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여명이 실종 아들 시신 찾으러 복구작업 참여
아버지는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으려고 그 곳에 왔다. 아버지는 조그만 군용 곡괭이와 삽을 가지고 아직도 연기가 나는 철강더미를 헤치면서 "얘야, 어디 있니?"라고 묻는다. 벌써 몇 달째 그렇게 했다.
은퇴한 소방대장 빌 버틀러(62)는 아직까지는 헛수고만 했다. 하루에 10시간을 전에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곳에서 보내고 그는 컴컴한 길을 달려 아내 페기가 저녁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는 롱아일랜드의 집으로 간다. 아내는 하루가 어땠느냐고 묻는다. 만일 한 명의 시체라도 찾았으면 아주 좋은 날이었다고 대답한다. 손가락 하나라도 찾으면 그 날의 업적을 자랑하련만 대부분은 좋은 날들이 아니었다.
’그라운드 제로’에는 9월11일에 잃어버린 아들이나 형제를 찾으러 나오는 슬픈 남자들이 10여명 된다. 사태 이후 120여일이 지나는 동안 그들의 대부분은 낮 시간을 모두 혈육을 찾는데 바쳤다. 은퇴한 경찰이나 소방관들은, 그것도 운이 좋다고 말해야 하는 것인지, 과거 경력 덕분에 잃어버린 혈육의 근처에 있을 수 있다.
그런 특권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도 오래 거기 있다보니 날짜 가는 것을 다 잊어버렸다. 낚시나 골프 약속은 미뤄졌고 집도 돌보지 않은지 오래다. 그러나 아들을 찾고서도 이 그룹을 두고 떠나지 못한다. 사명감은 커가기만 한다. 은퇴 소방관인 리 아이엘피는 91일만인 12월11일에 아들을 찾았지만 잔해들을 완전히 쓸어내기 전까지 떠나지 않을 결심이다.
잔해들은 급속히 제거되고 있다. 벌써 100만톤 가량 치웠고 이제 수색작업은 뉴스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시신 수습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도 불은 연기를 내고 있고 실종자는 2,000명이 넘는다. 은퇴한 소방대장으로 두 아들, 소방관인 존(36)과 경찰관인 조셉(34)을 잃은 존 비지아노(63)는 조셉은 10월에 찾았지만 존은 아직 못 찾았다. "여기 혼자 앉아 있을 때는 그 애에게 이야기합니다. 사랑한다고요"
아버지들은 서로 늙었다고 농담도 하고 옛이야기들도 하지만 같이 일하는 젊은이들은 그 노인들의 아픈 마음을 존중, ‘서’라고 존칭을 쓴다. 그들이 찾고 있는 자녀들의 얼굴이 새겨진 핀도 달고 다니고 커피도 날라다주며 16에이커에 달하는 현장의 최신 뉴스도 전해준다.
그렇게 보면 아이엘피(57)는 운이 좋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는 소방관이었던 아들 조나단(29)을 남쪽 건물 잔해에서 찾아 자기 손으로 안고 나왔다. 그 날 동료들에게 "이제 찾았으니 이제 더 이상은 그 아이를 닮은 사람을 볼 때마다 ‘혹시나?’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 애가 비겁하게 뒤돌아 도망갔거나 냉장고 뒤에 구멍을 파고 살아있기를 바라왔어요. 희미하게 그 애의 모습이 보이는데 내 몸의 기운이 송두리째 빠져나갔어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차 올랐다.
아일레피는 아직도 떠나지 못했다. 다른 아들들이 아직 그 추운 지하에 남아있는데 떠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해서다. 친구 빌 버틀러도 아직 아들 토마스(37)를 찾지 못했다. 버틀러는 지난 주, 은퇴해서 살집을 마련해둔 플로리다주 사라소타로 떠날 예정이었지만 그는 그 집을 팔아버리려 한다. 아들이 남기고 간 3자녀를 키워야하므로 은퇴 같은 건 할 수가 없게 됐다.
자식을 앞세워 보내는 것보다 나쁜 일은 없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라운드 제로의 아버지들은 앞서간 자식을 찾지도 못하는 건 더 나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의 시신은 고층건물의 층들이 겹겹이 포개진 그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31년을 소방국에서 보낸 데니스 오버그(53)는 9월11일이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그 날 소방관인 아들 데니스 주니어가 세계무역센터에서 죽었고 오버그는 그 며칠 후 은퇴서식에 서명했다. 정말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려 오랫동안 현장에 오지 못했지만 결국 그는 돌아왔다. "그 아이가 저 속에 있는 것이 느껴져서요"
그래도 소방관은 다른 사람들보다 찾기가 쉽다. 소방복을 입었으므로 시신이 잘 보존되기 때문이다. 그것조차 긴장의 원인이 되어 현장에 있는 변기 하나에는 "이보시게 소방국, 자기 식구만 말고 모두 다 찾읍시다"라는 낙서가 적혀 있다. 물론 그 밑에는 "그렇게 하고 있네"라는 대답도 적혀있다.
사고 이후 단 며칠만 빼놓고 그라운드 제로를 떠나지 않은 민간인도 한 명은 있다. 첫 20일 동안 건물잔해를 헤집고 다니던 브라이언 라이언스(41)는 맨해턴의 대형 건축회사 프로젝트 매니저로 6자리 숫자 연봉을 받던 사람이지만 직장에서 휴가 주기를 거부하자 사표를 내고 시간당 30달러짜리 수퍼바이저가 되어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래야 소방관이었던 동생 마이클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가 내게 말하고 있어요. 자기가 여기 있으니 포기하지 말라고요. 이 자리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해질 때까지 나는 내 동생을 찾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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