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의 태양이 밝았다. 하루가 다르게 무거워져 가는 몸. 몸이 법당이거늘, 올 한해는 정말 몸과 정신을 위해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런저런 운동 다 해본 많은 이들이 그 가운데 입을 모아 최고로 치는 것이 산행.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그 맑고 깨끗한 산 공기의 맛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 산은 우리들을 치유한다.
21세기 현대인의 영원한 화두인 건강 관리와 신체 단련을 위해 등산 만한 운동도 없다. 꾸준한 산행은 육체만큼 강인한 정신력과 인내심이 길러내니 희한한 노릇이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것이 있다면 산뿐일 성싶다고 노래했던 시인의 말대로 산은 거기에 홀로 누워 위대한 자연 앞에 한갓 미물과 같은 인간 존재의 실상을 깨닫게 해준다.
멀리서 보면 메마른 바위에 돌만 황량하게 구를 것 같은 사막 지대의 산. 하지만 산 속 깊숙이 들어가 보면 놀랄 만한 세계가 펼쳐진다. 봄날, 산에는 꽃이 핀다. 그 황홀한 꽃들의 향기는 봄바람을 타고 살랑대며 우리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여름날의 산에는 무더위를 식혀주는 계곡의 물이 시원스레 흐른다. 가을 산의 소복한 빨강, 노랑 낙엽. 괜시리 ‘시몬’이라는 이름을 부르고 싶어진다. 풍요의 나라여서 그럴까. 미국의 도토리 알은 어쩜 그리 굵던지. 꼭 알밤 만한 크기의 도토리가 지천에 깔려있는 가을 산은 아름답다.
그리고 겨울 산! 히말라야, 몽블랑에나 있는 줄 알았던 설산을 LA에서 볼 수 있으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도시에 비가 내리면 산에는 눈이 온다. 고개 들어 산을 보라. LA 근교에서 가장 높다는 마운틴 볼디에 하얀 눈이 모자처럼 얹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테니.
우리들의 삶을 가장 잘 보기 위해선 쳇바퀴 도는 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산에 오를 일이다. 산에 올라 한 발자국씩, 아무 생각 없이 토닥토닥 걷다 보면 세상만사가 잊혀진다. 곳곳에서 만나는 나무, 바위, 계곡, 산새들과 대화를 나누며 고 아담한 체구를 이끌고 해남에서부터 강원도 산골마을까지 팔도를 싸돌아 다녔던 바람의 딸 한비야가 되어본다. 누군가의 부주의로 드러난 꽃나무 뿌리를 다시 흙 속에 묻어주면서 ‘중노릇 잘해라’는 화두 하나 붙잡고 산행 길에 올랐던, 가진 건 달랑 바랑 하나뿐인 성철 스님의 텅 빈 마음도 헤아려 본다.
산이 지천에 깔려있건만 문제는 우리들의 게으른 몸이다. 무리한 계획일랑 애초에 세우지를 말자. 일주일에 한 번, 아니면 격주로라도 꾸준히 계속 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주변에 산행을 부추기는 또래 집단을 두는 것도 좋은 방법. 혼자는 하기 힘들어도 "우리"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모임들 가운데 정기적인 산행을 마련하고 있는 산악회를 엮어 소개한다. 난이도에 맞게 선택하면 정기적인 산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남가주 산악회(회장 이현수)는 암벽 등반과 마운틴 스키, 빙산 등반과 고산 등반을 통해 협동과 우애, 그리고 건강한 육체를 다져 나가는 모임이다. 50여 명의 회원들은 매주 일요일 아침 일찍 모여 LA 근교의 암벽을 등반하고 있다. 로프 하나로 연결돼 있는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믿음으로 뭉친 평생 친구를 만나게 될 수도 있고 암벽에서 며칠 고생하다 내려오면 물 한 모금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산악인들의 진한 정을 나누며 도전과 모험을 추구하기 원한다면 (213)427-9727, 박경수 총무에게 연락하면 된다.
▲북미주 산악회 (회장 차경석)에서는 30여 명의 회원들이 한 달에 두 차례인 둘째와 넷째 일요일, LA 근교 앤젤레스 포리스트를 함께 오르며 산악인의 우애를 다지고 있다. 분기별로는 시에라네바다를 비롯해 평소에 가지 못했던 원거리 산행을 떠나 아름다운 미국의 자연을 흠뻑 향유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한번 산행에 나서면 평균 10마일 이상 되는 거리를 7-8시간 정도 걷는다. (310)396-5883, 차경석 회장에게 연락하면 된다.
▲설암 산악회 (회장 이창모)는 결성된 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지만 오래 산을 탄 경험을 갖고 있는 20여 명의 회원들이 알찬 산행을 하고 있는 모임이다. 토요일 아침 일찍 모여 근교의 산에 오르고 있는데 평균 8-13마일 정도의 길이를 8시간 가량 다니고 있다. 한 달에 한번 꼴로 야영 훈련도 실시한다. 여름에는 시에라네바다, 요세미티, 휘트니 산으로 원거리 산행도 떠나며 겨울에는 설산을 오르고 눈 위에서 캠핑을 하는 스노우 캠핑 훈련도 하고 있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이 30-50대로 다른 산악회에 비해 비교적 낮다. (818)241-4945 이창모 회장, 또는 (714) 350-1425 김영환 총무에게 연락하면 된다.
▲재미 산악회(회장 김명준)는 45명의 산을 사랑하는 이들이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가꾸며 회원들 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모임이다. 회원들은 매주 일요일, LA 근교에 있는 8,000피트 이상의 고산과 계곡으로 산행을 떠나고 한 달에 한번 꼴로는 1박2일 일정으로 14,000피트 이상의 고산 등반도 하고 있다. 논산 산악회라는 별명에 걸맞게 보통 산행에 나서면 12-20마일, 약 5-10시간 정도를 걷는다. 회원들은 또 일년에 한 두 차례, 해외 고산으로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 멋진 산사람들과 함께 산을 오르며 건강과 우정을 다지고 싶은 이들은 김명준 회장 (213)748-5775로 연락하면 된다. 웹사이트, http://communities.msn.com/kaac
▲할리웃 산악회(회장 김형도)는 40-60대의 회원 70여 명을 확보한 모임으로 특히 여자 회원들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3년 전, 발족된 이후 한 달에 두 번, 매 첫째, 셋째 일요일에 앤젤리노 포리스트 등 LA 근교의 8,000-10,000피트 급 산에 오르고 있다. 한번 산행에 나서면 왕복 8-14마일을 걷는데 회원들이 많다 보니 발빠르고 근력 좋은 회원들은 정상까지 오르고 그렇지 못한 회원들은 산 중턱 경치 좋은 곳까지 갔다가 점심 식사를 하고 내려오는 2원 체제로 모임을 운영하고 있어 등산을 처음 시작한다 할 지라도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고 함께 산행에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323)733-9996 최동백 총무에게 연락하면 된다.
▲토요산악회(회장 강태화)-매주 토요일 아침 7시 아이스하우스 캐년에 집합, 약1.5일 거리의 하이킹을 한다. 산에 올라 체조를 한후 내려와 간단한 식사를 하는데 비즈니스등으로 정식 산행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참여 할수 있는 단체이다. 현재 회원은 40대에서 70대까지 약 120명. 3개월에 1번씩은 올데이 산행을 실시하는데 오는 26일 금년도 첫 올데이 산행이 있다고. 봄에는 가족등산대회, 여름에는 야영행사도 갖고 있다. 시간적으로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고 가볍게 하이킹을 원하는 사람은 강태화 회장 (909)628-3007로 연락하면 된다.
글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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