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단독인터뷰>
▶ "해외동포 모국활동 불편제거
본국의 16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12월 19일로 다가왔다.
2002년 대통령 선거는 그야말로 사활을 건 한판 승부가 될 전망이다.
여야를 통틀어 현재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가는 대권 예비후보는 단연 한나라당의 이회창 총재라는 것이 정치권의 일치된 평가이다.
이총재는 야당의 사실상 굳혀진 대권후보 인데다 당총재까지 겸하고 있어 대권 준비에 어떤 예비후보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판도를 바꿀 변수는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양산해 낼 것이고 상황변화를 위한 여야 후보자들은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다.
한편 미주한인들의 후원활동도 뜨거워질 전망이어서 유석희 편집인은 지난 연말 서울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 이회창 총재와 인터뷰를 갖고 그의 생각들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재외동포 특례법을 헌법재판소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미주동포들은 특례법이 존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이법의 입법취지는 재외동포들이 모국 출입 재산권 행사등에서 제약을 받아온 부분을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함으로써 재외동포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한편, 모국투자를 촉진하고 국가발전에 동참토록 하는 것이지요.
국회입법심의 과정에서 중국조선족등 250만명의 해외동포들이 제외되는 문제점이 지적되었고, 혈통주의를 채택하여 이들을 포함시킬 경우 중국과의 외교마찰 초래등이 쟁점이 되었던게 사실입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재외동포법의 적용대상이 중국동포(조선족)등의 불평등 대우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이므로 이로 인하여 미국 동포들이 적용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2003년12월31일까지 중국동포들과의 형평성에 맞도록 관련조항을 개정 또는 폐지해야 되는데, 이때 재미동포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면밀하게 검토하여 법 개정을 할 것입니다.
▲한·미 관계, 한·일·중관계 국제화 과정에서 우리외교가 중요하지 않은 국가관계는 없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들관계가 대등하지 않다고 보는 시각들이 있는데 어떤 외교구상이 있으십니까?
우리 외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번영, 그리고 궁극적 통일실현을 위해 유리한 외교적 환경을 조성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역시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 4강에 대한 외교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우리의 4강 외교는 단순한 실리외교의 차원을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라는 분명한 목표를 염두에 둔 전략적인 외교를 해야합니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북아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곳입니다. 한마디로 외교적으로 험난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공간에서 우리의 정치적 자율성을 유지하고 평화와 번영을 확보하는 일은 결코 간단한 과제가 아닙니다. 나아가 한미동맹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였으며 앞으로도 상당기간 그 효용과 가치가 계속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때로 양국관계에서 불편한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는 이러한 불편을 공동의 노력으로 줄여가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성숙한 현실감각과 냉철한 국익 인식입니다. 감정적 대응이나 모험적 사고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혈통주의에 입각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나라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중국적에 대한 견해는?
혈통주의는 국제법 원칙에 반하고 우리나라 국적법에는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중국적을 허용할 경우 병역, 납세, 외교적 문제 등 난제들이 있지요. 그러나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체류의 불편사항을 대폭개선, 부동산 취득, 보유, 이용, 처분허용, 금융 외국환 거래 등에 있어서 각종제약을 완화하여 내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재외동포에 대하여 더욱 관심을 갖고 권익향상에 노력해야할 것이며 정치권도 이를 뒷받침해서 해외동포들이 모국에서의 활동에 불편이 없도록 해야겠지요
▲2002년에도 지속적인 통일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통일에 대한 구상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통일은 우리 민족 최대의 과제이지만 소망이나 기대만으로 이루어지는 문제는 아닙니다. 또 통일하겠다고 억지로 상이한 체제와 제도를 연방이나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짜깁기한다고 통일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실현되어야 하며 이외에는 대안이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 한반도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정착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는 일이지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북한의 개방·개혁에 진전이 있어 남북한 주민의 자유로운 왕래가 실현될 때 통일의 기회는 우리 앞에 소리없이 찾아올 것입니다. 따라서 통일을 위해서 지금 우리가 시급히 해야 일은 남북한간 평화정착과 자유로운 교류협력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또 통일을 위해 중요한 것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자세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내부적으로 정치적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경제를 튼튼히 하여 통일의 역사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이와 함께 통일은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문제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특히 주변 4강과의 관계를 긴밀히 하여 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그들의 지지와 협조를 얻어낼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대통령 될 지도자의 조건은 무엇입니까?
다음 대통령은 무엇보다 흐트러진 나라의 근본을 바로 세우고, 지역적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켜야만 합니다.
그리고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나라,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법과 원칙이 바로 설 때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도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 대통령은 스스로 법과 원칙에 충실한 마인드와 높은 도덕성 그리고 21세기 나라의 운명을 개척할 비전과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3김 연대, 반이회창 연대니 하면서 정계개편 가능성을 점치는 사람도 있는데…
특정인을 포위하거나 고립시키기 위해 정략적 목적으로 이합집산하거나 정계를 개편하려는 그런 수준의 정치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계개편은 결코 성공할 수 없지요.
▲이총재가 지역주의 덕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고질적인 지역주의 해결을 위해 어떤 복안을 갖고 있으신지?
지금 한국에서 정치를 하는 정치인 중에서 지역주의로부터 100%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저 또한 예외라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정치에 입문해서 지금까지 특정 지역을 볼모로 하거나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정치를 해오지 않았습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지요. 공정한 인사와 국정운영을 펼칠 수 있는 리더십이 나와야 특정지역 편중과 소외라는 시비를 차단할 수 있고, 나라와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각제를 하자는 정치인들이 있는 것 같은데…
우선 분명히 할 것은 대선을 1년 남긴 현시점에서 개헌을 논의하거나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내각제와 대통령제는 제도만 놓고 본다면 모두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와 정치환경에는 보다 강력한 리더십과 책임정치가 가능한 대통령제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리 국민들의 선택도 그러하다고 봅니다.
어쨌든 현 시점에서 개헌 논의는 신중해야 합니다. 더욱이 특정인의 정치적 목적이나 표를 의식한 계산된 개헌론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볼 때 한국사회는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한국의 선진화를 막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부정부패 척결 방안은 무엇입니까?
부정부패 문제야말로 정말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암적인 존재입니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한다면 부정부패도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80년대 후반부터 민주화는 이루어졌지만 부정부패는 더 심각해졌지요. 그만큼 우리가 내실있는 민주주의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김대중정부에 들어서는 권력의 심장부까지 부패해서 부패공화국이 되었습니다. 역사상 부패한 나라가 선진국이 된 경우는 없지요. 우리도 부정부패를 추방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입니다. 우선 최고권력자인 대통령과 그 주변부터 깨끗해야 합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투명하고 깨끗해야 합니다. 정확한 재산공개, 정치자금을 포함하여 정부와 정치권의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권력형 부패와 비리를 없애기 위해서는 검찰, 국세청과 같은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과 투명한 법 집생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합니다.
▲미주동포들에게 바라는 말씀이 있다면…
머나먼 이국땅에서도 한민족의 긍지를 잃지 않고 굿굿하게 살아가시는 동포 여러분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격려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재미동포가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하여 떳떳한 한국인으로 정착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합니다. 아울러 동포 여러분들이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 역사의식, 민족의 전통과 문화에 대한 애정과 기억을 변함없이 지녀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지요. 국내에 있는 저희들은 동포사회가 미국에서 정착,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는 법적, 제도적 지원을 포함,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보내고자 합니다.
유석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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