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인 줄리안 에드니 박사가 몇년전 자신이 가르치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해봤다. 보울 안에 금속 너트를 10개 집어넣고 학생들에게 손으로 먼저 집는 만큼 학점을 더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 10초마다 너트 수를 늘려갔다. 이론적으로는 욕심부리지 않고 사이좋게 집으면 한 사람도 탈락하지 않은 채 계속될 수 있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학점이 걸리자 현실은 달랐다. 참가 학생의 65%가 1라운드도 못 넘기고 떨어져 나갔으며 나머지 학생들도 몇십초 지나지 않아 탈락했다. 약간의 상호 신뢰만 있어도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는 ‘윈-윈게임’이 살벌한 싸움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평소 얌전하기 이를 데 없던 학생들이 헐크로 돌변하는 데는 에드니 박사조차 놀랄 지경이었다. 이것이 바로 ‘탐욕의 게임’이다. 에드니 박사는 실험 후 이런 유명한 결론을 내렸다. "탐욕은 신뢰를 궁지로 몰아 넣는다."
바야흐로 탐욕의 시대이다. 신문과 방송 보도는 온갖 게이트와 돈을 둘러싼 추문으로 넘쳐난다. 추문에는 이곳 저곳 구분이 없다. 미국은 좀 깨끗한가 했더니 엔론사 스캔들이 확산되면서 정치권과 기업인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가고 있다. 그 바탕에는 탐욕이 자리하고 있다.
엔론사 중역들은 불법 회계로 부실을 감추면서 종업원들에게는 안심하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면서 뒤에서는 자신들의 주식을 높은 가격에 팔아 치워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 순진한 종업원들의 신뢰를 저버리고 자신들의 물질적 욕심만 채운 것이다.
사실 미국 기업 총수들은 그동안 탐욕의 상징으로 많은 질타를 받아왔다. 미국 대기업 CEO들의 평균 수입은 일반 근로자들의 197배에 달한다. 아무리 이들의 능력이 출중하고 자본주의 사회라 해도 이런 격차는 지나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미국 대기업 총수들에 관해 오래 연구해 온 전문가 그래프 크리스탈은 "기업 총수들이 챙겨 가는 돈들을 분석해 보니 성과급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비논리적인 부분들이 많은데 그것이 바로 탐욕이다. 이들은 챙길 수 있는 것은 게걸스레 챙기기에 바쁘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번 엔론 사태는 크리스탈의 비판이 근거가 있는 것임을 확인시켜준 한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탐욕은 종종 긍정적인 힘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또 그렇게 확신하는 인간들도 적지 않다. 마이클 더글러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 준 1987년도 영화 ‘월스트릿’에서 주인공 고든 게코는 텔다 페이퍼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외친다. "탐욕은 좋은 것입니다. 그리고 탐욕은 옳은 것입니다. 추진력입니다. 인생, 돈, 사랑, 지식 등 모든 탐욕은 인류의 비약을 이끌어 왔습니다." 이 영화는 월가의 불법 내부거래를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탐욕의 아이러니는 가질수록 더 커진다는데 있다. 그래서 80년대보다는 90년대, 90년대보다는 새 천년이 더욱 탐욕스럽다. 돈과 관련한 의식을 조사해 보면 옛날보다 생활수준이 향상된 지금이 훨씬 물질지향적임이 드러난다. 그리고 탈세 등 탐욕과 관련한 범죄도 날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권력자의 탐욕은 국민들의 배를 곯게 한다. 탐욕스런 경영주 때문에 힘없는 종업원들이 애꿎은 희생을 해야 하고 탐욕스런 교사 때문에 학생들은 상처를 받는다. 또 탐욕스런 목회자들로 인해 어린양들은 비포장 도로로 천국에 가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언론인들의 탐욕에는 필시 곡필이 뒤따른다.
영화 ‘월스트릿’에서 탐욕을 찬미했던 주인공 게코는 결국 파멸한다. 당연한 영화적 결론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지금 같은 탐욕의 시대 속에서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려면 "탐욕은 신뢰뿐 아니라 그 스스로를 궁지로 몰게 된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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