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경제 전망을 놓고 경제 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도 어렵고 조심스런 예측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불경기가 예전의 불경기와는 그 배경과 패턴이 다른데다 9·11테러라는 보기드문 요소까지 겹쳐 일반적인 공식으로는 해답을 내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전망에 대해 대다수의 경제학자와 업계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공통적인 요소가 몇가지 있다.
우선 올 해 중반기부터는 마이너스를 보여왔던 각종 지수들은 플러스로 돌아서 서서히 회복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로 인해 꽁꽁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풀린다면 미 경제는 언제든지 정상적인 성장 궤도로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LA등 남가주는 제조업에서 국제무역, 테크놀러지, 연예, 관광산업등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업종이 다양한 분야로 나뉘어져 있어 항공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해 있다가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91년 불경기 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다. 여기에 남가주 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무역의 경우 11월 롱비치와 LA항구를 통해 들어온 수입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가 늘어나는등 밝은 전망을 보이고 있다.
한인 경제계도 남가주 경기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관심의 대상인 올해의 경기 전망을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LA비즈니스 저널이 분석한 분야별 전망과 함께 상세히 살펴본다.
■국제 무역
2001년은 지난 98년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위기 이후 처음으로 어려운 한해였다. LA세관을 통한 교역량이 전체적으로 2.2% 감소했다. 하지만 금년에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이 다시 활기를 띄며 1%정도의 소폭이기는 하나 상승세가 예상된다.
무역업 정상궤도 진입의 견인차는 역시 수입분야로 미 소비자들의 외국산 의류와 전자제품, 자동차등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수입물량은 자연스레 늘어나게 된다. 중요한 사항은 테러이후 소비자들의 기호가 사치품보다는 실용성 쪽으로 돌아서면서 유럽산 제품의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저가의 아시아산 제품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태평양 무역 창구인 남가주 항구들은 미 동부에 비해 비교 우위를 탄탄히 확보할 전망이다. 특히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경공업 제품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본다면 수입은 늦은 봄이나 초여름께 단기 성장이 예상되고 수출은 연말께나 다소 상승할 전망이다. 경기전망 등급: C
■보험
전 캘리포니아 보험국장 척 퀘컨부시의 스캔달로 2000년부터 서서히 문제거리가 등장하기 시작한 보험업계는 지난해 종업원 상해보험의 대폭 인상에 이어 노스리지 지진보험 피해보상 재청구등 악재가 겹쳤다. 여기에 9·11 테러는 업계 전반에 커다란 손실을 입혀 그 여파는 올해 거의 모든 손해보험 분야에서 상당한 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전망이다.
우드랜드 힐스에 본부를 둔 21센추리 보험사는 노스리진 지진으로 거의 파산지경까지 이르렀다 이제야 흑자로 돌아서는가 싶더니 약 1,200건의 지진 피해보상 재청구 케이스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LA에 본부를 둔 파머스사는 블루 크로스사와 뱅크 오브 어메리카등과 업무를 제휴, 마케팅 영역 확장으로 새 돌파구를 찾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어쨌든 사업체들로선 부담스러울 정도의 보험료 인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등급: C
■주거용 부동산
경제 전반에 걸쳐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서도 지난해 부동산 만큼은 거의 유일하게 상승세를 탔던 분야이다. 다세대 주택은 물론 단독주택의 경우 전국적으로 가격이 13% 올랐다. 아파트 렌트도 역시 8% 올랐으며 특히 고급 아파트를 제외한 대부분 아파트는 도심지역을 중심으로 수요증가와 공급 부족으로 렌트가 폭등한 곳도 적지 않다.
이같은 추세는 금년에도 큰 변화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특히 모기지 금리가 다소 오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최근 몇 년간을 비교한다면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어 매매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30만∼50만달러 사이 가격대의 주택은 전망이 상당히 밝으며 다운타운 등지의 다락방 개조등을 통한 공간활용도 계속 인기를 얻을 전망이다. 또한 대부분의 아파트 공백율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등급: A-
■상업용 부동산
주거용 만큼은 아니었지만 상업용 역시 지난해 비교적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다운타운 빌딩은 공백률이 2% 떨어져 17%를 보인 반면 외곽지역은 오히려 공백률이 2%가 올라 15%를 기록했다.
금년에는 오피스 마켓의 경우 LA 서부지역부터 서서히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인터넷 업계의 몰락으로 고충을 겪었던 건물주들은 좀 더 탄탄하고 건실한 기업을 입주자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렌트는 낮춰 안정된 방향으로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2003년까지 완전한 회복은 힘들고 특히 샌타모니카 지역의 상황은 호전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형 샤핑센터인 헐리웃-하일랜드를 개발한 트라이젝한이 새 주인을 찾아 건물을 매물로 내놓고 있어 업계의 지각변동도 예상된다. LA다운타운은 계속 회복세를 보일 것이며 미드 윌셔 지역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샌개브리얼 밸리는 소규모 아시안 무역업자들의 급성장으로 오피스에서 공장까지 상업용 전반에 걸쳐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등급: B-
■소매
2000년 누렸던 호황과는 반대로 지난해 소매업계는 불경기에 테러여파로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연말 할러데이 시즌에는 파격적인 할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성적이어서 지난 10년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더욱 힘든 점은 이같은 추세가 올해 급변하리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부진이 이어지다가 하반기에나 약간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LA카운티의 소매매출은 2.1%가 상승한 727억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시할 부분은 업계의 판도 변화. 소비자들의 심리가 저가의 실용적인 상품쪽으로 기울어 고급 백화점들이 고전이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스컨신에 본부를 둔 디스카운트 스토어체인 ‘콜스(Kohls)’ 백화점이 남가주에 진출, 시미밸리와 다우니에 문을 연다. 새롭게 오픈한 헐리웃-하일랜드와 3월 오픈할 3가 파머스 마켓 옆 더 그로브등 대형 샤핑센터는 상당한 인파를 동원할 전망인 반면 샌타모니카의 3가 프로머네이드등은 지난해 관광객 감소가 계속 이어져 어려움이 예상된다. 등급: C
■관광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을 겪고 있던 업계에 지난해 테러 사건은 그야말로 치명타를 입혔다. 지난해 남가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1년전에 비해 10%가 줄어든 2,300만명에 그쳤고 LA카운티 호텔 투숙률도 5.8%떨어진 70.5%에 그쳤다. 위락 공원도 말할 나위 없이 매출이 저조해 디즈니사는 10여년전 걸프 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은 올해 별 진전이 없을 전망이다. 관광객들은 소폭 증가해 1.5∼2%증가에 그칠 전망이며 특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관광객들의 경우 자국의 경제 상황 악화와 테러로 인한 두려움으로 좀처럼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 투숙율 역시 0.7%성장에 그쳐 71.2% 정도가 전망된다.
한편 베버리 힐스에 본부들 둔 힐튼 호텔이 자사 소유 레드 라이언 호텔 42개를 이미 처분했고 샌타 클라리타에 본부를 둔 프린세스 크루즈사가 마이애미의 로열 커리비언과 합병을 계획하는 등 생존을 위한 업계의 발빠른 변화도 예상된다. 등급: D
chrisko@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