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함께 개봉하는 한국 영화 ‘나쁜 남자’와 ‘아프리카’는 전혀 상이한 작품이면서도 ‘폭력’을 공통 분모로 갖고 있다. 그 폭력을 다루는 방식에선 천지차이다. ‘나쁜 남자’는 ‘야만적인’ 김기덕 감독의 영화답게 난폭한 반면 ‘아프리카’는 귀여운 네 여주인공을 통해 웃음을 엮어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남성 영화의 호흡을 더욱 거칠게 만든 ‘나쁜 남자’, 그런 영화계 흐름을 바꿔보려는 시도가 엿보이는 ‘아프리카’는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영화에서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이 가능한지 새삼 확인할 수 있는 11일이 될 것이다.
나쁜 남자
조재현이 SBS TV 드라마 ‘피아노’에 이어 영화 ‘나쁜 남자’로 연쇄 폭발 효과를 누린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피아노’종영 바로 다음 날인 11일, 기다렸다는듯 ‘나쁜 남자’가 개봉된다. 이제 관객들은 드라마에서 차마 못 봤던 한층 더 표독스럽고 우수어린 조재현을 만날 수 있다.
’나쁜 남자’에서 조재현은 ‘한억관’에서‘한기’로 거듭난다. 그는 자신을 멸시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여대생을 납치, 사창가 창녀로 전락시킨다.그러나 무너지는 그를 훔쳐 보며 절망과 연민어린 사랑을 동시에 느낀다. 그것을 통해 조재현은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한 운명을 밀도 있게 그렸다.
조재현은 ‘한기’의강한 캐릭터를 위해 자신의 대사를 자진 삭제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깡패 새끼가 무슨사랑이냐”는 자조적인 한 마디만 압축적으로 나올 뿐이다. 눈빛과 표정 연기는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특히 배우들에게 가장 어렵다는 ‘등판’ 연기가 압권이다. 관객들에게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주며백 마디 말보다 훨씬 강한 임팩트를 보여준다.
작년 6월부터 한달 보름간 촬영한 ‘나쁜 남자’는 조재현이 ‘피아노’ 찍기 전에 이미 작업을 끝낸 작품. ‘피아노’에서의 물 오른 연기는 사실 ‘나쁜 남자’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기덕 영화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란 평가를 받는 ‘나쁜 남자’는 어떤김기덕 작품보다 흥행이 기대된다. 전작에서의 끔찍한 묘사와 상황 때문에 기겁하는 관객들이라도 ‘나쁜 남자’에서는 안심해도 될 듯싶다.김 감독 스스로 편집 과정에서 “이번에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며 여러 사람들의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조재현은 지난 2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http;/w01.hompy.com/alsgptjs/)를통해 “진실은 역시 통한다. 요즘처럼 가볍고 일회적인 웃음이 유행하는 분위기 속에서 ‘피아노같은 무거운 주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그만큼 진실을 원한다는 얘기”라고 답 글을 띄우며심경을 밝혔다.
’나쁜 남자’는 여주인공의 음모가 순간적으로 노출되는 한 신이 잘려나간 채 11일 개봉한다.
아프리카
가파른 절벽에 피어난 꽃. 그래서 안타깝고 위태롭지만 시선을 확 붙든다.
11일 개봉하는 코믹 로드무비 ‘아프리카’(신승수 프로덕션, 신승수감독)는 바로 그런 영화다. 해를 넘기고도 도무지 사그라들줄 모르는 남성 코믹 영화의 홍수 속에서 겁도 없이(?) 여자들만 모아놓고 찍은 것.’고양이를 부탁해’의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가며 순간 걱정되는 것은 그런 이유. 조폭의 파워도 없고 ‘양아치의생쇼’도 없다.
그러나 시사회 이후의 반응은 상당히 너그럽다. 20대 미녀들이 모여 한바탕 난리법석을 떠는 유쾌한 코미디 영화를 깐깐한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
우선 주연 배우 이요원 김민선 이영진 조은지 등의 신장이 170cm이고, 몸매는모두 모델 뺨친다. 평균 나이도 21세이고, 얼굴에서는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게다가 ‘미인계’에의존한 영화라고 하기엔 네 명의 연기가 꽤 감칠 맛 난다.
또 ‘아프리카’는 흔히 생각하는 ‘여성영화’가 아니다. 20대 초반 여성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꿈 같은 일탈을 선사한다.일련의 조폭 영화가 남성적인 힘과 폭력으로 밀어붙이며 그 속에서 코미디를 연출했다면 이들에게는 어느 날 갑자기 손에 들어온 권총 두 자루가 ‘알라딘램프’가 돼 코미디를 만들어 낸다.
조폭은 아니지만 조폭만큼 당돌하고 대책 없는 네 아가씨들은 총알 한 방마다 각자의 스트레스와 억눌린 욕망을 터뜨려버린다. 그 모습에 현실성이 없어 유치찬란할 수 도 있지만, 또 그만큼 시원하고 달콤하다. 권총 덕분에 ‘조폭마누라’의 신은경과 달리 ‘손 안대고 코 푸는’ 모습도 귀엽다.
한 동안 남성미와 남성의 권위를 과시하는 영화 일색이었다. 지금쯤 한결 부드럽고 귀여운 여자들의 코미디를 보는 것도 신선한 경험일 것이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아프리카’는 남성 영화의 홍수 속에서 피어난 여성 코미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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