 불교, 유교, 샤마니즘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 한국문화재의 90%가 불교문화재다.
이런 사실을 놓고 볼 때 절대 다수의 한인들은 신앙과 문화가 일치되지 않고 있는 이질적인 요소를 안고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유대인이나 힌두교도, 모슬렘들은 자기신앙의 역사가 자기민족의 역사요 자신들의 종교가 자기들의 문화의 자리이기 때문에 신앙의 계승이 문화의 전승이 되고 있다. 한인교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한국문화란 한국말을 쓰며 한국음식을 먹고 일부 교회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정도다.
그런데 한인 2-3세들은 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한국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 관심과 흥미를 표시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들의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은 수 천만 달러 짜리 미국식 건물인 한인교회가 아니라 기왓장과 서까래가 보이며 가을바람에 풍경이 울고 문풍지가 떠는 ‘한국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그마한 한국 절이 될 것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뿌리를 찾고 모국의 문화적 향기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주한인 불교계는 이제 21세기를 맞아 한인사회를 향해서는 불교의 보편성 확대를, 미국사회에는 한국불교와 문화를 전파하는 작업과 아울러 한인 후세들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한국문화 및 역사교육의 보루로써의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다 하겠다. (참고 노영찬 2000. 미주현대불교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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