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을 모르고서는 지킬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몰랐다고 해서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LA인근 학교에서 한인학생 5명이 흉기소지로 퇴학처분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한인 학부모와 학생들이 교칙을 경시하거나 이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학부모 및 학생들이 알아둬야 할 캘리포니아주 공립학교의 일괄적 학생 규율 및 정·퇴학 규정, 학교별 교칙, 주의사항을 살펴본다.

캘리포니아주 교육부는 주교육법의 규정사항을 각 교육구가 소속 학교에 전달하도록 하고 있으며 학교들은 이를 수정 또는 보강해 저마다의 교칙을 제정, 정기적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교칙위반에 대한 처벌은 횟수나 정도에 따라 가볍게는 경고, 방과후 훈계, 학부모 호출에서 정학(suspension)이나 심한 경우 아예 교육구 밖으로 퇴출되는 퇴학(expulsion)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캘리포니아주 내 모든 교육구에서는 매 학년도 시작과 함께 교육구에 새로 등록된 각 학생의 가정으로 안내책자를 우송한다. LA 통합교육구의 경우 20쪽 분량의 ‘학부모-학생 핸드북’이 이에 속한다. 이 책자에는 소속 초·중·고교 전체에 적용되는 공립학교 학생 규율과 정·퇴학 규칙 외에 언행, 출석, 복장, 소지품에 대한 규정도 포함돼 있다.

교칙을 위반하면 정학까지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퇴학은 학교장 제안으로 교육부 교육위원회에서 청문회를 통해 결정된다.

■가주 공립학교 학생규율
가주 교육법(E.C. 35291.5)은 각 학교가 다음의 학생 규율 정보를 기준으로 교칙을 제정해 매년 학사연도가 시작될 때마다 학부모들에게 알릴 것을 규정하고 있다.

▲담배나 기타 니코틴 함유물질을 학교 관할지역 내에서 소지 또는 사용할 경우 ‘디텐션’(detention)에서 정학에 이르는 처벌을 받게 되며 금연프로그램에의 참석을 권유받게 된다. 디텐션이란 방과 후 학교에 남거나 점심시간에 따로 격리돼 교사로부터 훈계를 듣거나 계몽비디오 시청, 반성문 작성 등을 하는 처벌이다.

▲페이저와 셀폰을 포함한 소리나는 전자제품을 의사 추천과 학교장의 문서허가 없이 교내 또는 방과 후 과외활동에 지참할 경우 디텐션에서 정학에 이르는 처벌을 받게 된다.

▲알콜이나 마약을 소지하거나 사용한 상태 또는 상습적 사용이 발각되면 첫 발견 시 현장에서 체포된 후 정학에서 퇴학까지 당하게 된다. 불법 약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퇴학된다.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거나 라커, 지갑, 백팩, 차에 방치하면 예외 없이 퇴학시키는 ‘인정사정 없는 방침’(Zero Tolerance Policy)을 적용한다. 위험한 물건이란 연필 깎는 칼을 비롯한 각종 칼, 면도날, 무술기구, 클럽, 격투 시 손가락 관절에 끼우는 ‘브래스 너클’, 폭발물, 비비/펠렛건이나 모형 소총을 포함한 각종 총기류를 말한다. 단 실수로 이같은 물건을 학교에 가져온 경우 등교 즉시 교사나 행정직원에게 제출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교내에서의 마약판매는 학교 내 사복 경찰관의 상주 단속활동 등 경찰과 협력해 방지토록 한다.


■가주 공립학교 정·퇴학 규정
가주 교육법(E.C. 48925)은 "정학(suspension)이란 교정(adjustment)을 목적으로 학생을 현재 진행중인 교육으로부터 제거(removal)시키는 행위로 아래의 규정사항을 어길 경우 학교장이 그 정도에 따라 정학시키거나 교육위원회에 퇴학(expulsion)을 제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학생이 학교 내, 통학시, 교내 외 점심시간, 학원 등 과외활동 통행중 학교관할권 하에서 다음의 사항을 위반했을 경우에만 정학 또는 퇴학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타인에게 신체적 상해를 입혔거나 시도한 경우, 또 상해를 입히겠다고 협박한 경우

▲자기 방어의 수단 외에 고의로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우

▲학교장 및 담당 교직원으로부터 특별한 허가증 없이 총기, 흉기, 폭탄 등 위험물을 소지, 판매, 또는 공급한 경우

▲장난감 또는 모조 총기류를 소지한 경우

▲모든 종류의 알콜이나 약 종류를 불법으로 공급·사용·판매·소지한 경우

▲니코틴을 함유한 물질을 소지 또는 사용한 경우

▲학교 교직원의 공무를 방해하거나 수업 또는 기타 학교활동을 방해한 경우

▲강도나 강탈 또는 이를 시도한 경우

▲학교 기물 또는 사유물을 절도, 파손 또는 시도한 경우

▲학교 관계자 또는 학교 기물에 대해 테러적 협박을 한 경우

▲외설·불경스런 행위 또는 심한 욕설을 한 경우

▲의약용구, 약초화분, 의학 검사도구, 흡입기, 담배 파이프 등을 불법으로 소지 및 제공한 경우

▲훔친 학교 기물이나 사유물을 절도품인 줄 알면서 받은 경우

▲피해 당사자와 목격자에게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이미 증언한 것에 대한 복수를 목적으로 협박·공갈·위협을 한 경우

▲성폭력을 행사하거나 성폭행을 시도한 경우

▲성희롱을 한 경우. 가주 교육법(E.C. 212.5)에서 성희롱이란 상대가 원치 않는 성적 접근, 즉 언어적, 시각적, 신체적인 성적 행위와 요구를 말하며 K∼3학년엔 해당되지 않는다.

▲증오성 폭력(hate violence)을 행사·시도·강요한 경우로 4∼12학년에 적용된다.

▲개인 또는 집단에게 고의적으로 괴롭히거나 협박함으로써 학교생활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로 4∼12학년에 해당된다.


■특별히 유의할 점
교칙은 학교마다 차이가 있고 또 항목에 따라 구체적 설명이 없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한인 학부모들이 잘 모르고 있어 주의해야 할 점으로는 셀폰과 약에 대한 규정을 꼽을 수 있다.

학교에 약을 가져가는 것은 해열제, 진통제, 바르는 약 등 어떤 종류도 허용되지 않는다. 처방약의 경우 담당의사의 간단한 편지(doctor’s note)와 함께 등교 직후 약을 양호실에 맡겨놓고 학교 간호사 또는 헬스 카운슬러로부터 허가를 받아 학생 본인이 시간을 맞춰 양호실에 가서 복용 또는 사용해야 한다.

단 초등학교의 경우는 수업 일정이 짧으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처방약이라도 귀가 후 사용토록 하고 있다. 호바트 초등학교 임송이 회장은 "아이가 저학년 때 감기에 걸려 학교 간호사에게 약을 좀 먹여달라고 부탁했더니 학교에 있는 동안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아픈 학생이라면 집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며 점잖게 거절당한 적이 있다"면서 "교칙에 대한 책자가 매년 한글로도 우송되지만 약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어 대부분 학부모들은 이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잔 버로우즈 중학교에서는 매 학기가 시작되는 첫 홈룸시간에 교칙 내용을 포함한 가정통신문을 각 학생들에게 배부, 학부모에게 전달한 후 읽고 서명한 것을 다시 학교로 제출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역시 약에 대한 규정은 자세히 나타나 있지 않다.

레이시 워커 교감에 따르면 학교에 약을 가져오면 종류를 막론하고 압수한 후 학부모 호출로 이어지게 된다. "처방 약은 등교길에 양호실에 맡겨놓고 본인이 헬스 카운슬러 앞에서 복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대부분 학교에서는 셀폰 사용에 대해서도 라디오, 페이저, CD 플레이어 등과 같은 소리나는 전자제품과 한데 묶어 규정하고 있을 뿐 자세한 설명이 없지만 학교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어 자녀가 셀폰을 사용하기 전 학교에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케네디 고교 마가렛 김 교감은 "공식적으로는 셀폰을 지참할 수 없게 돼 있으나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셀폰이 위급시 생명을 구할 수도 있는 유용한 장비로 인식돼 학생들의 셀폰 지참을 묵인하고 있으며 단 교내 사용을 제한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우드브리지 고교 한인 학부모회 탁혜경 전 회장은 "셀폰에 대한 규제가 엄해 교내에서 셀폰을 사용하다가 한번 발각되면 디텐션을, 두 번 발견되면 정학을 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총기는 물론, 흉기로 쓰일 가능성이 있는 물건 소지에 대한 규제는 엄격해 대부분 중·고등학교에서는 금속탐지기로 불시검문을 실시, 소지품 중 위험한 물건이 발견되면 즉각 교육구에 퇴학을 제안토록 하고 있다. LA고교에서는 매일 한 학급을 무작위로 선정, 출석부를 보고 약 10명의 학생을 호명해 금속탐지기 검문을 실시한다.

최진우 학생담당자는 "만일 위험물건이 발견되면 현장에서 학교 경찰이 학생을 LAPD로 연행하며 학교장은 무조건 교육구에 퇴학 제안서를 올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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